Chapter 2

제2장: 꼬이는 인연, 첫 번째 사건

의욕 없는 전헌은 우연히 마을에 들렀다가 기상천외한 사건에 휘말린다. 그의 뛰어난 상황 대처 능력과 장난기가 발동하며 벌어지는 좌충우돌 코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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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장: 꼬이는 인연, 첫 번째 사건

“아, 졸려.”

나는 퀭한 눈으로 하늘을 찌를 듯 솟은 산봉우리를 올려다보며 하품을 쩍 했다. 며칠째 걷는 건지, 아니면 몇 날 며칠째 뒹구는 건지 기억도 가물가물했다. 딱히 갈 곳도, 할 일도 없으니 발길 닿는 대로, 바람 부는 대로 떠도는 게 내 삶의 방식이었다. 뭐, 그런 게 한량 도사의 멋 아니겠는가. 천재라는 칭호? 의욕 없다는 비난? 그런 건 다 부질없는 것들이었다. 나에게 중요한 건 오직 ‘재미’뿐.

“어휴, 배고파. 밥이나 먹고 쉬어야겠다.”

눈앞에 보이는 작은 마을이 반가웠다. 낡은 기와지붕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게 정겨웠다. 꼬불꼬불한 골목길을 따라 걷다 보니 어느덧 마을 중앙에 있는 커다란 주막 앞에 다다랐다. ‘만복주막’이라는 간판이 꽤나 요란했다.

“주모! 밥 좀 주시오!”

큼직한 목소리로 외치며 문을 열고 들어서자, 왁자지껄한 소음과 함께 수십 개의 시선이 나에게 꽂혔다. 뭐, 이젠 익숙한 풍경이었다. 삿대질하는 눈빛, 호기심 어린 눈빛, 심지어는 경계하는 눈빛까지. 나는 태연하게 가장 구석진 자리에 앉아 시무룩한 표정의 주모에게 돼지고기 수육과 막걸리를 주문했다.

“아이고, 이놈의 술꾼들! 밥값도 안 내고 도망가는 놈들 때문에 아주 골치가 아프다니까!”

옆 테이블에서 험악하게 생긴 건장한 사내가 씩씩거리며 소리쳤다. 험악하게 생겼지만, 어딘가 어리숙해 보이는 인상이었다.

“무슨 일인데 그러시오?”

나는 젓가락으로 수육을 콕 찍어 입에 넣으며 무심하게 물었다.

“저기, 저 덩치 큰 놈 말입니다! 어제부터 술만 퍼마시고는 돈은 낼 생각도 안 하고! 이거 봐요, 술값도 못 받으면 우리 주모님은 어쩌라고!”

사내가 씩씩거리며 가리킨 곳을 보니, 아니나 다를까. 술에 잔뜩 취해 바닥에 드러누워 쿨쿨 자고 있는 거구의 사내가 보였다. 덩치는 산만 한데, 꼭 어린아이처럼 천진난만하게 잠든 모습이 묘하게 웃겼다.

“허허, 저런. 술값은 받아야 할 텐데.”

나는 껄껄 웃으며 막걸리 잔을 비웠다. 그때였다. 갑자기 주막 문이 벌컥 열리더니, 웬 늙은이가 헐레벌떡 뛰어 들어왔다.

“큰일 났네! 큰일 났어! 저기… 저기 산에… 멧돼지… 멧돼지 떼가 내려왔다네!”

늙은이의 말에 주막 안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손님들은 혼비백산하여 도망치기 시작했고, 주모는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듯 쩔쩔매고 있었다.

“아니, 멧돼지 떼라니! 밥값은 어쩌고!”

아까 그 사내가 넋 나간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나는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았다. ‘또 시작이군.’

“도사님! 도사님! 제발 저희를 좀 도와주십시오!”

주모가 내 앞에 엎드려 애원했다. 나는 턱을 괴고 곰곰이 생각했다. ‘멧돼지 떼라… 딱히 흥미롭지는 않은데.’

“그 멧돼지, 얼마나 크오?”

“아주… 아주 크고… 무섭게 생겼습니다! 저희 마을을 다 때려 부술 기세라니까요!”

주모는 울먹이며 말했다. 나는 ‘흠…’ 하고 헛기침을 했다.

“좋소. 도와드리리다. 다만… 조건이 있소.”

“무슨 조건이든 말씀만 하십시오! 저희 마을 사람들이 이 은혜를 평생 잊지 않을 것입니다!”

“내일 아침까지 이 마을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을 대령하시오. 그리고… 나에게 술을 가져다줄 사람을 한 명 붙여주시오. 외롭지 않게.”

주모는 내 말을 듣고 잠시 망설이는 듯했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도사님! 제발 저희를 구해만 주십시오!”

나는 씩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멧돼지 놈들을 좀 혼내주고 오겠소.”

주막을 나서자마자 마을 사람들은 나를 맹렬한 기세로 쳐다보았다. ‘도와달라더니, 저런 한량 같은 놈이?’ 하는 표정들이었다. 나는 그런 시선쯤은 가볍게 무시하며 산으로 향했다.

산에 오르자마자 멧돼지 떼의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굵은 나무통만 한 멧돼지들이 송곳니를 드러내며 이빨을 갈고 있었다. 꽤나 위협적인 광경이었지만, 나는 전혀 동요하지 않았다. 오히려 입가에 장난스러운 미소가 걸렸다.

“흠, 제법이군. 하지만 나 전헌을 상대하기엔 역부족이지.”

나는 손에 기를 모았다. 붉은 기운이 손끝에서 피어오르더니, 이내 거대한 불꽃으로 변했다. ‘화염구!’

“크아아악!”

멧돼지 떼가 비명을 지르며 혼비백산했다. 나는 쉴 새 없이 불꽃을 날렸다. 멧돼지들은 불길에 타오르며 숲으로 도망쳤다. 순식간에 멧돼지 떼는 사라졌다. ‘훗, 역시 나는 천재라니까.’

마을로 돌아오자, 사람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주모는 감격에 겨운 표정으로 나에게 다가왔다.

“도사님! 정말 감사합니다! 저희 마을을 구해 주셨어요!”

“별것 아니오. 자, 약속한 대로 맛있는 음식과 술을 가져오시오.”

나는 껄껄 웃으며 말했다. 주모는 쏜살같이 달려가 음식을 준비했다. 곧이어, 늙은이가 술병을 들고 내 곁으로 다가왔다.

“도사님, 이 술을 드시고 힘내십시오.”

나는 늙은이에게 술을 건네받았다. 그때, 늙은이의 눈빛이 번뜩였다.

“도사님, 잠시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무슨 말이오?”

“저 멧돼지 떼 말입니다… 사실은… 마교의 짓입니다.”

“뭐라?”

내 입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마교라니. 나는 마교와는 엮이고 싶지 않았다.

“마교의 놈들이 이 마을을 혼란에 빠뜨리고… 무언가를 빼앗으려고 한 것입니다.”

늙은이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왠지 모를 불길한 예감에 휩싸였다. ‘이게 단순한 멧돼지 소동이 아니라고?’

“그렇다면… 그 마교 놈들은 어디로 갔소?”

“아무래도… 마을 사람들을 인질로 잡고 있는 것 같습니다.”

“뭐라고?”

나는 늙은이의 말을 듣고 곧바로 마을 사람들에게 달려갔다. 아니나 다를까, 마을 광장에는 마교의 복장을 한 무리들이 사람들을 위협하고 있었다. 그들의 우두머리로 보이는 남자는 차가운 눈빛으로 마을 사람들을 훑어보고 있었다.

“이 마을의 보물을 내놓아라. 그렇지 않으면… 이 마을은 모두 몰살당할 것이다.”

나는 마교 놈들의 우두머리를 향해 걸어갔다.

“어이, 거기. 보물이라면… 내가 가지고 있소.”

마교 놈들의 우두머리는 나를 힐끗 보더니 코웃음을 쳤다.

“네놈이 감히…!”

“흠, 험한 말을 하는군. 그럼… 내 힘을 보여주마.”

나는 손에 기를 모았다. 붉은 기운이 피어오르더니, 순식간에 거대한 용으로 변했다.

“크아아아!”

거대한 용이 포효하며 마교 놈들을 덮쳤다. 마교 놈들은 혼비백산하여 도망쳤지만, 용의 불길을 피할 수는 없었다. 순식간에 마교 놈들은 모두 불길에 휩싸여 사라졌다.

“휴, 귀찮은 일은 끝났군.”

나는 다시 붉은 기운을 거두었다. 마을 사람들은 나를 영웅처럼 바라보았다. 하지만 나는 그들의 시선을 애써 외면했다. ‘이제… 다시 떠나야겠다.’

주막으로 돌아오자, 주모는 나에게 음식을 대령했다. 나는 음식을 먹으며 곰곰이 생각했다. ‘마교… 왠지 찜찜하군.’

그때, 갑자기 주막 문이 열리더니, 웬 여인이 들어섰다. 새하얀 옷을 입고, 검은 머리를 늘어뜨린 아름다운 여인이었다. 그녀의 눈빛은 묘하게도 나를 향해 있었다.

“전헌… 당신을 드디어 찾았어요.”

여인의 목소리는 마치 요정의 노래처럼 아름다웠다. 나는 그녀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누구지?’

“나는… 천백화라고 해요. 당신의… 옛 연인.”

“뭐라고?”

나는 그녀의 말을 듣고 경악했다. 옛 연인이라니. 나는 그런 여자를 만난 적이 없었다.

“당신… 혹시 마교의 천마 아니오?”

“어떻게… 아셨죠?”

천백화는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나는 그녀의 말을 듣고 절로 한숨이 나왔다. ‘결국… 마교와 엮이고 말았군.’

“나는… 당신과 결혼하고 싶어요. 전헌.”

천백화는 단호하게 말했다. 나는 그녀의 말을 듣고 뒷골이 땡겼다. ‘아… 망했다.’

“미안하지만… 나는 그런 거 별로 관심 없소.”

“아니에요! 당신은 분명 저를 사랑할 거예요! 당신은 저를 피하고 있지만… 언젠가는 저에게 돌아올 거예요!”

천백화는 광적인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그녀의 눈빛에 등골이 오싹했다. ‘이 여자… 보통이 아니군.’

“아무튼… 나는 당신과 결혼할 생각 없소. 나는… 떠나야겠소.”

나는 서둘러 주막을 나섰다. 뒤에서 천백화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전헌! 어디 가요! 가지 마요! 내가 당신을… 내가 당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아요!”

나는 그녀의 목소리를 애써 무시하며 마을을 벗어났다. ‘휴… 이제 정말로 떠나야겠다.’

나는 다시 발길을 재촉했다. 하지만 내 마음속에는 묘한 불안감이 맴돌았다. ‘천백화… 그리고 마교… 왠지 앞으로 재미있는 일이 많이 생길 것 같군.’

나는 씁쓸하게 웃으며 험난한 중원 땅을 다시 걸었다. 나의 방랑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오히려… 이제 막 시작된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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