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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5

5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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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해서 희연이의 말을 부모님과 오라버니가 전혀 들어주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다. 희연이는 이름난 명문가의 딸이었고, 애초에 중전의 자리에 오를 수도 있었던 아이였다.

첫 번째 중전이 세상을 떠난 뒤, 조정 안팎에서는 왕자를 낳은 후궁인 희연이를 새로운 중전으로 세우자는 이야기가 오갔다. 희연이에게는 그야말로 더할 나위 없이 영광스러운 일이었다. 그 소식을 들은 희연이는 내심 뿌듯해했고, 부모님과 오라버니들 역시 딸이자 여동생이 중전이 될 수 있다는 사실에 큰 자부심을 느꼈다.

하지만 그 기대는 끝내 이루어지지 않았다.

희연이가 아닌 지금의 중전이 그 자리에 올랐기 때문이다.

그날 이후 희연이의 마음속에는 설명하기 어려운 불안감이 자리 잡았다. 자신이 당연히 차지할 것이라 여겼던 자리를 다른 이에게 빼앗겼다는 사실이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희연이는 애써 괜찮은 척했다.

'아직 괜찮아. 전하께서는 여전히 나를 총애하시니까.'

그렇게 스스로를 다독이며 대수롭지 않게 넘기려 했다.

하지만 막상 지금의 상황에 놓이고 보니, 모든 것이 생각처럼 간단하지 않았다. 자신이 그토록 바라던 자리, 자신이 당연히 누려야 한다고 믿었던 것들이 눈앞에서 멀어지는 기분이었다.

희연이는 지금 이 순간이 너무나도 싫었다.

부모님과 오라버니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당연히 희연이가 중전의 자리에 오를 것이라 믿고 있었다. 그렇기에 희연이가 중전이 되지 못했다는 사실에 큰 실망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그들의 마음속에는 아직 희망이 남아 있었다.

만약 희연이가 다시 중전의 자리에 오를 수만 있다면, 그들은 무슨 일이든 할 생각이었다. 희연이가 원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들어주고, 필요한 것이라면 무엇이든 내어줄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들에게 희연이의 중전 책봉은 단순히 딸의 출세가 아니었다. 가문의 명예와 자존심이 걸린 일이기도 했다.

희연이는 끝내 참았던 감정을 터뜨리고 말았다.

"어머니, 아버지, 오라버니……!"

희연이는 눈물을 글썽이며 가족들을 바라보았다.

"제가 원래 중전이 될 사람이 아니었습니까? 첫 번째 중전마마께서 승하하신 뒤, 모두가 저를 중전으로 세워야 한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저 년, 저 여우년 때문에 제가 그 자리에 오르지 못한 것이지 않습니까!"

희연이의 목소리는 점점 떨려 왔다.

"그러니 제발 도와주십시오. 아이를 유산하게 하는 약이라도 구해 주십시오. 이 아이만 없어진다면…… 제가 다시 중전의 자리에 오를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녀는 눈물을 흘리며 가족들에게 애원했다.

그 말을 들은 부모님과 오라버니들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들의 마음은 이미 희연이에게 기울어 있었다.

결국 가족들은 몰래 약을 구해 희연이에게 건네기로 했다. 그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발각되는 순간 가문 전체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멈추지 않았다.

희연이가 얼마나 서러웠을지, 얼마나 오랫동안 바라던 자리를 눈앞에서 놓치고 괴로워했을지를 생각하면 차마 외면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들에게 희연이는 여전히 사랑하는 막내딸이자 여동생이었다.

비록 그 선택이 훗날 자신들의 가문을 파멸로 이끌게 될지라도, 그 순간만큼은 희연이의 눈물만이 눈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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