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6

기억의 조각, 희미한 그림자

서연은 문득 떠오르는 어린 시절의 기억 조각들로 인해 괴로워한다. 트라우마의 근원과 관련된 희미한 단서들이 그녀를 더욱 불안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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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백한 달빛이 커튼 틈새로 스며들어와 텅 빈 방 안을 서럽게 비추고 있었다. 서연은 앙상한 가지처럼 마른 손으로 이불을 더 끌어당겼다. 마치 차가운 세상의 모든 것을 막아내려는 어린아이처럼. 며칠 전부터 잠들만 하면 불쑥불쑥 떠오르는 기억의 파편들이 그녀를 괴롭혔다. 선명하지는 않았지만, 귓가에 맴도는 날카로운 목소리, 낯설지만 익숙한 누군가의 흐느낌, 그리고 붉은 핏자국이 얼룩진 하얀 벽. 그 조각들은 퍼즐처럼 맞춰지지 않고 제멋대로 흩어져 그녀의 밤을 찢어 놓았다.

가장 최근에 떠오른 것은 낡은 나무 계단이었다. 삐걱거리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던 그 계단. 누군가를 피해 필사적으로 계단을 오르던 어린 서연의 심장은 갈비뼈를 부술 듯이 뛰었다. 숨이 턱까지 차올랐지만, 뒤에서 들려오는 발소리는 멈추지 않았다. 그녀는 울고 싶었지만, 울음소리를 삼켰다. 소리를 내면 들킬 것만 같았다. 그렇게 좁고 컴컴한 다락방 구석에 웅크리고 앉아 날이 새는 것을 기다렸던 기억. 그 기억은 잊고 싶었지만, 잊히지 않는 얼룩처럼 그녀의 마음 깊숙한 곳에 자리 잡고 있었다.

지훈을 만나고 나서부터 이런 기억들이 더 자주 찾아오는 것 같았다. 어둠 속에서 홀로 떨고 있던 자신을 세상 밖으로 끌어내려는 그의 따뜻한 손길이 오히려 꽁꽁 얼어붙었던 상처를 건드리는 것일까. 아니면, 그의 존재가 그녀의 닫힌 마음을 조금씩 열게 하면서, 그동안 애써 외면해왔던 과거의 잔해들이 비집고 나올 공간을 마련해 준 것일까. 서연은 알 수 없었다. 다만, 그 기억들이 떠오를 때마다 심장이 쿵 내려앉는 듯한 불안감과 함께, 가슴 한구석이 시큰거리는 아픔을 느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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