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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

첫 번째 봄

3년 만에 강서준의 카페로 돌아온 윤하린. 서준은 아무 일 없는 듯 그녀를 맞지만, 하린의 등장에 그의 마음은 크게 흔들린다. 하린은 잠시 마을에 머물겠다고 말하며 카페를 나가고, 서준은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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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이 열리자 작은 종이 울렸다. 강서준은 손에 든 잔을 닦다가 고개를 들었다. 봄볕이 문틈 사이로 길게 들어와 바닥에 누워 있었다. 그리고 그 빛을 등지고 선 사람이 있었다. 그는 잠시 멈췄다. 그렇게 3년이 흘렀다. 윤하린이 서 있었다.

그녀는 예전과 같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카페 안을 둘러보았다. 서준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입을 열었다. "어서 오세요." 목소리는 생각보다 차분하게 나왔다. 하린이 천천히 카운터로 걸어왔다. 그녀의 발걸음 하나하나가 서준의 가슴을 두드렸다.

"아메리카노 한 잔 주세요."

서준은 고개를 끄덕이고 돌아서서 커피를 내리기 시작했다. 손이 약간 떨렸다. 그는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그동안 그는 이 장면을 수없이 상상했다. 하지만 막상 마주하니 아무 말도 떠오르지 않았다. 커피를 내려 잔에 따르는 동안 침묵이 흘렀다.

하린이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잘 지냈어?"

"응. 그냥 이렇게 카페 하면서 살아." 서준은 커피를 내밀며 그녀의 눈을 마주했다. 그 눈동자에는 여전히 그날의 기억이 담겨 있었다.

하린은 커피를 받아 들고 자리를 찾아 앉았다. 서준은 그녀가 앉은 자리를 슬쩍 보았다. 창가 쪽, 그녀가 예전에 좋아하던 자리였다. 기억하고 있었던 걸까. 그는 고개를 돌려 다시 일에 집중하려 애썼다. 하지만 손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카페에는 조용한 재즈 음악이 흐르고 있었다. 그 음악이 더욱 공허하게 느껴졌다.

몇 분이 지났을까. 하린이 일어나 카운터로 다시 다가왔다. "맛있었어. 고마워."

서준은 그녀가 무언가 더 말할 것 같아 기다렸다. 하린은 잠시 망설이다가 말을 이었다. "나, 이번에 잠시 마을에 머물기로 했어. 얼마 동안 있을지는 아직 모르지만."

서준의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그래?"

"응. 그동안 쌓인 것도 정리할 겸." 하린이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는 예전과 똑같았다. 서준은 가슴 한구석이 저려왔다.

"그럼 또 올게." 하린이 몸을 돌렸다. 종이 다시 울렸다. 서준은 그녀의 뒷모습이 문밖으로 사라질 때까지 바라보았다. 그리고 손에 든 행주를 내려놓으며 작게 한숨을 쉬었다.

카페는 다시 조용해졌다. 하지만 그녀가 남긴 커피 향기만은 여운처럼 남아 있었다. 서준은 서랍을 열었다. 그 안에는 멈춰버린 손목시계와 낡은 편지가 들어 있었다. 그는 그 시계를 꺼내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그리고 다시 서랍을 닫았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그는 고개를 들었다.

"야, 커피 한 잔만." 박민재가 들어서며 외쳤다. 그러다 서준의 표정을 보고 눈을 가늘게 떴다. "왜? 무슨 일 있어?"

서준은 대답하지 않고 그를 향해 고개만 저었다. 민재가 카운터로 다가와 팔을 걸쳤다. "표정이 왜 그래? 손님한테 혼났어?"

"아니."

"그럼 뭔데?"

서준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입을 열었다. "하린이 왔었어."

민재의 손이 멈췄다. "뭐? 윤하린이?"

"응. 방금 나갔어."

민재는 뒤를 돌아 문 쪽을 바라봤다. 아무도 없었다. 그는 다시 서준을 보며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그래서? 무슨 말 하던?"

"잠시 마을에 머문다고."

민재가 입술을 비쭉였다. "3년 만에 나타나서 '잠시 머문다'고? 참 쉽게 말하네."

서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민재가 그의 어깨를 툭 쳤다. "너, 아직도 그 생각 하는 거 아니지?"

"무슨 생각?"

"너만 알지." 민재가 한숨을 쉬었다. "하여튼, 커피나 줘."

서준은 돌아서서 커피를 내리기 시작했다. 민재가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그때 그 편지, 아직도 가지고 있어?"

서준의 손이 잠시 멈췄다.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민재는 더 묻지 않았다. 커피를 받아 든 민재가 자리로 걸어가면서 말을 던졌다. "잘 생각해. 네가 원하는 게 뭔지."

서준은 카운터에 기대어 창밖을 바라봤다. 거리는 봄볕으로 가득했다. 벚꽃이 흩날리기 시작했다. 그는 문득 3년 전 그날을 떠올렸다. 같은 봄이었다. 하린이 떠나던 날도 벚꽃이 이렇게 흩날리고 있었다.

그때 핸드폰이 진동했다. 그는 주머니에서 꺼내 화면을 확인했다. 낯선 번호였다. 문자 메시지가 하나 도착해 있었다.

오늘 커피 맛있었어. 내일 또 들를게.

서준은 그 메시지를 세 번 읽었다. 그리고 핸드폰을 내려놓았다. 심장이 다시 뛰기 시작했다. 그는 깊게 숨을 들이쉬고 다시 일을 시작했다. 하지만 손끝이 떨리는 걸 막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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