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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2

망상 증폭기, 피의자 신문조서 작성기

앞선 형사가 남긴 황당무계한 수사 기록을 바탕으로 피의자 신문조서를 작성해야 하는 민준. 그는 기록에 적힌 '범인은 고양이를 이용했다'거나 '사건 현장에 뜬금없이 나타난 무지개' 같은 내용을 보며 진땀을 뺀다. 이 기록을 그대로 옮기면 자신이 미친 사람 취급을 받을 것이 뻔했다. 민준의 머릿속에서는 온갖 추측이 난무하기 시작한다. '혹시 앞 기수 형사가 범인인가? 아니면 이 모든 게 그의 착각이었을까?' 결국 그는 기록에 의존하는 대신, 자신의 상상력을 발휘하기 시작한다. '고양이가 범행 도구였다면… 무지개는 범행의 암호였을지도 몰라!' 민준의 기상천외한 상상력은 걷잡을 수 없이 폭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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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준 형사는 낡은 컴퓨터 화면 앞에서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모니터에는 앞 기수 형사가 남긴 것으로 보이는 수사 기록이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 하지만 내용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것들로 가득했다. ‘범인은 고양이를 이용했다. 털 색깔은 검정색, 눈은 초록색. 고양이의 눈빛에서 진실을 보았다.’ ‘사건 현장에는 뜬금없이 무지개가 떴다. 무지개 색깔별로 범행 동기가 나뉘는 것 같다.’ 민준은 머리를 쥐어뜯었다. 이대로 피의자 신문조서를 작성하라는 말인가? ‘내가 미쳤다고 생각하겠지.’

“이게 대체… 무슨 말이야?”

옆자리의 박서연 형사가 민준의 어깨너머로 화면을 훔쳐보며 말했다. 그녀 역시 어이없다는 표정이었다.

“글쎄. 앞 기수 형님이 잠시 뇌세포가 과부하가 오셨나 봐. 아니면… 혹시 범인이 따로 있거나.”

민준의 목소리에는 장난기가 섞여 있었지만, 그의 속은 타들어가고 있었다. 이 기록을 바탕으로 조서를 작성하면, 그는 분명 ‘망상 대잔치’의 주인공이 될 터였다. 아니, 이미 주인공이었던 앞 기수 형사의 망상을 그대로 이어받는 셈이었다.

“일단, 고양이 얘기부터 시작해볼까요? 범인이 고양이를 조종해서 범행을 저질렀다는 건가? 아니면 고양이가 범행의 증거를 숨기거나?”

서연이 펜으로 수사 기록을 톡톡 두드리며 물었다.

“아니면… 고양이 자체가 범인이라든가. 털 색깔, 눈 색깔까지 묘사한 걸 보면… 뭔가 상징적인 의미가 있는 건 아닐까?”

민준은 잠시 눈을 감았다. 그의 머릿속에서 온갖 황당한 시나리오가 펼쳐졌다. 검은 고양이가 복수를 위해 인간을 조종하고, 초록색 눈빛으로 진실을 꿰뚫어 보는… 마치 판타지 소설의 한 장면 같았다.

“그럼 무지개는요? 무지개 색깔별로 범행 동기가 나뉜다는 건 또 무슨 논리예요?”

서연이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빨강… 분노? 주황… 욕망? 노랑… 질투? 초록… 탐욕? 파랑… 슬픔? 남색… 외로움? 보라… 허무함? 와, 이거 완전히 심리 분석인데? 근데 범인 하나인데, 왜 이렇게 복잡한 거야?”

민준은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다가 갑자기 눈을 번쩍 떴다.

“아니면, 무지개가 범행의 암호일 수도 있어! ‘빨강’이라는 글자가 들어간 물건을 훔쳤다거나, ‘주황’색 옷을 입은 사람을 노렸다거나!”

“선배, 진정하세요. 지금은 ‘앞 기수 형사가 남긴 기록’에 맞춰서 조서를 써야 하는 상황이지, 선배의 ‘망상 대잔치’를 펼치는 게 아니잖아요.”

서연이 민준의 팔을 툭 치며 현실로 끌어내렸다.

“알아, 알아. 그런데 이 기록을 그대로 옮기면 내가 징계받을 것 같다고. ‘김민준 형사, 망상증 환자 입건’ 뭐 이런 식으로 말이야.”

민준은 컴퓨터 화면을 노려보며 헛웃음을 지었다. ‘앞 기수 형사,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겁니까?’ 그의 머릿속에서는 이미 ‘범인은 검은 고양이를 타고 다니는 마법사’라는 결론에 도달하고 있었다.

그때, 최 팀장이 다가왔다. 그는 언제나처럼 무표정한 얼굴이었지만, 그의 눈빛에는 무언가 읽을 수 없는 깊이가 있었다.

“김 형사, 피의자 신문조서 작성은 다 됐나?”

“아, 팀장님. 그게… 기록이 좀… 독특해서요.”

민준은 차마 ‘앞 기수 형사가 쓴 엉터리 기록 때문에 진땀을 빼고 있다’고 말할 수 없었다.

최 팀장은 말없이 민준의 컴퓨터 화면을 힐끗 보더니, 다시 민준을 바라보았다. 그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스치는 듯했다.

“독특한 기록이라… 뭐, 가끔은 그런 기록이 사건의 진실을 담고 있을 때도 있지.”

“네? 팀장님, 이 기록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민준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팀장을 바라보았다.

“그래. 앞 기수 김 형사가 워낙… 독특한 사람이었거든. 하지만 그의 직관은 뛰어났어. 그가 기록한 것들을 허투루 넘기지 마.”

최 팀장은 그렇게 말하고는 휙 돌아서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민준과 서연은 서로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팀장님… 설마 저 기록을 진짜로 믿으라는 건가?”

서연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 되물었다.

“글쎄… 팀장님은 워낙 과묵하셔서 뭘 생각하시는지 알 수가 없어. 하지만… ‘직관’이라… 혹시 앞 기수 형사가 정말로 고양이나 무지개와 관련된 무언가를 발견했던 걸까?”

민준의 눈빛이 다시 반짝이기 시작했다. 그의 머릿속에서는 ‘고양이’와 ‘무지개’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새로운 망상 대잔치가 열리기 시작했다.

“좋아! 그럼 이렇게 해보자. 일단, 기록에 나온 대로 ‘범인은 고양이를 이용했다’는 부분을 살짝 비틀어서 ‘범행 현장에 검은 고양이가 있었다’고 적는 거야. 그리고 ‘무지개’는… ‘사건 발생 시각에 하늘에 무지개가 떠 있었다’ 정도로. 이건 뭐, 날씨 기록이니까.”

민준은 신이 나서 키보드를 두드렸다.

“하지만 선배, 그래도 ‘고양이의 눈빛에서 진실을 보았다’거나 ‘무지개 색깔별로 범행 동기가 나뉜다’는 내용은 어떻게 하실 건데요?”

서연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그건… 바로 여기서 우리의 기발한 상상력이 필요한 거지!”

민준은 활짝 웃으며 말했다.

“일단, 고양이 얘기부터. ‘검은 고양이가 사건 현장에 나타나 피의자를 당황하게 만들었고, 그 틈을 타 피해자가 도망치려 했으나 실패했다’ 정도로 써보는 건 어때?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말이지.”

“영화요? 선배, 이건 현실 수사인데요.”

“현실도 영화처럼 극적일 수 있잖아! 그리고 무지개는… ‘사건 발생 시각에 하늘에 무지개가 떠 있었는데, 이는 범행의 극적인 순간을 상징하는 듯했다’ 이렇게 쓰는 거지. ‘범행 동기’는… 나중에 따로 조사해서 채워 넣으면 되고!”

민준은 자신의 아이디어에 스스로 감탄하며 박수를 쳤다. 서연은 그런 민준을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지만, 그녀의 입가에도 옅은 미소가 번졌다.

“정말 선배답네요. 좋습니다. 그럼 일단 그렇게 써보죠.”

그렇게 해서 ‘망상 대잔치’의 첫 번째 잔치, ‘피의자 신문조서’ 작성이 시작되었다. 민준은 앞 기수 형사의 황당무계한 기록을 바탕으로, 자신의 기발한 상상력을 덧입혀 조서를 써내려갔다. ‘범인은 고양이를 이용해 사건 현장을 혼란에 빠뜨렸고, 하늘에 뜬 무지개는 마치 범행의 극적인 순간을 증명이라도 하듯 찬란하게 빛났다.’

그때, 사건의 핵심 인물인 목격자, 이수현 씨가 조사실로 들어왔다. 그녀는 묘하게 몽환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여성이었다. 민준은 서연에게 눈짓을 하고는 그녀에게 다가갔다.

“이수현 씨, 안녕하세요. 저는 김민준 형사입니다. 옆에는 제 파트너 박서연 형사입니다.”

“안녕하세요…”

이수현 씨는 나른한 목소리로 인사하며 민준과 서연을 번갈아 보았다. 그녀의 눈빛은 마치 먼 곳을 응시하는 듯했다.

“지난번 사건 현장에서 고양이를 보셨다고 들었습니다. 혹시 그 고양이에 대해 좀 더 자세히 말씀해주실 수 있을까요?”

민준은 조심스럽게 운을 떼었다. 앞 기수 형사의 기록에 ‘범인은 고양이를 이용했다’는 내용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수현 씨는 잠시 생각에 잠기는 듯하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고양이요? 아… 기억나요. 아주 커다란 검은 고양이였어요. 마치… 그림자처럼요. 그런데 그 고양이가… 저한테 말을 걸었어요.”

“네? 말을 걸었다고요?”

민준과 서연은 동시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네. ‘진실을 보라’고 했어요. 그리고… 그리고 제 손에 무언가를 쥐여주었어요.”

이수현 씨는 자신의 손을 펴 보였다. 그녀의 손바닥 위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손에는 아무것도 없는데요?”

서연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아… 이제는 없어요. 그때는 분명히… 반짝이는 조약돌 같은 거였는데… 고양이가 그걸 받아들고는… 하늘로 사라졌어요. 무지개를 타고서요.”

이수현 씨의 말은 점점 더 비현실적으로 흘러갔다. 민준은 그녀의 말을 듣고 멍해졌다. ‘설마… 앞 기수 형사가 이수현 씨를 만났던 건가? 그리고 그녀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었던 걸까?’

“무지개를 타고 사라졌다… 라고요?”

민준은 애써 침착함을 유지하며 물었다.

“네. 아주 선명한 무지개였어요. 빨강, 주황, 노랑, 초록, 파랑, 남색, 보라… 모든 색깔이 다 있었어요. 마치… 꿈을 꾸는 것 같았죠.”

이수현 씨는 눈을 감고 무언가를 떠올리는 듯했다. 그녀의 얼굴에는 묘한 평온함이 감돌았다.

민준은 서연과 눈빛을 교환했다. 서연의 눈빛에는 ‘이 사람, 정말 이상해요’라는 말이 담겨 있었다.

‘하지만… 앞 기수 형사의 기록과 너무 비슷하잖아!’

민준은 갑자기 등골이 서늘해지는 것을 느꼈다. ‘혹시… 이수현 씨의 말이 진실일지도 몰라.’ 그의 머릿속에서는 이미 ‘검은 고양이가 이수현 씨에게 진실을 전달하고, 무지개를 타고 사라졌다’는 시나리오가 완성되고 있었다.

“이수현 씨, 혹시 그 고양이가… 당신에게 무엇을 말하려 했던 건지, 기억나는 것이라도 있으신가요?”

민준은 마지막 희망을 걸고 물었다.

이수현 씨는 잠시 침묵하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 고양이는… ‘가장 소중한 것을 잃은 자만이 진실을 볼 수 있다’고 했어요. 그리고… ‘하늘의 눈물이 땅에 떨어질 때, 모든 것이 밝혀질 것이다’라고 했어요.”

‘하늘의 눈물…?’

민준은 이수현 씨의 말을 곱씹었다. 갑자기 그의 머릿속에 ‘비’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혹시… 비가 오는 날, 사건이 해결된다는 뜻인가?’

그때, 민준의 휴대폰이 울렸다. 발신자는 최 팀장이었다.

“김 형사, 지금 바로 사건 현장으로 와.”

최 팀장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더 무겁게 들렸다.

“무슨 일입니까, 팀장님?”

“비가 온다. 그리고… 사건 현장에서 이상한 물건이 발견됐어.”

민준은 서연을 바라보았다. 서연의 얼굴에도 긴장감이 역력했다.

“가자, 서연아. ‘하늘의 눈물이 땅에 떨어질 때, 모든 것이 밝혀질 것이다’라고 했지?”

민준은 이수현 씨의 말을 떠올리며 사건 현장으로 향했다. 그의 머릿속은 이미 ‘고양이’, ‘무지개’, ‘하늘의 눈물’이라는 단어로 가득 차 있었다.

사건 현장에 도착하자,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다. 최 팀장은 빗줄기 속에서 무언가를 들고 있었다. 그것은… 낡은 조약돌이었다.

“이게… 발견됐네. 사건 현장 근처 배수로에서 말이야.”

최 팀장이 조약돌을 민준에게 건넸다. 조약돌은 희미하게 빛나고 있었다. 마치… 이수현 씨가 말했던 ‘반짝이는 조약돌’처럼.

민준은 조약돌을 손에 쥐고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았다. 비가 그의 얼굴을 타고 흘러내렸다. ‘하늘의 눈물이 땅에 떨어지고 있었다.’

그 순간, 그의 머릿속에서 모든 조각들이 맞춰지기 시작했다. 앞 기수 형사의 엉터리 같은 기록, 이수현 씨의 몽환적인 증언, 그리고 최 팀장이 건네준 조약돌까지.

“팀장님… 혹시… 이 조약돌이… 사건과 관련이 있습니까?”

민준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최 팀장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 조약돌은… 피해자가 평생 간직해온 물건이야. 그리고… 사건 당일, 피해자는 이 조약돌을 누군가에게 건네주려 했지. 하지만… 범인에게 들켜버렸고.”

“범인은… 고양이를 이용한 건가요?”

민준은 문득 앞 기수 형사의 기록을 떠올렸다.

“고양이… 글쎄. 하지만 범인이 사건 현장에 있었던 검은 고양이를 이용했을 가능성은 있어. 목격자에 따르면, 그 고양이는 범인에게 무언가를 전달하는 듯한 행동을 했다고 하더군.”

최 팀장의 말은 민준의 상상력을 더욱 자극했다.

“그렇다면… 무지개는요? 사건 현장에 무지개가 떴다는 기록도 있었는데요.”

“무지개… 아마도 피해자가 마지막으로 봤던 풍경이었을 거야. 희망의 상징이었을 수도 있고, 아니면… 범행의 순간을 더욱 극적으로 보이게 하는 장치였을 수도 있지.”

최 팀장은 조약돌을 다시 민준에게 건네며 말했다.

“김 형사, 이제 네게 달렸어. 이 조약돌이 가진 진실을 밝혀내야 해.”

민준은 조약돌을 꽉 쥐었다. 그의 손끝에서 희미한 온기가 느껴졌다. ‘이 조약돌이… 모든 것의 열쇠야.’

그는 서연을 바라보았다. 서연 역시 결의에 찬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선배, 이제 우리가 할 일은 명확해졌어요. 이 조약돌을 통해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는 거죠.”

“그래. ‘망상 대잔치’는 끝났다. 이제부터는 진실을 향한 ‘진실 대행진’이다!”

민준은 의기양양하게 외쳤다. 하지만 그의 마음 한편에는 여전히 불안감이 남아 있었다. ‘다음번에는 또 어떤 ‘망상 대잔치’가 기다리고 있을까?’

비는 더욱 거세게 내렸다. 사건 현장에는 빗소리만이 가득했다. 민준은 조약돌을 쥔 채, 어둠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그의 머릿속에는 이미 새로운 사건에 대한 상상이 펼쳐지고 있었다. 이번에는 과연 어떤 기상천외한 이야기들이 그를 기다리고 있을까. 그는 두려움 반, 기대 반의 마음으로 다음 ‘망상 대잔치’를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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