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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2

고난의 행군, 굶주림의 현실

김일성 3대 세습 독재 아래, '고난의 행군'이라는 이름으로 2천 5백만 인민은 굶주림에 허덕였다. 1990년대 대량 아사 사태에도 불구하고, 정권은 책임을 외부로 돌리며 '미제국주의'와 싸워야 한다고 세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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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서부터 김일성을 ‘어버이 수령님’, ‘어머니 조국’이라 배우고 부르며 자랐다. 수령님께서는 한평생 인민들에게 흰쌀밥에 고기국을 먹이며 비단옷을 입고 기와집에서 살게 하는 것이 평생 소원이라 하셨고, 삼대를 거쳐 어머니의 심정으로 내 조국은 그것이 마치 민족의 숙원인 양 세뇌시켰다. 한반도 땅의 절반인 남쪽 나라에서는 반세기도 안 걸려 해결한 문제였건만, 내 고향은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삼대를 거쳐도 그냥 민족의 숙원이라는 숙제만 남겼다.

삼대에 걸쳐 수령님의 유훈을 관철한다면서 인민들에게 죽지 않을 만큼의 식량만 주며 이천오백만을 노예처럼 부리고 있었다. “당과 수령, 조국과 인민을 위하여”라는 구호 아래 인민을 세뇌시키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아니라 봉건 왕족 국가를 운영하고 있었다. 신발과 옷, 된장과 간장에 이르기까지 모든 기초 생활필수품 공급 체계를 만들어 놓고, 간식으로 개를 훈련시키듯 자기 백성들을 노예로 만들어 버렸다.

그러다 급기야 1994년 김일성이 죽기 전부터 내 고향은 식량난으로 허덕였고, 1996년에는 삼백만에서 사백만이 굶어 죽는 대량 아사 사태가 일어났다. 그러나 어버이 수령, 위대한 영도자라 자칭하는 자들은 “수령님께서 일제를 쳐 물리치실 때 한 홉의 미싯가루로 고난을 이겨냈다” 하며, 지금은 미제국주의자들과 그 앞잡이 남조선 괴뢰도당들 때문에 조국은 항일의 그 시기처럼 ‘고난의 행군’을 해야 한다고 세뇌시켰다. 한마디로 공급 체계가 무너져 미공급 체계가 된 것도 저들에게서 잘못을 찾는 것이 아니라 미제국주의에 책임을 전가한 것이다.

“사회주의는 과학이다”라는 허황한 거짓말로 미제국주의와 홀로 싸우는 김정일 장군님은 줴기밥과 쪽잠으로 전선을 오가고 계신다며, “장군님은 전선으로, 아이들은 야영소로”라는 노래까지 만들어 인민들을 세뇌시키는 데 올인하였다. 거기에 “당신이 없으면 조국도 없다”는 얼빠진 비전향 장기수 이인모가 지은 노래를 전 당, 전국이 학습하고 따라 배우기 운동까지 벌이게 하였다. 거기에 한술 더 떠 청년들은 ‘당과 수령을 결사옹위하는 총폭탄이 되자’는 구호까지 만들어 청년들을 세뇌시켰다.

굶어 쓰러져 가는 백성들, 살아남으려 몸부림치는 인민들에게 체제 붕괴의 위험성을 감지한 정권은 ‘선군정치’를 내세우며 공포 정치를 시작하였다. 자본주의 사상을 황색 바람에 비유하며 “검은 구름 몰아쳐도 붉은기 높이 들고 사회주의를 지키자”를 외친 내 고향 땅. 먹고살기 위해 두만강, 압록강을 넘나든 사람들을 당과 조국, 수령과 인민을 망신시킨 배신자라며, 그들이 벌어온 것을 모조리 압수하고 모두 노동교양대와 노동교화소에 보냈다.

그래도 그것이 잦아들 기미가 보이지 않자 돈도 권력도 없는 힘없는 백성들을 총살하기 시작하였다. 한 사람을 죽여 백 사람을 통제하려는 공포 정치를 시작한 것이다. 주모자는 따로 있건만, 돈도 권력도 없는 아무 힘없는 백성들을 총살하고, 심지어 사형당한 자의 사돈의 팔촌까지 정치범으로 몰거나 추방을 보내며, “조국이 어려울 때 함께하지 않고 저들만 살겠다고 나라 망신시킨 자들”이라는 오명을 씌움으로써 저들의 추악함을 총성으로 잠재워 버렸다.

돈도 권력도 없는 백성은 먹고살기 위해 두만강을 넘었고, 돈 있고 권력 있는 자들은 배부르고 돈에 미쳐 한국 드라마와 같은 자본주의 녹화물을 보며 세상을 알아갔지만, 그들의 죄까지 다 뒤집어쓰고 희생양은 따로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돈도 권력도 없는 무지렁이 백성이었다.

어머니는 병신 자식 탓하지 않고 죄지은 자식 나무라지 않는다. 자식을 위해서라면 목숨도 서슴없이 내놓는 것이 바로 그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어머니의 숭고한 정신이다. 그런데 내가 바깥에서 바라본 고향 땅은 못된 이붓엄마와 같은 심정이었다. 돈 있고 권력 있는 자들에게는 관대하고, 아무것도 없는 백성에게는 무자비하였다. 위로는 아부하고 아래로는 폭군이 따로 없는, 말 그대로 봉건 왕족 국가 그 자체였다. 다섯 손가락 깨물어 어디 아프지 않은 손가락이 있으랴. 하물며 어머니당이라 부르는 내 고향에서 자식 같은 백성을 무자비하게 죽이는 그런 어머니당, 조국이 이 세상에 또 어디 있으랴?

아마도 김정일이 백성들 스스로 알아서 살아가게끔 아주 작은 자유만 주었어도 삼백만에서 사백만이 넘는 백성들이 굶어 죽지는 않았을 것이다. 총성이 울리며 공포 정치가 시작된 때로부터 당분간 정적이 깃들고 체계가 바로 서는 것 같았지만, 아무 힘 없는 백성들은 무언으로 항거하였다. 힘없는 백성의 가장 큰 항거는 바로 탈북이었다. 김정일 독재 정권에 맞서 가장 큰 용기와 결단을 내린 사람들이 바로 탈북민이기에 나는 늘 탈북민이 자랑스럽다.

자신들의 고향 땅에서 두 눈 뜨고 부모 형제 자식들이 굶어 죽고 집까지 빼앗기고 하루아침에 고아가 된 사람들. 어머니당, 어머니 조국이라 부르는 그 정권, 그 땅도 외면한 사람들이 바로 탈북민이다. “나라 없는 자 상갓집 개보다 못하다”는 속담이 있듯이, 단지 먹고살기 위해 두만강을 넘었건만 불법 월경자라는 딱지가 붙고, 여자들은 불법 인신매매와 강제 결혼, 남자들은 언어가 통하지 않아 죽도록 일하고도 돈도 못 받고 탈북민이라는 이유로 신고를 당해 북송되는 등 인간 이하의 멸시와 천대를 받았다.

돈이 없고 권력이 없어 자기들의 고향 땅에서조차 개밥에 도토리 신세가 되고, 남의 나라 땅에서조차 개밥에 도토리 신세가 되어 인생의 모든 풍파를 겪으며 이겨낸 사람들이 바로 탈북민들이다. 탈북민이 바라본 그 땅은 과연 어려서부터 불러온 어머니당, 어머니 조국이었을까? 어머니라는 그 이름만 불러도 눈물이 앞서고 친근한 그러한 내 고향이었을까?

바깥에서 바라본 내 고향은 한마디로 보이지 않는 철창으로 막힌 거대한 감옥일 뿐이다. 그곳에서 내 부모 형제 자식이기 전에 우리와 꼭 같은 이천오백만의 사람들이 김정은 일가를 위해 신음소리 한마디 못 내고 살아가고 있다. 감옥의 문은 바깥에서만 열 수 있다. 그 열쇠를 여는 사람들이 바로 자유를 누리고 있는 세계의 선량한 사람들이 한목소리를 낼 때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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