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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3

13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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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몇 달이 흘렀다.

마침내 예름이 아이를 낳는 날이 찾아왔다.

긴 진통 끝에 태어난 아이는 건강한 사내아이였다.

“마마, 왕자님이시옵니다!”

산실 안에 기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예름은 지친 몸으로 아이를 품에 안았다. 작은 아이의 얼굴을 바라보자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전하 역시 아이 곁을 떠나지 못했다. 예름과 갓 태어난 왕자를 바라보는 전하의 얼굴에는 행복이 가득했다.

“이 아이의 이름은 이율이라 하겠다.”

전하는 아이의 이름을 이율이라 지었다.

예름은 품에 안긴 이율을 바라보며 조용히 미소 지었다. 전하도 그런 두 사람을 바라보며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왕실에 새로운 왕자가 태어난 것이었다.

그때 공주와 왕자도 어머니를 찾아왔다.

“어머니, 어머니는 오셨어요?”

아이들의 목소리에 예름은 반가운 듯 고개를 돌렸다.

“그래, 어머니가 여기 있단다.”

그때 대비마마께서도 직접 산실을 찾아오셨다.

예름은 몸을 일으키려 했다.

“대비마마, 제가 직접 찾아뵙지 못해 송구하옵니다.”

그러자 대비마마는 웃으며 예름의 손을 잡았다.

“괜찮다. 네가 지금 아이를 낳았는데 어찌 나를 찾아오겠느냐. 몸부터 돌보거라.”

산실에는 따뜻한 웃음소리가 가득했다.

왕실은 큰 기쁨에 휩싸였다.

하지만 그 소식을 들은 희연의 얼굴은 굳어졌다.

‘아이가 태어났다고?’

희연은 믿을 수 없다는 듯 되물었다.

‘그것도…… 아들이라고?’

이제 예름에게는 건강한 왕자까지 생겼다. 세자 책봉의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희연은 알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헌이의 앞날이 어떻게 될지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을.

예름 역시 세자 책봉에 관해 생각하고 있었다.

아이를 낳고 며칠이 지난 어느 날, 예름은 사람들의 눈을 피해 전하를 찾아갔다.

“전하, 드릴 말씀이 있사옵니다.”

“무슨 일이냐? 무슨 걱정이라도 있는 것이냐?”

예름은 잠시 망설이다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저의 아이를 세자로 세워 주시옵소서.”

전하는 예상하지 못한 말에 예름을 바라보았다.

“왜 그러느냐? 원래 적장자가 세자가 되는 것이 아니더냐?”

“그렇사오나…… 희연의 아들 헌이도 영특하고 뛰어나다는 이야기를 들었사옵니다. 혹여 그 아이가 세자로 거론될까 염려되옵니다.”

전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걱정하지 말거라. 세자의 자리는 왕실 전체를 살펴 신중하게 결정할 것이다. 누구 한 사람의 뜻만으로 정할 수는 없는 일이다.”

예름은 고개를 숙였다.

“전하의 뜻을 따르겠사옵니다.”

한편, 희연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그녀는 예름의 아이에게 무슨 일이라도 벌이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혔다. 하지만 중궁전에는 예름뿐 아니라 대비마마까지 계셨다.

감히 그곳에 접근할 수조차 없었다.

희연은 분노를 억누른 채 자신의 처소로 돌아왔다.

그리고 그 분노는 또다시 헌이에게 향했다.

“헌아!”

희연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처소 안에 울려 퍼졌다.

헌이는 놀라 어머니를 바라보았다.

“네가 더 뛰어나야 할 것 아니냐! 어찌 그 정도밖에 하지 못하는 것이냐?”

“어머니, 제가 무엇을 잘못했사옵니까?”

“잘못한 것이 없다고?”

희연은 헌이를 몰아붙였다.

헌이는 고개를 숙였다. 어머니가 왜 화를 내는지 알 수 없었다.

자신은 그저 어머니에게 칭찬 한마디를 듣고 싶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희연에게 헌이는 이제 아들이라기보다, 자신의 마지막 자리를 지켜 줄 수 있는 존재처럼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헌이는 점점 더 어머니를 두려워하게 되었다.

세자 책봉을 앞두고 궁 안은 온통 전하와 중전의 이야기로 가득했다.

어느 날, 희연은 전하와 중전이 함께 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중궁전으로 달려갔다.

“전하!”

희연은 전하를 보자마자 다가갔다.

“전하, 잠시 저와 이야기 나누실 수 있으시옵니까? 다른 사람 없이 저희 둘만 말이옵니다.”

하지만 전하는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 희연은 전하의 곁을 떠나지 않으려는 듯 계속 붙잡았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예름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

“그만 좀 하시지요. 어찌하여 계속 그러시는 것이옵니까? 전하를 한 달이나 곁에 두고 계시지 않았습니까.”

희연의 얼굴이 굳어졌다.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예름의 말이 틀리지 않았기에 아무런 대꾸도 할 수 없었다.

결국 희연은 전하의 곁을 떠나 자신의 처소로 돌아왔다.

그녀는 친정 부모를 찾아가 억울함을 호소했다.

“어찌 중전은 저에게 그리 모질게 구는 것이옵니까? 전하께서 저와 함께 계시는 것조차 못마땅해하옵니다.”

희연의 부모는 중전을 몹시 싫어했다. 두 집안은 오래전부터 서로를 견제해 온 라이벌이었다. 특히 희연의 집안은 예름의 집안이 왕실에서 더욱 큰 영향력을 갖게 된 것을 못마땅하게 여겼다.

반대로 예름 역시 희연을 좋게 보지 않았다.

두 여인의 갈등은 이제 돌이킬 수 없을 만큼 깊어지고 있었다.

그로부터 약 2주가 지났을 무렵이었다.

중전 예름이 또다시 회임한 듯한 증상을 보였다.

어의가 예름을 진찰한 뒤 기쁜 얼굴로 아뢰었다.

“중전마마, 다시 회임하신 듯하옵니다. 자세한 확인이 필요하오나 좋은 소식일 가능성이 크옵니다.”

왕자를 낳은 지 겨우 한 달 남짓 지난 시점이었다.

궁녀들은 놀라면서도 기뻐했다.

“중전마마께서는 정말 복이 많으신가 봅니다.”

“왕자님을 낳으신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또 경사가 찾아오다니요!”

친정 부모들 역시 이 소식을 듣고 크게 기뻐했다.

그러나 희연만은 달랐다.

그녀의 얼굴에는 기쁨 대신 분노와 질투가 가득했다.

그날 희연은 두꺼운 회초리를 가져오게 했다.

“헌이를 데려오너라.”

잠시 뒤 헌이가 조심스럽게 처소 안으로 들어왔다.

“어머니, 부르셨사옵니까?”

희연은 대답 대신 회초리를 집어 들었다.

“네가 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이냐! 중전은 또 아이를 가졌다는데 너는 무엇 하나 제대로 하는 것이 없느냐!”

“어머니, 잘못했사옵니다…….”

헌이는 이유도 모른 채 울었다.

희연은 멈추지 않았다. 헌이는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하고 어머니의 화풀이를 고스란히 받아야 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예름의 배도 조금씩 불러오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희연은 마음속에 또 다른 의심을 품었다.

그녀는 과거 자신과 백 나인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의 친부를 확인했던 일을 떠올렸다. 그리고 전하와 예름 사이에서 태어날 아이 역시 확인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희연은 전하의 아이인지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보려 했고, 마침내 예름에게도 친부 확인을 해 보자고 끈질기게 요구했다.

“중전마마, 이번에도 확인해 보시는 것이 어떠시옵니까?”

예름은 의아한 표정으로 희연을 바라보았다.

“무엇을 확인하자는 것이옵니까?”

“아이의 혈통 말이옵니다. 혹시 모르는 일이 아니옵니까.”

예름은 불쾌했지만 결국 확인에 응했다.

그러나 결과는 전과 같았다. 아이는 전하의 자식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그럼에도 희연은 의심을 거두지 못했다.

‘정말 전하의 아이가 맞는 것일까?’

결과를 확인하고도 희연의 마음속에는 의심과 질투가 남아 있었다.

그녀는 예름이 가진 행복을 도무지 받아들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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