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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

제1장

강지훈 형사가 살목지에 도착해 첫 번째 변사자를 조사하고, 마을 사람들의 경계 속에서 박노인을 만나 의미심장한 조언을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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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죽었어요. 이번이 세 번째예요.”

강지훈은 전화 너머로 들려오는 목소리에 손목시계를 확인했다. 새벽 네 시. 도시에서는 익숙한 시간이었지만, 이곳 살목지에서는 모든 것이 낯설었다. 그는 모텔 방의 얇은 침대에서 일어나 정장 상의를 집어 들었다.

살목지. 지도에서조차 이름이 제대로 표시되지 않는 이 마을은 삼면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고, 북쪽으로는 묘지가 자리 잡고 있었다. ‘저주받은 땅’이라는 소문은 도청에서도 들려왔지만, 강지훈은 그런 말을 믿는 편이 아니었다. 하지만 연쇄 죽음이라는 단어는 그의 전문성을 자극했다.

현장은 마을 입구에서 오백 미터쯤 떨어진 논두렁이었다. 안개가 자욱하게 깔린 가운데, 시체는 웅크린 자세로 누워 있었다. 목에 선명한 손자국이 남아 있었고, 얼굴에는 공포보다는 오히려 평온한 표정이 어려 있었다. 강지훈은 무릎을 꿇고 자세히 살폈다. 피해자는 오십 대 초반의 남성, 마을에서 잡화점을 운영하는 박 씨였다.

“또 묘지 쪽에서 내려왔다는군요.”

옆에 서 있던 마을 순경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강지훈은 고개를 들었다. 안개 너머로 묘지의 돌담이 희미하게 보였다.

“누가 발견했습니까?”

“최 서점 주인이요. 아침 일찍 문을 열려고 나왔다가 발견했다고 합니다.”

강지훈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최수현. 마을 유일의 서점 주인이라는 건 이미 파악해 두었다. 그는 순경에게 현장 감식을 지시하고 마을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마을은 고요했다. 아직 사람들이 잠에서 깨어나지 않은 시간이었다. 좁은 길을 따라 걷다 보니, 작은 찻집 하나가 문을 열고 있었다. 따뜻한 등불이 안개 속에서 반짝였다. 강지훈은 잠시 망설이다가 문을 열고 들어갔다.

찻집 안은 차분한 분위기였다. 주인은 보이지 않았고, 대신 구석 자리에서 한 노인이 차를 마시고 있었다. 허름하지만 깨끗한 한복 차림에 주름진 얼굴, 하지만 눈빛은 날카로웠다.

“손님이 일찍 오셨네.”

노인이 천천히 말했다. 목소리는 낮고 차분했다.

“형사입니다. 마을에 대해 좀 물어보려고요.”

강지훈은 노인 맞은편에 앉았다. 노인은 찻잔을 내밀었다. 따뜻한 김이 올라왔다.

“이 마을에 온 지 얼마나 되셨소?”

“어젯밤입니다. 그런데 벌써 시체를 봤습니다.”

노인은 잠시 침묵했다. 그러고는 천천히 찻잔을 들어 올렸다.

“이 땅은 산 자보다 죽은 자들의 말을 더 잘 듣는 법이지. 하지만 듣기만 한다고 다 알 수 있는 건 아니야.”

강지훈은 눈을 가늘게 떴다.

“그 말씀은, 죽은 자들이 말을 한다는 뜻입니까?”

“아니, 묻는 자가 누구냐는 뜻이지.”

노인의 눈빛이 깊어졌다. 강지훈은 무언가 숨겨진 의미가 있음을 직감했다.

“저는 박노인이라고 하네. 전직 묘지 관리인일세. 마을의 오래된 이야기를 좀 알고 있지.”

“강지훈입니다. 실례합니다만, 죽은 사람들에 대해 뭘 알고 계십니까?”

박노인은 찻잔을 내려놓았다. 손가락이 잔 가장자리를 천천히 쓰다듬었다.

“묘지는 조용한 곳이 아니야. 특히 이곳은 더욱 그렇지. 하지만 그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사람은 드물어. 대개는 자기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니까.”

강지훈은 말없이 기다렸다. 노인은 이내 일어섰다.

“자네, 묘지에 가 본 적 있나?”

“아직입니다.”

“그럼 오늘 가 보게. 거기서 무언가를 보게 될 걸세. 하지만 조심하게. 묘지는 산 자를 위한 곳이 아니니까.”

노인은 그렇게 말하고 찻집을 나갔다. 강지훈은 남은 차를 한 모금 마셨다. 씁쓸한 맛이 혀끝에 감돌았다.

찻집을 나와 묘지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안개가 점점 짙어지고 있었다. 묘지 입구에 도착했을 때, 그는 돌문 앞에 서 있는 한 여성을 발견했다. 최수현이었다. 그녀는 검은 코트를 입고, 손에 책 한 권을 들고 있었다.

“강 형사님이시죠?”

그녀가 먼저 말을 걸었다. 목소리는 차갑지만 또렸했다.

“네. 최 씨, 시체를 발견하셨다고 들었습니다.”

“네. 아침에 서점 문을 열려고 나왔다가 봤어요. 그가 누군지 알아보고 바로 신고했죠.”

그녀의 눈빛에는 슬픔이 스며 있었다. 하지만 동시에 무언가 숨기고 있다는 느낌도 들었다.

“왜 이렇게 일찍 묘지에 오셨습니까?”

강지훈의 질문에 최수현은 잠시 머뭇거렸다.

“저는 매일 아침 이곳에 옵니다. 묘지가 제게는... 위안을 주거든요.”

그녀의 말은 이상했다. 하지만 강지훈은 더 묻지 않았다. 대신 묘지 안으로 들어가기로 했다.

묘지는 예상보다 넓었다. 오래된 비석들이 줄지어 서 있고, 중앙에는 커다란 돌탑 하나가 자리 잡고 있었다. 강지훈은 돌탑 쪽으로 걸어갔다. 탑에는 이상한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마치 주술적인 기호처럼 보였다.

그때, 바람이 불어와 안개를 잠시 걷어 냈다. 강지훈은 탑 아래에서 반짝이는 무언가를 발견했다. 다가가서 살펴보니, 그것은 작은 은반지였다. 안쪽에는 ‘영원히’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그는 반지를 주워 주머니에 넣었다. 그리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묘지는 다시 안개에 휩싸였다.

찻집으로 돌아가려는 순간, 그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순경이었다.

“형사님, 현장 감식 결과가 나왔습니다. 사인은 질식사인데, 목에 난 손자국이... 좀 특이합니다.”

“어떻게요?”

“손가락이 여섯 개인 사람의 것으로 보입니다.”

강지훈은 멈춰 섰다. 여섯 개의 손가락. 그것은 일반적인 것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는 박노인의 말을 떠올렸다. ‘묘지는 산 자를 위한 곳이 아니니까.’

그는 주머니 속의 은반지를 만지며 다시 묘지를 바라보았다. 안개 속에서 무언가가 움직이는 듯했다. 하지만 그것은 단순한 바람일 뿐이었다.

강지훈은 마을로 돌아가기로 했다. 하지만 그의 발걸음은 무거웠다. 이 마을에는 보통의 논리로는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때, 그의 뒤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돌아보니 최수현이 서 있었다.

“강 형사님, 조심하세요. 이 마을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깊은 곳입니다.”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는 돌아서서 사라졌다. 강지훈은 혼자 남아 안개 속에 서 있었다. 그리고 그는 알 수 없는 불안감에 휩싸였다.

다음 날 아침, 강지훈은 마을 주민들의 시선을 느끼며 서점 문을 열었다. 최수현은 그를 보며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어서 오세요, 형사님.”

그녀의 목소리는 여전히 차가웠다. 하지만 그 안에 무언가 숨겨진 따뜻함이 느껴졌다.

“최 씨, 묘지에 대해 좀 더 물어봐도 될까요?”

“물론이죠. 하지만 대답은 보장할 수 없습니다.”

그녀는 책장 사이로 걸어가며 말했다. 강지훈은 그녀의 뒤를 따랐다.

“그 돌탑에 새겨진 문양은 뭡니까?”

최수현은 잠시 멈춰 섰다. 그녀의 손이 책장에 닿았다.

“그건... 마을의 오래된 상징입니다. 보호와 저주를 동시에 의미하죠. 하지만 자세한 것은 저도 잘 모릅니다.”

그녀의 말에는 진실과 거짓이 섞여 있었다. 강지훈은 그것을 느꼈다. 하지만 더 캐묻지는 않았다.

“고맙습니다.”

그가 서점을 나서려는 순간, 최수현이 그를 불렀다.

“형사님, 이 책을 읽어보세요. 아마 도움이 될 겁니다.”

그녀가 내민 책은 오래된 일기장처럼 보였다. 표지에는 ‘살목지 비기’라고 적혀 있었다. 강지훈은 책을 받아 들었다.

“고맙습니다.”

그는 서점을 나와 찻집으로 향했다. 박노인이 다시 그곳에 앉아 있었다.

“벌써 돌아왔군.”

“네. 묘지에서 이걸 발견했습니다.”

강지훈은 은반지를 내밀었다. 박노인의 눈빛이 흔들렸다.

“그건... 오래된 반지군. 아마도 마을의 첫 번째 묘지 관리인이 찼던 물건일세.”

“첫 번째 묘지 관리인?”

“그래. 백 년 전, 이 마을에 처음 묘지가 생겼을 때부터 일했던 사람이지. 하지만 그는 어느 날 갑자기 사라졌네. 그리고 그 이후로 묘지에서는 이상한 일들이 일어나기 시작했어.”

강지훈은 책장을 넘겼다. 일기장에는 이상한 기호와 함께 날짜가 적혀 있었다. 마치 의식의 기록처럼 보였다.

“이 책은 최 씨가 준 겁니다. ‘살목지 비기’라고 적혀 있네요.”

박노인은 책을 받아 들고 천천히 넘겼다. 그의 얼굴에 그림자가 드리웠다.

“이건... 마을의 비밀을 기록한 책이야. 하지만 함부로 읽으면 안 돼. 너무 많은 것을 알게 되면, 그 대가를 치러야 하니까.”

강지훈은 결심했다. 그는 진실을 알아야 했다. 비록 그 대가가 무엇이든 간에.

“알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멈출 수 없습니다.”

그날 밤, 강지훈은 모텔 방에서 책을 읽기 시작했다. 페이지마다 이상한 이야기가 적혀 있었다. 마을의 기원, 저주의 시작, 그리고 희생자들의 이름. 마지막 페이지에는 한 줄의 문장이 있었다.

‘묘지는 닫히지 않는다. 문은 항상 열려 있다.’

그 순간, 방 안의 전등이 깜빡였다. 강지훈은 창밖을 바라보았다. 안개 속에서 묘지의 돌탑이 어렴풋이 보였다. 그리고 그 위에, 무언가가 서 있었다.

그는 숨을 멈추고 응시했다. 형체는 점점 선명해졌다. 사람의 모습이었다. 아니, 적어도 사람처럼 보이는 무언가였다.

강지훈은 자리에서 일어나 창문으로 다가갔다. 하지만 그 순간, 형체는 사라졌다. 안개만이 남아 있었다.

그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 마을의 비밀은 생각보다 훨씬 깊고 어두웠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기로 했다.

“진실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습니다. 우리가 외면할 뿐이죠.”

그는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다시 책을 펼쳤다. 다음 장에는 지도 한 장이 끼워져 있었다. 묘지의 지하 구조를 그린 것이었다.

그의 손이 떨렸다. 하지만 그는 계속 읽어 내려갔다. 그리고 마침내,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이 모든 죽음은 우연이 아니었다.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벌이고 있는 일이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바로 묘지가 있었다.

강지훈은 휴대전화를 들어 순경에게 전화를 걸었다.

“내일 아침, 묘지 발굴을 준비하세요. 지하에 뭔가 있습니다.”

그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그리고 그는 알 수 없는 기대와 두려움에 휩싸였다.

밤이 깊어 갔다. 안개는 더욱 짙어졌고, 묘지는 침묵 속에 잠겼다. 하지만 강지훈은 알 수 있었다. 그 침묵 속에서 무언가가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는 다음 날, 진실과 마주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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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부터 플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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