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5
떠나온 고향, 남아있는 사람들
화자는 자신이 떠나온 고향의 모습을 회상하며, 그곳에 남은 사람들이 겉으로는 체제를 외치면서도 내면적으로는 자유를 갈망하는 모순적인 삶을 살고 있음을 이야기한다. 그들은 자신들이 처한 현실의 부조리를 인지하지 못한 채, 막연한 욕구에 이끌린다.
고향을 떠나온 지 벌써 몇 해가 흘렀을까. 시간의 강물은 쉼 없이 흘러, 잊을 만하면 가슴 한구석을 시큰거리게 하는 그리움의 파편들을 부서뜨려 놓았다. 사람들은 흔히 ‘꿈에도’라는 말을 빌려 자신이 얼마나 간절한 마음을 품고 있는지 토로하곤 한다. “꿈에라도 가보고 싶은 고향”이라던가. 그만큼 고향이라는 단어는 누군가에게는 찬란했던 추억의 집이고, 또 누군가에게는 가슴 시린 사연들이 켜켜이 쌓인 아픈 기억의 둥지이기도 하다. 죽기 전에 꼭 한 번 다시 밟아보고 싶은 땅이기도 하고, 꿈에서라도 그 얼굴을 보고 싶은 그리운 사람이기도 하다. 반대로, 그 이름만 들어도 고개를 돌리고 싶을 만큼, 차마 떠올리고 싶지도 않은 곳이기도 하다.
사진 속에 멈춰버린 빛바랜 옛 추억처럼, 고향을 떠나온 우리들의 기억 속에도 떠나던 날의 풍경은 영원처럼 박제되어 있다. 십년이면 강산도 변한다 했건만, 세월의 무수한 손길에도 불구하고 내 고향의 그 모습, 그 시절의 풍경은 여전히 아련한 추억으로 남아 나를 붙잡는다. 하지만 내가 기억하는 그곳의 모습과, 지금 그곳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은 사뭇 다른지도 모른다.
내가 떠나온 고향 땅, 그곳의 사람들은 여전히 “당과 수령님 사회주의”를 외치고 있었다. 굳건한 신념이라도 되는 듯, 목청껏 체제를 수호하자는 구호를 외쳤다. 그들의 얼굴에는 맹목적인 충성심과 함께, 마치 철창 속에 갇힌 죄수처럼 갇혀 있다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하는 순진함이 뒤섞여 있었다. 그들은 자신들이 무엇을 위해, 혹은 무엇에 갇혀 살아가는지조차 모른 채, 그렇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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