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3
제3장 — 북소리와 첫 만남
이벨린은 전장의 북소리를 들으며 아카데미에서 카시안을 처음 만났던 순간을 떠올린다. 그 기억은 달콤하면서도 쓰라리다. 현실로 돌아온 그녀는 전쟁의 무게를 다시금 느끼며,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인다.
북소리가 멈추지 않았다.
이벨린은 창가에 서서 어둠 속으로 시선을 던졌다. 멀리서 들려오는 둔탁한 울림은 전장의 서막을 알리는 신호였다. 그 소리는 가슴속 깊이 울려 퍼졌고, 그 순간 그녀의 기억은 과거로 거슬러 올라갔다.
아카데미의 첫날이었다.
햇살이 쏟아지던 도서관, 책 냄새가 가득한 공간. 그녀는 서가 사이를 걸으며 낯선 환경에 적응하려 애쓰고 있었다. 그때 누군가가 그녀의 어깨를 툭 쳤다. 돌아보니 금발의 청년이 서 있었다. 그의 눈은 날카로웠지만, 입가에는 희미한 미소가 번지고 있었다.
"길을 잃으셨나요?"
그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그 속에 숨겨진 호기심을 그녀는 느꼈다.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그냥 둘러보고 있었을 뿐입니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손에 든 책을 내밀었다. "이 책, 재미있습니다. 추천해 드리고 싶군요."
그것이 그들의 첫 대화였다. 그날 이후로 그들은 자주 도서관에서 마주쳤고,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그는 지적이었고, 그녀에게 새로운 시각을 열어주었다. 하지만 그때는 몰랐다. 그가 적국의 황태자라는 것을. 그리고 그 사랑이 얼마나 큰 대가를 치르게 될지를.
북소리가 다시 한 번 크게 울렸다.
이벨린은 눈을 깜빡이며 현실로 돌아왔다. 손에 쥔 책갈피가 그의 필체를 스치고 지나갔다. "후회하지 않는다." 그 문장이 그녀의 가슴을 저릿하게 했다.
그녀는 깊은 숨을 들이마셨다. 추억에 빠져 있을 시간이 없었다. 전쟁은 이미 시작되었고, 그녀는 제국의 황녀로서 책임을 다해야 했다. 그녀는 책을 덮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문 밖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이내 노크 소리가 났다.
"황녀 전하, 황제 폐하께서 전쟁 회의에 참석하라 명하셨습니다."
이벨린은 대답했다. "알겠다. 곧 가겠다."
그녀는 마지막으로 책을 한 번 더 바라보았다. 그 속에 담긴 그의 말은 그녀의 마음에 작은 불씨를 남겼다. 하지만 그 불씨는 조심스럽게 품어야 했다. 그것이 반역이 될지라도, 그녀는 자신의 길을 걸어가야 했다.
북소리는 여전히 울려 퍼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