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

제1장: 의욕 없는 천재 도사, 전헌

주인공 전헌은 신선 아들이자 천재 도사지만, 아무 의욕 없이 세상을 유랑한다. 그의 목표는 그저 흥미로운 것을 찾는 것뿐. 그의 눈에 띄는 것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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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의욕 없는 천재 도사, 전헌

“에휴.”

한숨이 절로 나왔다. 아니, 사실은 일부러 낸 거다. 뭘 해도 시시하다는 듯, 세상만사가 귀찮다는 듯, 폼 좀 잡고 싶었거든. 그런데 폼 잡는 것조차 영 시원찮았다. 휑한 산등성이에 홀로 앉아 헐렁한 도포 자락을 펄럭이는 게 고작이었다.

내 이름은 전헌. 스스로를 ‘전설의 헌터’라고 칭하려다 ‘전헌’이라는, 좀 더 밋밋한 이름으로 정착한, 그런 도사다. 천재라는 말은 지겹도록 들었다. 신선 아들이라는 소문도 파다했다. 뭐, 사실이긴 하다. 근데 그게 뭐 대수인가. 어차피 아무것도 안 하고 사는 마당에.

“오늘도 날씨 좋네.”

하늘은 맑고 바람은 선선했다. 이런 날씨에 매화라도 꺾어 술이나 한잔해야 하는데, 그것마저 귀찮았다. 매화나무까지 가는 것도, 술병을 꺼내는 것도, 잔을 닦는 것도. 그냥 가만히 앉아 멍 때리는 게 제일 편했다.

“인생 뭐 있나. 그냥 흘러가는 대로 사는 거지.”

그렇게 중얼거리며 발끝으로 땅을 툭툭 찼다. 흙먼지가 몽글몽글 피어올랐다. 흙냄새가 코끝을 간질였다. “음, 흙냄새. 이것도 나쁘진 않군.”

나는 딱히 목표라는 게 없었다. 돈? 명예? 권력? 그런 건 나한테 아무 의미 없었다. 세상 돌아가는 꼴을 보아하니, 그런 걸 좇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피곤해 보였다. 나는 그냥, 내가 재미있는 일을 찾아서, 흥미로운 구경거리를 찾아다니는 게 좋았다. 마치 세상이라는 거대한 놀이터를 탐험하는 어린아이처럼. 물론, 어린아이보다는 훨씬 더 능글맞고, 때로는 위험한 장난을 좋아하는 어린아이지만.

“근데 오늘은 뭘 하고 놀아볼까.”

슬슬 지루해질 참이었다. 이대로 가다간 졸음이 쏟아질 판이었다. 그때, 산 아래에서 희미하게 소음이 들려왔다. 왁자지껄, 뭔가 시끄러운 소리.

“오호라, 재미있는 냄새가 나는군.”

나는 씩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헐렁한 도포는 나의 움직임에 따라 춤을 췄다. 엉성하게 묶은 머리에는 이미 며칠째 빗질 한 번 하지 않은 흔적이 역력했지만,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건, 저 아래에서 뭔가 흥미로운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산길을 내려가는 발걸음은 가벼웠다. 평소 같으면 굴러떨어지기라도 할 법한 험한 길이었지만, 내게는 그저 산책로일 뿐이었다. 잠시 후, 소리가 점점 더 커졌다. 사람들의 다급한 외침, 비명, 그리고 무언가 부딪히는 요란한 소리까지.

“싸움인가? 아니면 강도?”

나는 호기심에 눈을 반짝이며 산비탈을 내려갔다. 곧이어 시야가 트이며 작은 마을이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평화로운 마을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 마을 어귀는 이미 아수라장이 되어 있었다. 붉은색 복장을 한 무리들이 마을 사람들을 위협하며 재물을 빼앗고 있었다.

“마교 놈들인가.”

나는 혀를 찼다. 마교. 중원 무림을 뒤흔드는 악명 높은 집단. 그들의 붉은 옷은 공포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내 눈에는 그저, ‘좀 시끄럽게 구는’ 녀석들로 보일 뿐이었다.

“어이, 거기 붉은 옷 입은 친구들. 지금 대체 뭘 하고 있는 건가?”

나는 태연하게, 마치 산책 나온 길에 우연히 들른 사람처럼 그들에게 다가갔다. 내 목소리에 붉은 복장을 한 자들의 시선이 일제히 나에게 쏠렸다. 그들의 눈빛에는 경계심과 함께, ‘까불지 마라’는 듯한 오만함이 서려 있었다.

“이놈이! 네까짓 놈이 어디서 나타나서 시비를 거는 게냐!”

그중 하나가 칼을 뽑아 들고 나에게 달려들었다. 번개처럼 빠른 검술이었다. 하지만 내 눈에는 그저 느릿느릿 움직이는 벌레 같았다. 나는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고, 그저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콰앙!

그의 칼은 허공을 갈랐고, 그는 균형을 잃고 앞으로 고꾸라졌다. 그의 동료들은 잠시 당황한 듯 망설였다.

“저놈, 보통내기가 아니군!”

“흥. 도사 나부랭이가 어디서 수작질이야!”

그들은 서로를 보며 으르렁거렸다.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나부랭이라니, 서운한데. 나는 꽤나 유명한 도사인데.”

“웃기지 마라! 마교의 위세를 모르느냐!”

그들은 다시 한번 무기를 겨누었다. 이제 꽤나 진지하게 나를 상대하려는 모양이었다. 나는 슬슬 재미있어진다는 것을 느꼈다.

“그래, 마교라. 얼마나 대단한지 한번 볼까.”

나는 슬그머니 손을 허리춤으로 가져갔다. 내 주머니에는 언제나 작은 표주박 하나가 들어 있었다. 그 안에는 맑은 물이 담겨 있었는데, 이게 내 유일한 ‘무기’였다.

“이리 와라, 친구들아.”

나는 손짓으로 그들을 유혹했다. 붉은 복장을 한 무리들은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칼, 창, 검 등 온갖 무기가 나를 향해 날아들었다. 하지만 나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오히려 그들의 공격을 즐기는 듯했다.

“이번엔 좀 더 화끈하게 놀아볼까?”

나는 표주박을 꺼내 맑은 물을 살짝 뿌렸다.

쉭!

물방울이 허공에 흩뿌려지는 순간, 그것들은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변했다. 날카로운 비늘을 가진 물고기 떼로 변한 물방울들은 붉은 복장을 한 자들의 무기를 낚아채기 시작했다.

“뭐, 뭐냐 이게!” “크악! 내 칼!”

그들은 당황했다. 자신들의 무기가 물고기들에게 뜯어먹히고 있었으니까. 물고기들은 쉴 새 없이 그들의 무기를 물어뜯었고, 삽시간에 무기들은 형체를 잃어갔다.

“이, 이게 말도 안 돼!”

그들은 비명을 질렀다. 나는 그제야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어때, 내 물고기들이 좀 귀엽지 않나?”

그들은 나를 괴물 보듯 쳐다봤다. 공포에 질린 그들의 얼굴을 보니, 왠지 모를 희열이 느껴졌다.

“이제 슬슬 지루해지네.”

나는 표주박을 다시 주머니에 넣었다. 물고기들은 순식간에 다시 맑은 물로 돌아왔다. 붉은 복장을 한 자들은 이미 혼비백산하여 도망치기 시작했다.

“도망치는 건가? 너무하네. 이제 막 재미있어지려고 했는데.”

나는 그들의 뒷모습을 보며 헛웃음을 지었다. 마을 사람들은 여전히 얼어붙은 채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들의 눈빛에는 두려움과 함께, 약간의 경외심이 섞여 있었다.

“괜찮소. 이제 아무 일도 없을 것이오.”

나는 그들에게 옅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하지만 그들은 여전히 나를 낯선 존재로 여기는 듯했다. 뭐, 어쩔 수 없지. 나는 언제나 혼자였으니까.

“자, 그럼 나는 이만.”

나는 더 이상 그들과 엮이고 싶지 않았다. 이런 시시한 사건에 휘말리는 건 내 취향이 아니었다. 나는 다시 산길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다음엔 좀 더 재미있는 걸 찾아봐야지.”

산길을 오르며 나는 생각했다. 마교 놈들이라면 좀 더 골치 아픈 놈들이었을 텐데. 하지만 그들도 결국은 도망치기 바빴다. 역시 중원이라는 곳은, 내게 있어서는 너무나도 지루한 놀이터였다.

그때, 등 뒤에서 누군가 나를 불렀다.

“잠깐만요!”

나는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봤다. 마을 사람 중 한 명이 나에게 달려오고 있었다. 그는 땀을 뻘뻘 흘리며 내 앞에 섰다.

“감, 감사합니다. 저희를 구해줘서….”

그는 나에게 고개를 숙였다. 나는 그의 진심 어린 감사 인사에 잠시 멍하니 서 있었다.

“아, 아니오. 나는 그냥 지나가던 나그네일 뿐이오.”

나는 헛기침을 하며 시선을 피했다. 감사받는 것은 영 어색했다.

“그래도… 저희 마을을 구해주셨잖습니까. 뭐라도 대접해야 하는데…”

그는 어쩔 줄 몰라 하며 나를 바라봤다. 나는 그의 얼굴을 보며 왠지 모를 웃음이 나왔다.

“괜찮소. 당신들의 안전을 확인했으니, 그것으로 충분하오.”

나는 그의 어깨를 툭툭 두드리고는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그럼, 안녕히 계시오.”

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산길을 올랐다. 마을 사람들의 시선이 여전히 나에게 꽂혀 있다는 것을 느꼈지만, 나는 개의치 않았다. 나는 그저, 다음 목적지를 향해 나아갈 뿐이었다.

“흠, 이제 어디로 가볼까.”

나는 산 정상에 올라 탁 트인 중원의 풍경을 바라봤다. 끝없이 펼쳐진 산맥과 푸른 하늘. 그 어디에도 나의 흥미를 끌 만한 것은 보이지 않았다.

“역시, 중원은 지루해.”

나는 다시 한번 한숨을 내쉬었다. 천재라는 타이틀, 신선 아들이라는 비밀, 그런 것들은 나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나는 그저, 이 지루한 세상을 유랑하며, 언젠가 나를 웃게 만들 무언가를 찾고 있을 뿐이었다.

그때, 저 멀리 지평선 너머에서 무언가 희미하게 빛나는 것을 보았다. 마치 불꽃 같기도 했고, 별똥별 같기도 했다.

“오호, 저건 뭐지?”

나는 눈을 가늘게 떴다. 그것은 분명, 방금 전의 마교 놈들과는 다른, 훨씬 더 흥미로운 무언가였다.

“좋아, 저곳으로 가보자.”

나는 새로운 목적지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나의 방랑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아니, 어쩌면 이제 막 시작된 것일지도 몰랐다. 이 지루한 세상에서, 나만의 재미를 찾아 떠나는 나의 여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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