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6
이상형 이지혜, 고요한 존재감
민준은 조용하고 사려 깊은 동료 이지혜에게서 평온함을 느낀다. 그녀는 세상의 소음에 흔들리지 않는 듯 보이며, 민준은 그녀를 관찰하며 기록에 영감을 얻는다. 그녀는 민준의 이상향이다.
김민준은 마우스 커서가 춤추는 엑셀 시트를 노려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오늘따라 유난히 끈적이는 공기, 귓가에 맴도는 키보드 두드리는 소리, 그리고 저 멀리서 들려오는 희미한 통화 소음까지. 이 모든 것이 뒤섞여 그의 머릿속을 엉망진창으로 만들고 있었다. 그는 세상의 온갖 시기, 질투, 기만, 배신, 모략, 정치질로 이루어진 이 거대한 소음 공해 속에서 마치 얇은 막 하나에 의지해 겨우 숨 쉬고 있는 기분이었다. 쇼펜하우어 할아버지의 냉소적인 미소가 떠올랐다. ‘인생은 고통이다.’ 그래, 이렇게 숨 막히는 일상 자체가 고통이지.
그때, 그의 시선이 창가 쪽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마치 다른 세상에 사는 사람처럼 고요하고 차분한 존재가 있었다. 바로 동료 이지혜였다. 그녀는 언제나 그랬듯, 조용히 책상 앞에 앉아 무언가를 읽거나, 혹은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의 주변에는 마치 투명한 보호막이라도 쳐져 있는 듯, 사무실의 소음이 그녀에게 닿지 않는 것 같았다. 김민준은 자신도 모르게 그녀를 '이상형'이라고 정의했다. 세상의 부조리함 앞에서 흔들리지 않는, 평온 그 자체. 그녀는 마치 잿빛 빌딩 숲 사이에서 홀로 피어난 한 송이 연꽃 같았다.
그는 그녀를 관찰하는 것을 좋아했다. 그녀가 옅은 미소를 지을 때, 혹은 무언가에 집중하며 미간을 살짝 찌푸릴 때, 김민준은 그 모든 순간을 놓치지 않고 마음에 새겼다. 그것은 마치 그의 ‘침묵의 기록’에 영감을 불어넣는 귀한 재료가 되는 듯했다. 그녀의 존재 자체가 그에게는 일종의 이상향이었고, 이 지긋지긋한 소음 세상에서 벗어날 수 있는 작은 희망처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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