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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4

14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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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빠르게 흘렀다.

안이와 준이는 어느덧 여섯 살이 되었고, 헌이는 아홉 살이 되었다.

헌이는 더 이상 어머니의 말이라면 무조건 따르던 어린아이가 아니었다. 가끔은 희연의 말을 무시하기도 했고, 싫은 일에는 싫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희연에게는 그것조차 큰 골칫거리였다.

‘내가 저 아이를 어떻게 키웠는데…….’

헌이는 이제 곧 사춘기에 접어들 나이였다. 하지만 희연이 더욱 불안해하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헌이가 예름의 딸 안이를 향해 마음을 품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어느 날, 헌이는 안이의 손을 잡고 아무도 없는 어두운 곳으로 데려갔다.

“군 오라버니, 왜 그러세요?”

안이가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헌이는 한참을 망설이다가 작은 꽃 한 송이를 내밀었다.

“공주마마를 좋아합니다. 예전부터 좋아했습니다.”

안이는 깜짝 놀랐다.

“어찌 군 오라버니께서 저를 좋아한다고 말씀하실 수 있습니까?”

두 사람은 같은 아버지를 둔 남매였다. 어머니는 달랐지만, 혈연으로 이어진 사이였다. 그러니 서로 그런 마음을 품어서는 안 되는 관계였다.

“저희는 그럴 수 없는 사이이지 않습니까.”

“정말입니다. 저는 어머니 곁에서 자라면서도 공주마마만 보면 심장이 뛰었습니다.”

하지만 안이는 그 말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만하세요, 오라버니.”

안이는 당황한 채 자리를 떠났다.

헌이는 한동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그날 이후에도 헌이의 마음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공부할 때도, 무예를 익힐 때도 자꾸만 안이의 얼굴이 떠올랐다.

희연은 그런 헌이를 보며 불안감이 쌓여 갔다.

‘내 아들이 어찌 저렇게 된 것이냐.’

세자 책봉까지는 이제 일주일도 남지 않았다.

안이의 동생 준이는 공부도 잘하고 활쏘기에도 능했다. 무엇이든 빠르게 익히는 아이였다.

반면 헌이는 많은 노력을 해야 겨우 따라갈 수 있었다.

예름은 준이가 실수하더라도 차근차근 알려 주었다. 하지만 희연은 달랐다.

“그것도 제대로 못 하느냐!”

희연은 조금만 실수해도 소리를 질렀다.

그렇게 헌이는 어머니 앞에서 점점 자신감을 잃어 갔다.

한편, 희연의 친정에서는 상황이 더욱 나빠지고 있었다.

희연의 오라버니들과 부모는 중전의 집안이 세력을 키우는 것을 두려워했다.

‘중전에게 왕자가 또 태어나면 우리 가문은 어찌 되는 것인가?’

그들의 머릿속에는 온통 가문의 앞날에 대한 걱정뿐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예름의 언니가 희연의 집안에서 벌어진 일을 알게 되었다.

희연이 예름에게 반말을 하고, 중전에게 좋지 않은 약을 먹이려 했다는 사실이었다.

예름의 언니는 이 일을 그냥 넘기지 않았다. 친정 식구들에게 강하게 항의했고, 높은 관직에 오른 오라버니들도 더는 참지 않기로 했다.

당시 조정은 서인과 남인으로 나뉘어 있었다.

예름의 집안은 서인 세력에 속해 있었고, 희연의 집안은 남인 세력에 속해 있었다. 예름의 집안은 왕실과 조정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었다.

반면 희연의 집안은 예전의 위세를 잃어 가고 있었다.

경연이 끝난 뒤, 예름의 오라버니들이 희연의 아버지를 마주쳤다.

그중 한 사람이 차갑게 말했다.

“그쪽 딸 관리 좀 제대로 하십시오. 어찌 중전마마께 반말을 하고, 좋지 않은 약까지 먹이려 한단 말입니까?”

희연의 아버지는 화가 치밀었지만, 상대는 자신보다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들이었다.

그는 결국 무릎을 꿇었다.

“죄송합니다. 제가 제 딸을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 탓입니다.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마침 그 모습을 본 희연이 달려 나왔다.

“아버지!”

희연은 아버지를 일으켜 세우려 했다.

“제가 무엇을 잘못했다고 이러십니까?”

그러나 아버지는 희연의 손을 뿌리쳤다.

“닥쳐라!”

희연은 충격을 받았다.

아버지는 다시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모두 제 잘못입니다. 제 딸을 제대로 가르치지 못한 제 탓입니다.”

그날 집으로 돌아온 희연은 어머니에게 울분을 토했다.

“어머니, 아버지는 어찌 그들에게 고개를 숙이십니까? 저희 집안의 자존심은 어디에 있습니까?”

어머니 역시 속상한 얼굴로 딸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아버지는 오히려 희연에게 화를 냈다.

“내가 무엇을 잘못했느냐? 너보다 지위가 높은 사람들에게 고개를 숙이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애초에 네가 중전마마께 무례하게 굴지 않았으면 이런 일도 없었을 것이다!”

“그럼 제가 왜 후궁이 되었겠습니까!”

희연이 울부짖었다.

“내가 어찌 정실부인도 되지 못하고 후궁으로 들어와야 했느냐고요!”

예름의 집안 자녀들은 모두 정실부인의 자식이었다. 하지만 희연의 집안에는 첩의 자식으로 태어난 삼촌도 있었다. 그 때문에 희연은 자신의 출신과 집안의 처지를 더욱 부끄럽게 여기고 있었다.

그 말을 들은 아버지의 얼굴이 굳었다.

“감히 네가 그런 말을 입에 담느냐?”

그리고는 희연의 어머니를 향해 화를 돌렸다.

“애초에 네가 딸을 제대로 가르쳤어야지!”

순간 아버지의 손이 올라갔다.

어머니의 뺨을 때리는 소리가 방 안에 울렸다.

희연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어머니는 원래 몸이 약한 사람이었다. 특히 희연을 낳은 뒤로는 건강이 더욱 나빠졌다.

“어머니…….”

희연은 어머니에게 다가갔다.

하지만 어머니는 그날 이후 며칠 동안 몸져누웠다.

희연은 서럽게 울었다.

그런데 아버지는 어머니를 돌보기는커녕 기생들과 술자리를 가지러 나갔다.

‘어찌 우리 어머니에게…….’

며칠 뒤, 어머니는 마치 마지막을 준비하는 사람처럼 희연의 손을 꼭 잡았다.

희연은 전하께 허락을 받고 궁을 나와 며칠 동안 어머니의 곁을 지켰다.

어머니는 힘겹게 입을 열었다.

“희연아…… 이 어미를 용서하겠느냐.”

“어머니, 그런 말씀 하지 마세요.”

“아버지는…… 절대 용서하지 말거라.”

희연은 눈물을 참지 못했다.

“너는 꼭 중전이 되어야 한다. 그래야 이 어미의 마음이 편할 것 같구나.”

어머니는 희연의 손을 더욱 꽉 잡았다.

“헌이를 꼭 세자로 세우거라. 어떻게든…… 어미의 마지막 소원이다.”

“어머니…….”

“그리고 무슨 일이 있어도 우리 가문을 망신시키지 말거라.”

그것이 어머니가 남긴 마지막 말이었다.

그 말을 끝으로 어머니는 세상을 떠났다.

희연은 어머니의 곁에서 한참을 울었다.

하지만 슬퍼할 시간조차 마음대로 가질 수 없었다.

조선은 유교를 중시하는 나라였다. 부모가 세상을 떠나면 자식은 삼년상을 치르는 것이 도리였다.

희연은 삼년상을 치르기 위해 궁을 떠나야 했다.

그녀는 오라버니에게 궁 안의 일을 부탁했다. 그리고 삼년상을 마친 뒤, 세자 책봉을 하루 이틀 앞두고 몰래 궁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돌아온 희연에게는 어머니를 잃은 슬픔과 집안에 대한 분노가 여전히 남아 있었다.

그 분노는 또다시 헌이에게 향했다.

“너는 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이냐!”

희연이 소리쳤다.

헌이는 어머니의 화를 피해 자리를 벗어났다.

그 모습을 본 희연은 더욱 화가 났다.

그때 또 하나의 소식이 들려왔다.

중전 예름이 다시 회임했다는 것이었다.

희연의 눈앞이 캄캄해졌다.

그녀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곧장 중궁전으로 향한 희연은 예름을 보자마자 소리를 질렀다.

“당신은 대체 어찌 된 사람이오? 어찌 전하를 계속 곁에 두려 하는 것이오?”

예름은 갑작스러운 말에 당황했다.

“지금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것이옵니까?”

“당신 말이오! 또 아이를 가졌다면서? 한두 번도 아니고, 어찌 계속 아이를 가져 나를 이렇게 힘들게 하는 것이오!”

희연의 눈에는 눈물이 차올랐다.

“당신 때문에 우리 어머니가 어떻게 되셨는지 아시오? 당신 하나 때문에 우리 집안이 어떻게 되었는지 아느냐고!”

그녀는 목소리를 높였다.

한 상궁과 김 상궁이 놀라 달려왔다. 오상궁 역시 희연을 말리기 위해 급히 다가왔다.

“마마, 제발 진정하시옵소서!”

“희연 마마, 이러시면 안 되옵니다!”

예름은 더 이상 참지 않았다.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것이옵니까? 그 일과 제가 무슨 상관이 있단 말입니까?”

그 말에 희연은 더욱 흥분했다.

“모두 당신 때문이야!”

결국 희연은 예름에게 손찌검을 했다.

아직 회임 초기였던 예름은 갑작스러운 충격에 배를 감싸며 비명을 질렀다.

“아!”

예름은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마침 그때 전하와 대비마마, 왕실의 여러 사람이 중궁전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그들은 눈앞에 벌어진 광경을 보고 그대로 얼어붙었다.

“중전!”

전하가 가장 먼저 예름에게 달려갔다.

대비마마와 예름의 오라버니들, 아버지도 급히 중전의 곁으로 달려왔다. 예름의 언니까지 뒤늦게 들어와 동생을 살폈다.

희연은 그제야 자신이 무슨 일을 저질렀는지 깨달았다.

그러나 이미 늦었다.

전하의 얼굴은 분노로 굳어 있었다.

희연은 그 모습을 제대로 보지도 못한 채 중궁전을 빠져나갔다.

그녀는 도망치면서도 마지막까지 예름을 원망했다.

‘차라리 유산되어 버려라…….’

그 말은 희연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하지만 중궁전 안에서는 아무도 그 말을 듣지 못했다.

예름은 결국 아이를 잃었다.

희연의 행동으로 인해 두 번째 유산을 겪게 된 것이었다.

전하는 예름의 손을 붙잡은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대비마마는 눈물을 감추지 못했고, 예름의 친정 식구들은 분노를 참지 못했다.

이제 궁 안의 모든 것이 달라질 터였다.

희연은 아직 알지 못했다.

자신이 저지른 일이 단순한 다툼으로 끝나지 않으리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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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부터 플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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