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
새로운 시대의 서막
마수 토벌 후 73%가 각성자가 된 인류. 각성자, 기계인간, 오리지너의 시대가 열린다. 주인공 김현, 17세 각성자의 능력은 푸른 눈과 카운터. 그는 새로운 시대의 격동 속으로 뛰어든다.
차가운 새벽 공기가 뺨을 스쳤다. 김현은 낡은 창문을 열고 밖을 내다보았다. 아직 어둠이 짙게 깔린 도시 위로, 희미한 가로등 불빛이 길게 늘어져 있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이 도시는 마수들의 포효와 절규로 가득했지만, 이제는 그 흔적조차 찾아보기 힘들었다. 73%. 인류의 73%가 각성자가 되었다는 소식은 세상을 뒤흔들었다. 더 이상 마수 사냥이 인류의 주요 과제가 아니었다. 이제는 각성자, 기계인간, 그리고 태생적으로 뛰어난 감각을 지닌 오리지너들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시대, ‘쉐어’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또 멍하니 있냐?"
등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김현은 피식 웃으며 고개를 돌렸다. 류진이었다. 언제나처럼 날카로운 눈빛으로 김현을 꿰뚫어 보는 듯한 시선. 하지만 그 안에는 묘한 동경심이 뒤섞여 있었다.
"보고 있었어. 달라진 세상."
류진은 김현의 어깨를 툭 치며 말했다.
"달라진 건 세상이 아니라 너야, 김현. 이제 네 앞에 펼쳐질 건 마수들이 아니라, 너와 같은, 혹은 너보다 더 강한 존재들이겠지."
류진의 말에 김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17년간 평범한 인간으로 살아왔던 자신에게, 푸른 눈과 카운터라는 능력은 마치 선물과도 같았다. 푸른 눈은 상대의 기를 읽어 가장 적합한 미래를 보여주었고, 카운터는 타이밍에 맞춰 공격하면 상대의 공격을 2배에서 10배까지 증폭시켜 되돌려주는 능력. 이 두 가지 능력만 있다면, 그는 이 새로운 세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도 몰랐다. 아니, 살아남는 것을 넘어, 이 격동의 시대를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김현은 생각했다. 전투에서 느껴지는 짜릿함, 도파민의 폭발적인 분출. 그것이야말로 김현이 갈망하는 것이었다.
"콜로세움, 가야지?"
류진의 질문에 김현은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오리지너 전용 콜로세움. 그곳은 류진과 같은, 타고난 전투 감각을 가진 자들의 무대였다. 각성자 전용 콜로세움, 기계인간 전용 콜로세움. 그리고 모든 인간이 대결할 수 있는 진 콜로세움까지. 쉐어는 이제 거대한 경기장이 되었다.
"네가 먼저 가 있어. 준비 좀 하고."
류진은 씩 웃으며 김현의 등을 떠밀었다. 김현은 류진의 뒷모습을 보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류진은 라이벌이자, 어쩌면 가장 가까운 친구일지도 몰랐다. 그의 능력은 김현과는 다른 종류의 경이로움이었다. 비정상적인 적응력, 한번 본 것은 거의 잊지 않는 기억력. 류진은 이 쉐어 세계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이해하고, 헤쳐나갈 것이다.
김현은 자신의 방으로 돌아왔다. 낡은 책상 위에는 며칠 전까지 마수 토벌 작전에서 사용했던 장비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김현은 그 사이에서 자신의 각성자 등록증을 집어 들었다. 푸른 눈과 카운터. 이 두 가지 능력이 자신을 어떻게 이끌어갈지, 김현은 기대감에 부풀었다.
"김현! 준비 다 됐어?"
그때, 문밖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리아였다. 그녀는 몸의 30%가 기계로 이루어진 기계인간, 퓨어였다. 뛰어난 분석력과 정보 수집 능력을 가진 아리아는 김현의 든든한 파트너였다.
"어, 이제 나가려고."
김현이 대답하며 방을 나섰다. 복도에는 이미 아리아가 서 있었다. 그녀의 푸른색 기계 팔이 햇빛을 받아 반짝였다.
"오늘도 류진이랑 같이 가는 거야?"
아리아의 목소리에는 묘한 질투심이 섞여 있었다. 김현은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응. 오늘은 오리지너 콜로세움에 갈 거야. 류진이랑 같이."
아리아는 잠시 말없이 김현을 바라보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 그럼 나도 같이 갈게. 분석해야 할 것도 있고."
그녀의 말에 김현은 고마움을 느꼈다. 아리아는 단순히 파트너를 넘어, 김현에게 있어 가족과도 같은 존재였다. 그녀의 제작자인 박사님은 김현에게 멘토이자 조력자였다. 박사님은 쉐어 세계의 균형을 되찾고, 인간과 기계인간의 평화로운 공존을 실현하고자 노력하는 분이었다.
셋은 함께 콜로세움으로 향했다. 도시는 이미 각성자, 기계인간, 그리고 오리지너들로 활기 넘쳤다. 사람들의 눈빛에는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희망과 야망이 뒤섞여 있었다. 마수 토벌이라는 공동의 목표가 사라진 지금, 사람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이 새로운 시대를 살아가고 있었다.
오리지너 전용 콜로세움은 웅장했다. 거대한 경기장 주위로 수많은 관중들이 자리하고 있었고, 그들의 함성은 경기장 전체를 뒤흔들었다. 김현은 류진과 함께 관중석에 앉아 경기를 관람했다. 오리지너들의 전투는 격렬하고도 아름다웠다. 그들의 움직임 하나하나에는 수많은 경험과 훈련이 녹아 있었다.
"저 정도 실력이면… 나도 저렇게 될 수 있을까?"
김현은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그의 푸른 눈이 경기장 안의 오리지너들을 훑었다. 상대의 기를 읽고, 최적의 미래를 예측하는 능력. 하지만 그것이 곧 완벽한 승리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었다. 카운터 능력 역시 타이밍이 중요했다. 단 한순간의 실수가 패배로 이어질 수 있었다.
"걱정 마, 김현. 넌 할 수 있어."
아리아가 김현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 그녀의 손은 차가웠지만, 그 안에는 따뜻한 격려가 담겨 있었다.
"네 푸른 눈은 단순한 예측을 넘어선 뭔가를 보여줄 거야. 그리고 카운터는… 네게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줄 거고."
아리아의 말에 김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류진을 돌아보았다. 류진은 이미 경기장에 빠져들어 있었다. 그의 눈은 날카롭게 빛나고 있었고, 그의 몸은 다음 경기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는 듯했다.
"류진, 너도 곧 나갈 거지?"
김현의 질문에 류진은 고개를 돌려 김현을 바라보았다.
"그래. 내 차례야."
류진은 자리에서 일어나 경기장으로 향했다. 그의 뒷모습은 마치 전사 같았다. 김현은 류진의 등 뒤에 대고 외쳤다.
"이겨!"
류진은 뒤돌아보지 않고 손을 흔들었다. 김현은 그의 모습이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멍하니 서 있었다.
류진의 경기는 시작되었다. 그의 상대는 노련한 오리지너였다. 류진의 움직임은 빠르고 날카로웠다. 그는 상대의 공격을 피하며 빈틈을 노렸다. 김현은 숨을 죽이고 경기를 지켜보았다. 류진의 전투 센스는 경이로웠다. 마치 수백 번의 전투를 경험한 듯, 그의 움직임에는 망설임이 없었다.
"저건…!"
김현은 류진의 눈빛이 순간적으로 변하는 것을 보았다. 그의 눈동자가 붉게 빛나더니, 상대의 다음 공격을 정확히 예측했다. 류진은 그 예측을 바탕으로 완벽한 반격을 성공시켰다. 관중들의 함성이 터져 나왔다.
"대단해…"
김현은 감탄하며 중얼거렸다. 류진은 그의 전투 감각과 적응력으로 쉐어 세계를 헤쳐나갈 것이다. 그의 비밀, 쉐어 세계의 어두운 진실에 대한 단서. 그것이 무엇인지는 아직 알 수 없었지만, 김현은 류진이 언젠가 그 비밀을 밝혀낼 것이라고 믿었다.
경기가 끝나고 류진이 승리의 포효를 내지르며 경기장을 내려왔다. 그는 김현과 아리아에게 다가와 씩 웃었다.
"봤지? 이게 오리지너의 실력이다."
"대단했어, 류진."
김현은 진심으로 칭찬했다. 류진은 김현의 어깨를 툭 치며 말했다.
"다음은 네 차례야, 김현. 네 푸른 눈과 카운터가 얼마나 대단한지 보여줘."
김현은 류진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그의 차례였다. 각성자 전용 콜로세움. 그의 푸른 눈과 카운터 능력을 시험할 무대.
김현은 아리아와 함께 각성자 전용 콜로세움으로 향했다. 이곳의 분위기는 오리지너 콜로세움과는 사뭇 달랐다. 각성자들은 저마다 독특한 능력을 가지고 있었고, 그들의 에너지는 경기장 전체를 감돌았다.
"준비됐어?"
아리아가 김현의 손을 잡으며 물었다. 김현은 그녀의 손을 꽉 잡으며 대답했다.
"응. 이제 시작이야."
김현의 경기가 시작되었다. 그의 상대는 강력한 에너지를 방출하는 각성자였다. 김현은 푸른 눈으로 상대의 기를 읽었다. 그의 눈앞에 수많은 미래가 펼쳐졌다. 상대의 공격 패턴, 자신의 반격 타이밍. 모든 것이 명확하게 보였다.
"카운터!"
김현은 상대의 공격이 자신에게 닿는 순간, 타이밍에 맞춰 공격했다. 그의 주먹이 상대의 에너지 파동과 충돌했다. 룰렛이 돌아가는 듯한 짜릿한 감각. 그의 카운터 능력이 발동되었다. 상대의 공격은 5배로 증폭되어 되돌아갔다. 상대는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관중들의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김현은 짜릿한 쾌감을 느꼈다. 이것이 바로 그가 원하던 도파민이었다. 그는 승리의 기쁨에 취해 앞으로 나아갔다.
하지만 그 순간, 김현의 푸른 눈에 이상한 빛이 감돌았다. 그의 눈앞에 펼쳐지는 미래가 이전과는 달라졌다. 단순한 예측을 넘어, 무언가 더 깊은 의미를 가진 듯한 느낌. 그의 카운터 능력 역시 불안정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마치 폭주할 듯한 위험한 기운.
"…이게 뭐지?"
김현은 혼란스러움을 느꼈다. 그의 능력은 완벽해 보였지만, 동시에 알 수 없는 위협을 내포하고 있었다. 그의 비밀, 오리지너와 다른 종족의 피가 섞였다는 사실. 그것이 그의 능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것일까.
그때, 김현의 눈앞에 한 남자의 모습이 나타났다. 날카로운 눈빛, 굳게 다문 입술. 류진이었다. 하지만 이전과는 다른, 훨씬 더 강렬하고 위협적인 모습이었다.
"김현… 너도 곧 알게 될 거야."
남자의 목소리가 귓가에 울려 퍼졌다. 그 목소리는 류진의 것이었지만, 어딘가 차갑고 낯설었다.
김현은 정신을 차렸다. 그는 경기장 한가운데 서 있었다. 관중들의 함성은 여전히 뜨거웠지만, 김현의 마음속에는 불안감이 자리 잡았다. 그의 푸른 눈은 여전히 미래를 보여주고 있었지만, 이제 그 미래는 단순한 승리를 넘어선, 거대한 운명의 소용돌이를 예고하고 있었다.
그는 새로운 시대의 서막에 서 있었다. 각성자, 기계인간, 그리고 오리지너들이 뒤섞여 만들어가는 쉐어의 시대. 김현은 자신의 능력과 함께, 이 격동의 시대를 헤쳐나가야만 했다. 그의 여정은 이제 막 시작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