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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

제1장

아카데미 졸업을 앞둔 이벨린은 카시안과의 마지막 만남에서 서로의 운명을 받아들이지만, 떠나는 그를 붙잡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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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야 한다는 걸 알고 있었어.”

이벨린 에르하르트는 아카데미 도서관의 고요한 공간에서 창밖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은빛 머리카락이 희미한 달빛에 반짝였다. 그녀의 손끝에는 낡은 책 한 권이 들려 있었지만, 눈은 전혀 다른 곳을 향하고 있었다.

졸업식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그날이 오면 그녀는 제국으로 돌아가고, 카시안 발테리온은 황국으로 돌아간다. 적국의 황녀와 황태자. 그들의 사랑은 처음부터 불가능했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그녀는 돌아보지 않아도 누군지 알 수 있었다.

“이벨린.”

카시안의 목소리는 낮고 무거웠다. 그는 그녀 옆에 서서 같은 창밖을 바라보았다. 짙은 금발이 어둠 속에서도 선명했다.

“우리 마지막인가요?” 그녀가 물었다. 목소리는 떨리지 않도록 애써 담담하게.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그녀의 손을 조심스럽게 잡았다. 그의 손은 차갑고 단단했다.

“네 나라와 내 나라가 전쟁을 준비하고 있어.” 그가 말했다. “우린 선택할 수 없어.”

이벨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알고 있었다. 책임이라는 무게가 그들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다는 것을. 그녀의 백성들은 그녀가 강해야 한다고 믿었다. 카시안의 백성들은 그가 냉철해야 한다고 기대했다.

“카시안.” 그녀가 그의 이름을 불렀다. 그것만으로도 가슴이 저렸다. “그래도 나는… 이 순간을 후회하지 않아요.”

그가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에는 깊은 슬픔이 어려 있었다. 그리고 다정함이. 그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는 그 눈빛을 그녀는 알고 있었다.

“나도 후회하지 않아.” 그가 말했다. “하지만 이게 끝이야.”

그는 그녀의 손을 놓았다. 그 순간, 이벨린은 무언가 영원히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그가 도서관을 나서려 할 때, 그녀가 말을 꺼냈다.

“카시안.”

그가 멈춰 섰다.

“우리가 다시 만나게 된다면… 그땐 적으로 만나게 될까요?”

그는 오랫동안 침묵했다. 마침내 대답했다.

“그렇겠지.”

그리고 문이 닫혔다.

이벨린은 혼자 남아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별빛이 차갑게 빛나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마음을 접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사랑은 반역이었지만, 그 반역이 그녀를 살게 했다.

며칠 후, 졸업식이 끝나고 그녀는 제국으로 돌아가는 마차에 올랐다. 그녀의 손에는 그날 도서관에서 읽던 책이 들려 있었다. 카시안이 남긴 흔적은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알았다. 그가 없어도 그의 기억은 그녀 안에 살아 있다는 것을.

마차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때, 급히 달려오는 말발굽 소리가 들렸다. 이벨린이 마차 창문을 열고 바라보았다.

먼지 속에서 한 기병이 다가오고 있었다. 제국의 군복을 입고 있었다. 그의 얼굴은 창백했고, 손에는 긴급 전보가 들려 있었다.

“황녀 전하!” 기병이 외쳤다. “황국이 선전포고를 했습니다. 전쟁이 시작되었습니다!”

이벨린의 가슴이 얼어붙었다. 그녀의 손에서 책이 떨어졌다.

그녀는 고개를 돌려 아카데미가 있는 방향을 바라보았다. 그곳은 이미 멀어져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마음은 아직 거기에 있었다. 카시안과 함께.

이제 그들은 적이었다.

마차 안의 공기는 무겁게 가라앉았다. 이벨린은 떨리는 손으로 책을 집어 들었지만, 글자들은 흐릿하게만 보였다. 창밖으로 스치는 풍경처럼, 그녀의 마음도 혼란 속에 휩싸였다. 적이 된 그와의 기억들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그러나 그리움은 사라지지 않았다. 가슴 깊은 곳에서, 여전히 그의 이름을 부르고 있었다. 운명이 갈라놓아도, 그 사랑은 여전히 그녀의 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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