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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2

제2장

제국으로 돌아온 이벨린은 전쟁 준비에 분주한 가운데, 카시안 역시 황국에서 전장으로 향한다. 엘리자베스는 카시안에게 냉철한 조언을 건네며 전쟁의 무게를 강조한다. 두 사람은 각자의 책임 속에서 서로를 떠올리지만, 적으로서의 운명을 받아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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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벨린 에르하르트는 제국 성의 긴 복도를 걸었다. 발걸음 하나하나가 무거웠다. 전보의 내용은 이미 제국 전역에 퍼져 있었다. 황국이 선전포고를 했다. 그녀의 손에는 전장 지도가 들려 있었다.

“황녀 전하.”

한 관리가 다가와 허리를 숙였다. “황제 폐하께서 대전으로 모시라 하셨습니다.”

이벨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은발은 어둠 속에서도 희미하게 빛났지만, 눈동자는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 그녀는 카시안을 생각했다. 그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지. 하지만 곧 생각을 접었다. 그것은 약함이었다.

대전에 도착하자, 아버지인 황제가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의 얼굴은 피로로 가득했다.

“이벨린.” 그의 목소리는 낮았다. “황국이 북쪽 국경을 넘었다. 우리는 맞서야 한다.”

“네, 아버지.” 그녀의 대답은 짧았다.

황제는 그녀를 오랫동안 바라보았다. “네가 아카데미에서 보낸 시간이 헛되지 않기를 바란다. 너는 제국의 미래다.”

이벨린은 고개를 숙였다. 그 말 속에 숨겨진 의미를 그녀는 알고 있었다. 그녀는 결혼을 통해 동맹을 강화해야 했다. 하지만 그 마음은 이미 다른 곳에 있었다.

같은 시간, 황국의 수도 발테리온.

카시안 발테리온은 성의 탑 위에 서 있었다. 아래로는 병사들이 전쟁 준비에 분주했다. 그의 얼굴에는 아무런 감정도 드러나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손은 난간을 꽉 움켜쥐고 있었다.

“카시안.”

뒤에서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렸다. 돌아보니 고모 엘리자베스가 서 있었다. 검은 머리는 단정하게 묶여 있었고, 그녀의 눈은 냉철했다.

“고모님.”

엘리자베스는 그의 옆으로 다가와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전쟁이 시작됐다. 네 마음은 정리되었느냐?”

카시안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가 계속 말했다. “이벨린 에르하르트. 그 황녀를 아직도 생각하는 것이냐?”

그가 고개를 돌렸다. “고모님, 그건…”

“멈춰라.” 엘리자베스의 목소리는 차가웠다. “네 감정은 황국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 그녀는 이제 적이다. 그 사실을 잊지 마라.”

카시안은 침묵했다. 그는 창밖을 바라보았다. 북쪽 하늘이 어둡게 물들고 있었다.

“알고 있습니다.” 그가 마침내 말했다. “하지만 잊는 것과 모르는 것은 다릅니다.”

엘리자베스는 한숨을 쉬었다. “그래, 그것이 네가 강한 이유다. 하지만 그 강함이 약점이 되어서는 안 된다.”

그녀는 돌아서서 떠나려다 멈췄다. “전장에서 다시 만나게 된다면, 너는 선택해야 한다. 나라인가, 사랑인가. 그 선택이 네 운명을 결정할 것이다.”

그녀가 떠난 후, 카시안은 혼자 남았다. 바람이 그의 금발을 흩뜨렸다. 그는 주먹을 꽉 쥐었다.

그날 밤, 이벨린은 자신의 방에 홀로 앉아 있었다. 책상 위에는 낡은 책이 놓여 있었다. 아카데미에서 가지고 온 바로 그 책이었다. 그녀는 천천히 페이지를 넘겼다. 그 안에는 카시안이 남긴 작은 메모가 있었다. 짧은 문장이었다.

“후회하지 않는다.”

그 글자를 읽으며 그녀의 눈가가 뜨거워졌다. 하지만 그녀는 눈물을 참았다. 그녀는 일어나 창문을 열었다. 차가운 밤공기가 들어왔다.

그녀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별들은 무심히 빛나고 있었다. 그녀는 생각했다. 언젠가, 그와 다시 마주할 날이 올 것이다. 그때는 칼을 맞댈 것이다. 하지만 그 마음만은 접지 않으리라.

그녀의 손이 가볍게 책갈피를 스쳤다. 거기에는 그가 써넣은 또 다른 문장이 있었다.

“그래도 나는 너를 믿는다.”

이벨린은 미소 지었다. 그것은 반역이었다. 하지만 그 반역이 그녀를 살게 했다.

그리고 전장의 북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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