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
1장
아카데미 졸업식 날, 이벨린은 카시안과의 마지막 이별을 준비한다. 그러나 엘리자베스가 전하는 서한이 그녀의 운명을 바꾼다.
"이벨린."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낮고 차분했다. 이벨린은 손에 쥔 졸업장을 더 세게 움켜쥐었다. 아카데미의 대강당은 훈장과 웃음소리로 가득했지만, 그녀의 귀에는 오직 그의 발소리만 들렸다.
카시안 발테리온이 그녀 곁에 섰다. 짙은 금발이 햇살에 반짝이고, 날카로운 눈매가 그녀를 향해 부드럽게 휘어졌다.
"축하한다. 수석 졸업이라니, 당연한 결과지만."
그는 미소 지었지만, 그 미소 끝에는 무언가가 숨겨져 있었다. 이벨린은 알고 있었다. 오늘이 마지막이라는 것을.
"당신도, 황태자 전하. 무사히 졸업하셨군요."
그녀의 목소리는 공손했지만, 가슴속에서는 무언가가 부서지는 소리가 났다. 3년 동안의 은밀한 만남, 도서관 구석의 속삭임, 밤하늘 아래서 나눈 약속들—모든 것이 오늘로 끝난다. 그들은 적국의 황녀와 황태자였다. 사랑은 반역이었다.
카시안이 한 걸음 다가섰다. 그의 손이 그녀의 손등에 스쳤다. 짧은 순간, 전율이 그녀의 팔을 타고 올라갔다.
"네가 내 곁에 없다면, 이긴들 무슨 소용이 있을까."
그의 목소리는 거의 속삭임에 가까웠다. 이벨린은 눈을 감았다. 그 말을 믿고 싶었다. 그러나 그녀는 제국의 황녀였다.
"전하, 우리는 이미 선택을 끝냈습니다."
그녀가 돌아서려는 순간, 낯익은 발걸음 소리가 다가왔다. 엘리자베스, 카시안의 고모이자 황국의 재상이 그들 앞에 섰다. 그녀의 검은 머리는 단정하게 묶여 있었고, 차분한 눈빛이 이벨린을 꿰뚫었다.
"이벨린 공주님, 잠시 말씀을 나누고 싶습니다."
이벨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카시안의 표정이 굳어졌지만,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엘리자베스가 그녀를 조용한 복도로 이끌었다.
"공주님, 당신의 어머니에 대해 알고 계십니까?"
이벨린의 심장이 멈추는 듯했다. "어머니는 제가 어렸을 때 돌아가셨습니다."
"그렇습니다. 하지만 그분이 남긴 것이 있습니다." 엘리자베스는 봉인된 서한을 꺼냈다. 봉투 가장자리에는 익숙한 문장—제국의 문장이 새겨져 있었다. "당신이 성인이 되는 날, 이 편지를 전하라고 하셨습니다. 오늘이 그날입니다."
이벨린의 손이 떨렸다. 그녀는 서한을 받아들었다. 종이의 촉감이 낯설지 않았다.
"어머니가... 무엇을 남기셨죠?"
"그것은 당신이 직접 확인하실 일입니다. 하지만 한 가지는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이 편지는 이 땅의 운명을 바꿀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엘리자베스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당신과 카시안의 관계도."
그녀가 돌아서서 걸어갔다. 이벨린은 복도에 혼자 남아 서한을 응시했다. 손가락이 봉투 가장자리를 더듬었다. 그 순간, 멀리서 카시안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벨린!"
그녀는 고개를 들었다. 그는 대강당 입구에 서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눈에는 무언가 결심한 빛이 어렸다.
그러나 그녀의 손에는 이미 다른 운명이 쥐어져 있었다. 이벨린은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그리고 서한을 찢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