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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3

파트너의 현실 충돌, 그리고 깨달음

민준의 엉뚱한 추리에 그의 현실적인 파트너 박서연 형사가 제동을 건다. 서연은 민준의 '고양이 범행설'이나 '무지개 암호설'을 들으며 어이없어하지만, 동시에 기록의 기묘함에 흥미를 느낀다. 그녀는 민준의 과도한 상상력을 현실적인 증거와 논리로 꿰맞추려 애쓴다. "민준 씨, 아무리 그래도 이건 좀…" 그러나 민준의 기발한 상상력 속에서 놓치고 있던 부분을 발견하기도 한다. 서연은 민준의 상상력과 자신의 냉철한 판단력을 결합하여 사건의 실마리를 찾기 시작한다. 두 사람의 티격태격 케미 속에서, 이전 형사가 남긴 기록의 이면에 숨겨진 진실의 조각들이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한다. 서연은 민준의 상상력이 때로는 사건 해결의 '다른 관점'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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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준 형사는 낡은 수사 기록 파일을 뒤적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앞 기수가 남긴 것이라는 이 기록은, 한마디로 '대환장 파티'였다. 삐뚤빼뚤한 글씨, 이해할 수 없는 약어들, 그리고 무엇보다 황당무계한 추리들. '피의자 A, 고양이에게 습격당함?', '용의자 B, 무지개 색깔로 암호 전달 시도?' 같은 문구들을 보고 있자니, 민준은 자신이 형사가 아니라 판타지 소설 작가가 된 기분이었다.

"이게 대체… 뭡니까, 선배님?" 민준은 옆자리에 앉은 파트너 박서연 형사에게 물었다. 서연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민준의 어깨너머로 기록을 훑어보았다.

"글쎄, 앞 기수가 좀… 독특했지. 뭐, 우리가 이걸 다듬어서 피의자 신문조서를 만들어야 하는 입장이니, 어련하겠어." 서연은 커피잔을 한 모금 마시며 말했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체념과 함께 은근한 호기심이 섞여 있었다.

민준은 다시 기록을 들여다보았다. '피의자 A, 고양이에게 습격당함?' 이 부분에서 그는 잠시 멈칫했다. 고양이라니? 범죄 현장에 고양이가 나타났다는 건가, 아니면 피의자가 고양이에게 습격당했다는 건가? 게다가 '용의자 B, 무지개 색깔로 암호 전달 시도?' 이건 또 무슨 말인지. 무지개 색깔로 뭘 어쨌다는 건지, 마치 어린아이의 낙서 같았다.

"선배님, 이건 좀… 너무 비현실적인데요. 고양이가 사람을 습격해서 증거를 남긴다는 게 말이 됩니까? 그리고 무지개 암호라니, 혹시 앞 기수가 만화책을 너무 많이 읽고 온 건 아닐까요?" 민준은 진지하게 물었다. 그의 눈빛에는 진실을 파헤치려는 형사의 의지가 불타오르고 있었지만, 그 의지는 조금씩 황당함으로 변질되고 있었다.

서연은 민준의 말을 듣고 피식 웃었다. "민준 씨, 너무 앞서가지 마. 앞 기수가 굳이 이런 기록을 남긴 데는 이유가 있겠지. 물론, 그 이유가 우리를 미치게 만들 수도 있지만." 그녀는 민준의 어깨를 툭 쳤다. "일단, 우리가 할 일은 이 엉망진창인 기록을 가지고 피의자 신문조서를 완성하는 거야. 안 되면… 뭐, 팀장님한테 깨지는 수밖에."

민준은 다시 책상에 엎드렸다. '피의자 A'에 대한 기록은 더욱 가관이었다. '피의자 A, 사건 당일, 길고양이에게 쫓겨 도망치다 넘어져 무릎을 다침. 그 과정에서 범행에 사용된 도구를 떨어뜨린 것으로 추정됨.'

"고양이가 범행 도구를 떨어뜨리게 만들었다고요?" 민준은 거의 비명을 지를 뻔했다. "이건 뭐, 고양이가 범인을 잡으려고 도와준 건가요? 아니면 고양이가 범인인가요?"

서연은 민준의 머리를 툭 쳤다. "정신 차려, 민준 씨. 고양이가 범인일 리가 없잖아. 아마도 피의자가 도망치다가 넘어진 상황을 묘사한 거겠지. 그런데 왜 하필 고양이한테 쫓겼을까? 그게 중요한 거 아니겠어?"

"그러니까요! 그게 더 이상하다고요!" 민준은 책상을 주먹으로 내리쳤다. "고양이 트라우마가 심했나? 아니면… 혹시 그 고양이가 사건의 목격자?"

서연은 민준의 과도한 상상력에 질렸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그의 말에 담긴 기묘한 가능성에 조금씩 흥미를 느끼기 시작했다. "고양이 목격자라… 재밌는 발상이긴 하네. 하지만 현실적으로 우리가 고양이한테 증언을 들을 수는 없잖아."

"그렇죠." 민준은 풀이 죽었다. "그럼 이 '무지개 암호'는요? '용의자 B, 사건 당일, 길가에 핀 꽃을 보며 특정 색깔의 꽃을 꺾어 간다. 이는 피의자 A에게 보내는 신호로 해석됨.' 꽃이라니요, 꽃! 그것도 무지개 색깔로!"

서연은 눈을 가늘게 떴다. "꽃… 특정 색깔… 혹시 피의자 A와 용의자 B 사이에 어떤 약속이 있었던 건 아닐까? 예를 들어, 특정 색깔의 꽃을 전달하는 것으로 어떤 메시지를 주고받는 거지."

"약속이라니요, 선배님. 이건 거의 동화 속 이야기인데요?" 민준은 절망했다. "이런 기록으로 어떻게 사건을 해결하라는 겁니까? 앞 기수는 우리를 골탕 먹이려고 작정한 게 틀림없어요."

"골탕 먹이는 걸 수도 있지." 서연은 턱을 괴고 생각에 잠겼다. "하지만 앞 기수도 바보는 아니었을 거야. 아마 이 모든 황당한 내용 속에 숨겨진 진실이 있을지도 몰라. 우리가 그걸 찾아내야 하는 거고."

그녀는 민준의 책상에 놓인 수사 기록을 집어 들었다. "일단, '고양이 습격'부터 다시 보자. 피의자 A가 길고양이에게 쫓겨 넘어졌다면, 그 주변에 고양이가 많았다는 뜻이겠지. 혹시 사건 현장 주변에 길고양이가 많이 다니는 곳이 있었나?"

민준은 잠시 생각하더니 휴대폰을 꺼내 지도를 켰다. "사건 현장은… 음, 재래시장 근처입니다. 재래시장 주변에는 길고양이가 꽤 많죠. 특히 저녁 시간이 되면 먹을 것을 찾아 모여드는 고양이들이 많습니다."

"재래시장… 그럼 고양이가 많을 수 있겠네." 서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피의자 A가 고양이 때문에 넘어진 게 아니라, 오히려 고양이들을 피하려다 넘어진 건 아닐까? 아니면… 피의자 A가 고양이를 싫어해서 일부러 고양이를 피해 가다가 넘어진 걸 수도 있고."

"고양이를 싫어해서 넘어진다… 그럴 수도 있겠네요." 민준은 조금씩 흥미를 느끼기 시작했다. "그럼 혹시 피의자 A가 고양이 알레르기가 심하다거나, 아니면… 고양이에게 물린 경험이 있어서 트라우마가 있다거나?"

"좋아, 민준 씨. 이제 좀 현실적인 방향으로 가고 있어." 서연은 민준의 어깨를 툭 쳤다. "그럼 '무지개 암호'는? 꽃을 꺾어 간다는 건… 혹시 피의자 A가 꽃집 주인이라거나, 아니면 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거나?"

민준은 다시 기록을 뒤적였다. "피의자 A의 직업은… 음, '무직'이라고 되어 있네요. 하지만 취미란에 '꽃 가꾸기'라고 적혀 있습니다. 그리고… '용의자 B'의 직업은 '화원 주인'이라고 되어 있고요."

"아하!" 서연의 눈이 반짝였다. "그럼 이제 좀 그림이 그려지는데? 피의자 A는 꽃 가꾸는 걸 좋아하고, 용의자 B는 화원 주인이야. 둘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었을 거고, 아마도 꽃을 매개로 어떤 약속이나 신호를 주고받았던 거지. 그런데 왜 하필 '무지개' 색깔이었을까?"

"무지개…" 민준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무지개는 일곱 가지 색깔이잖아요. 혹시… 일곱 가지 색깔에 해당하는 어떤 의미가 있었던 걸까요? 예를 들어, 월요일은 빨강, 화요일은 주황… 이런 식으로?"

"그것도 가능성은 있겠네." 서연은 민준의 아이디어를 긍정했다. "하지만 좀 더 단순한 방법도 있을 수 있지. 예를 들어, 피의자 A가 특정 색깔의 꽃을 좋아했거나, 아니면 용의자 B가 특정 색깔의 꽃을 주로 취급했다거나."

그때, 최 팀장이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는 언제나처럼 무뚝뚝한 표정으로 민준과 서연을 훑어보았다. "두 사람, 아직도 그 엉망진창인 기록 붙잡고 씨름하고 있는 거야? 시간 없어. 빨리 신문조서나 완성해."

민준은 뜨끔해서 기록을 덮었다. "아, 아닙니다, 팀장님. 지금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최 팀장은 민준의 책상 위에 놓인 기록을 흘긋 보더니, 묘한 표정을 지었다. "앞 기수 녀석, 그놈도 이거 때문에 아주 골머리를 앓았지."

"네? 팀장님께서도 이 기록을 보신 적이 있으십니까?" 민준은 놀라서 물었다.

최 팀장은 대답 대신 쓴웃음을 지었다. "그놈도 똑같은 소리를 했었지. '이게 다 말도 안 되는 망상이다'라고. 그런데 결국… 진실은 그 망상 속에 숨어 있었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지."

최 팀장의 말은 민준과 서연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그들의 머릿속에는 '망상 속에 숨겨진 진실'이라는 말이 맴돌았다.

"팀장님, 그럼 혹시… 이 기록에 나온 '고양이'나 '무지개' 같은 황당한 내용들이… 사실은 사건의 결정적인 단서가 될 수도 있다는 말씀이십니까?" 서연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최 팀장은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때로는 가장 황당한 상상 속에 가장 현실적인 진실이 숨어 있는 법이다. 중요한 건, 그 상상을 어떻게 현실과 연결시키느냐지."

최 팀장이 나가고, 사무실에는 다시 침묵이 흘렀다. 민준과 서연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이전까지는 앞 기수의 기록을 '망상'으로 치부했지만, 이제는 그 '망상' 속에 숨겨진 진실을 찾아야 한다는 책임감이 느껴졌다.

"선배님," 민준이 입을 열었다. 그의 목소리에는 이전과는 다른 결의가 담겨 있었다. "앞 기수는 아마도… 우리가 이 황당한 기록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 숨겨진 의미를 파악하기를 바랐던 것 같습니다."

"맞아, 민준 씨." 서연도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가 놓치고 있던 건, 이 기록을 '사실'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상징'으로 해석하는 거였어. 고양이는 단순히 고양이가 아니라, 어떤 방해물이나 트라우마를 상징하는 거고, 무지개는… 음, 아직 모르겠지만, 어떤 약속이나 신호를 상징하는 거겠지."

그들은 다시 수사 기록을 펼쳤다. 이번에는 이전과는 다른 눈으로, 다른 마음으로 기록을 읽었다. 민준의 과도한 상상력은 이제 '망상'이 아니라 '가능성'으로, 서연의 현실적인 판단력은 '상상'을 '현실'로 꿰맞추는 도구가 되었다.

"그럼, 피의자 A가 고양이를 피해 도망치다가 넘어진 건… 혹시 피의자 A가 무언가를 숨기기 위해 필사적으로 도망치고 있었고, 그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방해물(고양이)에 의해 넘어져 결정적인 증거(범행 도구)를 놓쳤다는 뜻 아닐까요?" 민준이 흥분해서 말했다.

"좋아! 그럼 용의자 B가 무지개 색깔의 꽃을 꺾어 간 건… 피의자 A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했던 거고, 그 메시지는… 아마도 '위험하다'거나 '도망쳐라'는 뜻이었을 가능성이 높아." 서연은 민준의 말에 힘을 실어주었다. "그리고 용의자 B는 화원 주인이고, 피의자 A는 꽃 가꾸는 취미가 있으니, 둘 사이에 평소에도 꽃을 주고받으며 정보를 교환했을 수도 있고."

두 사람은 티격태격하면서도 서로의 아이디어를 발전시켜 나갔다. 민준의 기발한 상상력과 서연의 현실적인 분석이 절묘하게 어우러지면서, 이전 형사가 남긴 엉망진창인 기록의 이면에 숨겨진 진실의 조각들이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때, 사건의 목격자로 알려진 '이수현'이라는 여성의 증언 기록이 눈에 들어왔다. "그날 밤, 저는 창밖을 보다가… 아주 이상한 광경을 보았어요. 하얀 고양이가… 무지개 옷을 입고… 춤을 추고 있었어요."

민준과 서연은 동시에 탄성을 질렀다. "하얀 고양이! 무지개 옷!"

"이게… 그 앞 형사가 말한 '고양이 습격'과 '무지개 암호'의 진실이었던 건가요?" 민준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서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도… 이수현 씨가 본 것은, 피의자 A가 고양이에게 쫓겨 도망치다가 넘어진 모습이었을 거야. 그리고 그 '무지개 옷'은… 아마도 용의자 B가 전달하려 했던 메시지를 상징하는 거겠지."

그들은 이수현의 증언을 토대로 사건을 재구성하기 시작했다. 피의자 A는 무언가를 숨기기 위해 도망치고 있었고, 용의자 B는 그에게 위험을 알리는 신호를 보냈던 것이다. 하지만 피의자 A는 결국 고양이에게 쫓겨 넘어져 결정적인 증거를 놓치고 말았다.

"그럼… 결국 이 사건은… 단순히 고양이에게 쫓겨 넘어진 피의자와, 무지개 색깔의 꽃을 주고받은 용의자의 이야기였던 건가요?" 민준은 허탈한 표정으로 물었다.

서연은 미소를 지었다. "어쩌면 그럴지도. 하지만 그 '망상' 속에 담긴 진실을 우리가 찾아냈다는 게 중요한 거지. 앞 기수가 굳이 이렇게 기록을 남긴 건, 우리에게 '망상' 속에서 진실을 찾는 훈련을 시킨 걸지도 몰라."

그들은 결국 어처구니없는 결론에 도달했지만, 어찌어찌 사건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최 팀장은 두 사람의 보고서를 듣고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잘했어. 다음번에도 비슷한 일이 생기면… 당황하지 말고, 망상을 즐겨보도록 해."

사무실을 나서며 민준은 불안한 표정으로 서연을 바라보았다. "선배님, 저… 다음번에도 이런 일을 또 겪게 될까요?"

서연은 씩 웃으며 민준의 어깨를 감쌌다. "글쎄, 아마도. 하지만 괜찮아. 우리는 이제 '망상 대잔치'를 즐길 준비가 되었으니까."

민준은 서연의 말에 안심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다음번에도 겪게 될지도 모를 '망상 대잔치'에 대한 기대감을 느꼈다. 엉망진창인 수사 기록 속에서 진실을 찾아가는 여정은, 때로는 힘들고 황당했지만, 결코 지루하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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