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9
9장
희연의 끝없는 욕심
희연은 자신의 아들 헌이를 엄하게 대했다.
헌이가 조금이라도 잘못하면 희연은 아이를 꼬집고 뺨을 때렸다.
"어머님……."
헌이의 눈에서 눈물이 한 방울 떨어졌다.
그 모습을 본 희연은 오히려 화를 냈다.
"누가 울라고 하였느냐?"
희연은 헌이를 더욱 몰아붙였다.
그날 이후 헌이는 좀처럼 눈물을 보이지 않는 아이가 되어갔다. 울고 싶어도 울지 않았고, 아파도 아무 말 하지 않았다.
한편, 예름의 처소에서는 전하와 중전이 함께 웃으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 소식을 들은 희연은 서둘러 몸단장을 했다. 가장 아름다운 옷을 꺼내 입고 머리까지 정성스럽게 꾸몄다. 그리고 중전의 처소로 향했다.
"중전마마, 희빈마마께서 문안 인사를 드리러 오셨습니다."
한 상궁이 아뢰었다.
김 상궁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문을 열까요?"
"들라 하세요."
예름이 허락하자 문이 열렸다.
희연은 단정하게 예를 갖추었다.
"중전마마, 문안드리옵니다. 전하께서도 계셨군요."
전하는 희연을 전혀 사랑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분명 그녀에게도 마음이 있었다. 다만 예전처럼 그녀에게만 마음을 쏟지는 않았다.
희연은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전하…… 이제는 저도 회임할 수 있지 않겠사옵니까? 조금만 더 기회를 주시면 아니 되겠사옵니까?"
그녀는 다급하게 부탁을 거듭했다.
전하는 중전의 눈치를 살폈다. 예름은 곤란한 표정을 지었지만 결국 희연의 부탁을 허락했다.
그렇게 희연은 전하와의 합방을 위해 오랫동안 애썼다. 이전부터 이어진 기간까지 합하면 무려 한 달에 가까운 시간이었다.
그러나 결과는 여전히 같았다.
희연의 부모조차 그녀가 회임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자세히 알지 못했다.
그 후에도 희연은 회임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찾았다. 오상궁 역시 희연의 부탁을 들어주기 위해 온갖 약재를 구해 왔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마마…… 드디어!"
오상궁이 기쁜 얼굴로 희연에게 달려왔다.
희연도 믿을 수 없다는 듯 오상궁을 바라보았다.
"정말이냐?"
"그러하옵니다, 마마!"
두 사람은 서로를 끌어안고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오랫동안 기다려 온 소식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쁨은 오래가지 못했다.
의원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마마…… 송구하오나, 실제 회임은 아니옵니다."
희연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게 무슨 말이냐?"
"몸에서 회임한 것과 비슷한 반응이 나타난 것이옵니다. 허나 실제로 아이를 품으신 것은 아니옵니다."
순간 희연의 눈에서 눈물이 쏟아졌다.
"어찌…… 어찌 내가 이럴 수 있단 말이냐!"
오상궁 역시 고개를 숙인 채 눈물을 흘렸다.
이 사실을 아는 사람은 희연과 오상궁, 그리고 의원뿐이었다.
그 누구에게도 알려서는 안 되는 비밀이었다.
희연은 서럽게 울었다.
그토록 원했던 아이였건만, 이번에도 자신의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연못가의 작은 계략
며칠 뒤, 예름의 첫째 딸 안이와 둘째 아들 준이는 희연의 처소에서 멀지 않은 연못가에서 놀고 있었다.
희연은 우연히 두 아이를 발견했다.
두 아이가 웃으며 장난치는 모습을 바라보던 희연의 마음속에는 좋지 않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저 아이들만 없었다면…….'
그녀는 애써 표정을 가다듬고 두 아이에게 다가갔다.
"공주마마, 왕자마마. 이곳에서 무엇을 하고 계시옵니까?"
안이와 준이는 거의 동시에 대답했다.
"놀고 있었어!"
둘의 대답이 똑같자 희연은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
"그러시옵니까? 이 연못은 물이 참 시원하답니다. 한번 들어가 보시면 좋을 텐데요."
그러자 안이가 희연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럼 희빈마마가 먼저 들어가 보세요."
준이도 곧바로 거들었다.
"맞아. 희빈마마가 먼저 들어가면 우리도 들어갈게요."
"네?"
희연은 당황했다.
"어찌 첩이 먼저 들어가겠사옵니까?"
"희빈마마가 들어가면 우리도 들어갈 거라니까요!"
두 아이는 한 치의 양보도 하지 않았다.
결국 희연은 어쩔 수 없이 연못 안으로 들어갔다.
차가운 물이 몸을 감싸자 희연은 몸을 떨었다.
"이제 들어오셔도 됩니다."
그러나 두 아이는 서로를 바라보더니 고개를 저었다.
"아니, 난 안 들어갈래."
"나도 물 싫어해. 여기 너무 깊잖아."
결국 두 아이는 희연을 연못에 남겨둔 채 떠나버렸다.
"어…… 어찌 이러십니까? 공주마마! 왕자마마!"
희연은 뒤늦게 연못에서 나왔다.
옷은 물에 흠뻑 젖었고 몸은 추위에 떨리고 있었다.
마침 밖으로 나온 예름은 그 모습을 발견했다.
"희빈? 어찌 된 일이냐? 어쩌다가 그리되었느냐?"
그러나 희연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그때 전하 역시 그 모습을 보았다.
"희빈, 네 꼴이 어찌 그러하냐?"
희연은 고개를 숙이고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발을 헛디뎌 연못에 빠졌사옵니다."
전하는 잠시 희연을 바라보다가 말했다.
"알겠다. 지금 네 처소로 돌아가기는 어려울 듯하니, 우선 중전의 처소에서 몸을 녹이도록 하거라."
그렇게 희연은 예름의 처소로 향하게 되었다.
희연은 전하를 붙잡고 무언가 말하려 했지만, 전하는 이미 자리를 떠난 뒤였다.
그녀는 젖은 옷을 움켜쥐고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리고 머릿속에는 조금 전 자신을 두고 떠나간 두 아이의 모습이 떠올랐다.
안이와 준이.
희연의 마음속에 두 아이를 향한 원망이 점점 깊어졌다.
'저 아이들만 없었더라면…….'
그날 이후 희연은 예름의 두 아이를 더욱 싫러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