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3
카운터의 증폭
김현의 또 다른 능력, 카운터. 타이밍에 맞춰 공격하면 상대의 공격이 2~10배 증폭된다. 그는 이 능력을 극한으로 활용하여 상위도전자을 쓰러뜨린다. 짜릿한 도파민을 느끼며 성장한다.
차가운 금속 바닥에 땀방울이 흩뿌려졌다. 김현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상대를 노려보았다. 붉게 달아오른 눈빛, 팽팽하게 긴장된 근육, 그리고 그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듯한 푸른 눈동자. 지금까지 상대했던 이들과는 차원이 다른 기운이었다. ‘상위 도전자’라는 이름값은 결코 허울이 아니었다.
“재미있군.”
상대의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걸렸다. 그의 몸은 금속과 살점이 기묘하게 뒤섞여 있었고, 움직일 때마다 둔탁한 기계음이 울려 퍼졌다. 퓨어 타입과는 다른, 묵직함이 느껴지는 존재였다. 하퍼. 몸의 절반 이상이 기계로 대체된, 인간의 감정이 희미해진 존재.
“네놈의 푸른 눈, 꽤나 쓸모 있겠지.”
하퍼가 묵직한 팔을 들어 올렸다. 그의 손은 거대한 금속 클로로 변형되었고, 그 끝에서는 푸른빛의 에너지가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김현은 본능적으로 위험을 감지했다. 푸른 눈이 그의 머릿속에 수십, 수백 개의 미래를 그려냈다. 클로가 뻗어오는 궤적, 피해야 할 각도, 반격의 타이밍. 하지만 이번에는 그저 피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했다.
‘이대로라면… 질 수도 있어.’
김현은 이를 악물었다. 푸른 눈이 보여주는 최적의 미래는 언제나 ‘생존’에 맞춰져 있었다. 하지만 지금, 그는 생존 그 이상을 원했다. 짜릿한 쾌감, 뇌를 자극하는 도파민. 싸움 그 자체에서 오는 즐거움을 갈망했다.
“더 세게, 더 화끈하게!”
김현은 외쳤다. 그의 외침에 하퍼의 눈썹이 미세하게 움직였다.
“흥, 건방진 녀석.”
하퍼의 클로가 맹렬하게 김현을 향해 날아들었다. 푸른 눈이 다시 한번 미래를 띄웠다. 피할 수 있는 경로는 명확했지만, 김현은 그 길을 선택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하퍼의 공격이 자신에게 닿기 직전, 찰나의 순간을 노렸다.
‘지금이다!’
김현은 몸을 날렸다. 하퍼의 클로가 그의 턱을 스치듯 지나갔다. 아슬아슬한 회피였다. 하지만 김현의 목표는 회피가 아니었다. 그는 하퍼의 공격이 최대치에 달하는 바로 그 순간, 그의 복부에 주먹을 날렸다.
“카운터!”
그의 외침과 함께, 김현의 주먹에서 붉은 빛이 폭발적으로 터져 나왔다. 마치 룰렛이 돌아가듯, 그의 능력 ‘카운터’가 발동된 것이다. 하퍼의 푸른 에너지가 담긴 클로의 공격이 김현의 주먹과 충돌하며 엄청난 폭발을 일으켰다.
콰아앙!
콜로세움 전체를 뒤흔드는 굉음이었다. 김현의 카운터는 단순히 상대의 공격을 되받아치는 것이 아니었다. 타이밍에 맞춰 공격할 경우, 상대의 공격 에너지를 흡수하여 2배에서 최대 10배까지 증폭시켜 되돌려주는 능력. 지금, 김현의 카운터는 하퍼의 공격을 정확히 7배로 증폭시켜 그의 몸에 되돌려 보내고 있었다.
“크윽!”
하퍼의 몸이 휘청였다. 예상치 못한 반격에 그는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섰다. 그의 금속 팔 부분에 검게 그을린 자국이 선명하게 새겨져 있었다.
“이… 이게 무슨…?”
하퍼의 눈에 당혹감이 스쳤다. 그는 수많은 각성자들과 싸워왔지만, 이토록 기묘하고 강력한 반격은 처음이었다.
김현은 씩 웃었다. 등골을 타고 짜릿한 전율이 흘렀다. 이것이 바로 그가 원하던 감각이었다. 위험을 감수하고, 한계를 시험하며, 예측 불가능한 결과에 몸을 맡기는 짜릿함.
“더 보여줄까?”
김현은 다시 한번 하퍼에게 달려들었다. 푸른 눈은 여전히 냉정하게 미래를 제시하고 있었다. 하지만 김현의 마음은 이미 도파민의 파도에 휩쓸려 있었다. 그는 푸른 눈이 보여주는 ‘안전한’ 길 대신, 더욱 위험하고 아슬아슬한 길을 택했다. 상대의 공격을 최대한 흘려내고, 카운터의 타이밍을 잡기 위해 자신의 몸을 극한으로 몰아붙였다.
하퍼는 당황했지만, 이내 본능적으로 대응하기 시작했다. 그의 기계 몸은 학습 능력이 뛰어났다. 김현의 움직임, 카운터의 발동 타이밍을 분석하며 반격의 패턴을 바꾸었다. 둔탁했던 공격은 더욱 날카로워졌고, 예측 불가능한 궤적을 그리며 김현을 압박했다.
김현은 계속해서 하퍼의 공격을 받아내고, 흘려내고, 그리고 카운터를 날렸다. 3배, 5배, 때로는 9배까지. 콜로세움은 두 사람의 격렬한 싸움으로 인해 끊임없이 폭발음과 금속 마찰음으로 가득 찼다. 관중석에서는 환호성과 탄식이 교차했다.
“저 녀석, 미쳤군!” “하지만… 저런 싸움은 처음 봐!” “푸른 눈의 예언을 거스르는 건가?”
김현은 관중들의 함성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그의 모든 감각은 오직 눈앞의 하퍼에게 집중되어 있었다. 그의 푸른 눈은 하퍼의 공격 패턴을 분석하고, 그의 몸은 최적의 회피와 반격을 계산했다. 그리고 그의 심장은… 지금 이 순간을 위해 뛰고 있었다.
‘더… 더 강하게!’
김현은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고 있었다. 카운터의 증폭률이 높아질수록, 그의 몸에 가해지는 부담 역시 커졌다. 근육이 비명을 질렀고, 뼈가 삐걱거리는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하지만 그는 멈출 수 없었다. 이 짜릿한 고통 속에서, 그는 자신을 더욱 강하게 만들고 있었다.
하퍼의 공격이 더욱 거세졌다. 그의 몸 곳곳에서 에너지가 분출되며 광범위한 공격을 퍼부었다. 김현은 푸른 눈이 제시하는 수많은 미래 속에서, 가장 위험하지만 가장 효과적인 길을 선택했다. 그는 하퍼의 모든 공격을 정면으로 받아내며, 자신의 몸을 방패 삼아 카운터의 힘을 극한으로 끌어올렸다.
‘마지막이다!’
김현은 모든 에너지를 한 점에 집중시켰다. 그의 푸른 눈이 섬광처럼 빛났다. 카운터의 룰렛이 맹렬하게 돌아갔다. 이번에는 10배. 그의 주먹에서 터져 나온 에너지는 하퍼의 모든 공격 에너지를 집어삼키고, 그의 몸을 향해 맹렬하게 되돌아갔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지금까지의 폭발과는 차원이 다른, 거대한 폭음이 콜로세움을 집어삼켰다. 콜로세움 바닥에 균열이 생겼고, 관중석까지 충격파가 전달되었다.
먼지가 가라앉자, 하퍼는 콜로세움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그의 몸은 심하게 그을리고 부서져 있었다. 더 이상 움직일 수 없어 보였다.
김현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의 몸은 만신창이였다. 온몸이 멍투성이였고, 숨쉬는 것조차 고통스러웠다. 하지만 그의 입가에는 승자의 미소가 번졌다.
‘해냈어…!’
그는 콜로세움의 심판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심판은 망설임 없이 그의 이름을 불렀다.
“승자, 김현!”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김현은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그의 푸른 눈은 여전히 빛나고 있었지만, 이전과는 조금 다른 빛이었다. 단순한 예측을 넘어, 무언가 더 깊은 것을 담고 있는 듯한 눈빛.
‘이것이… 나의 싸움 방식.’
그는 자신의 능력을, 그리고 자신을 더욱 깊이 이해하기 시작했다. 푸른 눈의 예언은 그저 미래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그 미래를 어떻게 만들어갈지 선택할 수 있는 힘을 주는 것이었다. 그리고 카운터는… 단순한 증폭기가 아니라, 자신의 의지를 담아 상대를 압도하는 무기였다.
그때, 그의 시선이 관중석 어딘가에 멈췄다. 류진이었다. 그의 라이벌이자, 그가 동경하는 존재. 류진은 아무런 표정 없이 김현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눈빛은 마치 얼음처럼 차가웠지만, 그 깊은 곳에는 알 수 없는 감정이 소용돌이치고 있는 듯했다.
김현은 류진을 향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류진 역시 천천히, 하지만 분명하게 고개를 끄덕여 화답했다. 그들의 눈빛이 허공에서 얽혔다. 앞으로 펼쳐질 싸움에 대한 예고, 그리고 서로를 향한 복잡한 감정의 교류였다.
김현은 다시 한번 자신의 몸을 느꼈다. 짜릿함은 여전히 남아 있었지만, 그 뒤편에는 알 수 없는 피로감과 함께, 새로운 깨달음이 자리 잡고 있었다. ‘카운터’라는 능력은 그저 공격을 증폭시키는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자신의 의지, 자신의 투지를 상대에게 되돌려주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투지는, 상대를 쓰러뜨리는 것뿐만 아니라, 자신을 더욱 강하게 만드는 동력이었다.
‘다음은… 더 강한 녀석을 상대해야겠지.’
그는 콜로세움을 나섰다. 그의 발걸음은 무거웠지만, 그의 마음은 그 어느 때보다 가벼웠다. 새로운 시대, 새로운 싸움. 그는 그 속에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살아남고, 성장해나갈 것이다. 그의 푸른 눈은 이미 다음 싸움을 예견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카운터는, 그 싸움을 더욱 짜릿하게 만들 준비가 되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