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4
두만강의 그림자
여성과 두 아이를 데리고 두만강을 건넌다. 국경 경비대를 피해 어둠 속을 헤치지만, 아이들의 어린 모습에 망설임이 커진다.
12월 28일 밤, 나는 그녀의 집에서 짙은 어둠과 싸우고 있었다. 삭막한 중국 땅에 발을 디딘 후 겪었던 고단함은 잠시 잊을 수 있었다. 하지만 머릿속은 쉴 새 없이 복잡하게 얽혀 돌아갔다. 오는 길이 얼마나 험난했는지, 그 길을 열 살, 열두 살의 어린 아이들이 견뎌낼 수 있을까. 아이들이 힘들어 울며 보채면 어쩌나. 어린 동생을 두고 갈까 봐 겁을 먹은 작은아이의 눈빛이 내 무릎 위에 올라앉아 나를 뚫어지게 바라볼 때, 나는 모든 망설임을 떨쳐버렸다.
“작은아이는 다음에 데려가는 게 어떻겠느냐”는 나의 조심스러운 물음에 그녀의 대답은 단호했다. 아이들을 두고는 갈 수 없다며, 그렇다면 차라리 떠나지 않겠다고 했다. 그 말에 나는 마음을 정했다. ‘에라, 모르겠다. 다 데리고 떠나자. 이왕 목숨을 건 선택이라면 죽어도 같이 죽고, 살아도 같이 살자.’
저녁을 먹고 나서도 잠은 오지 않았다. 밖으로 나가 애꿎은 담배만 연거푸 빨아댔다. 고양이 담배 세 갑을 챙겨왔는데, 그녀의 아버지께 한 갑을 드리고 두 갑은 중국에 도착할 때까지 피울 생각이었다. 그런데 벌써 한 갑을 다 피워버렸다. 조용히 문을 열고 들어서자 그녀의 어머니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 사람아, 내 딸도 고생하며 살았고 자네도 고생이 많았는데 남조선에 가서 함께 살면 안 되겠나? 그러면 나는 죽어도 눈 감고 죽을 수 있을 것 같네.” 어둠 속에서 바라본 병색이 깊은 그녀 어머니의 얼굴에는 간절함이 역력했다. 나는 아무 대답도 할 수 없어 그저 “생각해 보겠습니다”라는 말만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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