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
이상한 시작
주인공 '나'는 어느 날 갑자기 몸에 이상 증세를 느낀다. 이유 없이 졸리고 기운이 없으며, 가슴이 답답하고 슬픈 감정이 계속된다. 병원에서도 특별한 원인을 찾지 못해 혼란스러워한다.
나, 이상해. 정말 이상해.
어느 날 아침, 눈을 떴을 때부터 모든 것이 달라졌다. 분명 어젯밤까지는 멀쩡했다. 아니, 사실 어젯밤이 어땠는지조차 희미했다. 마치 갓난아이가 된 것처럼, 세상 모든 것이 흐릿하고 낯설었다. 몸을 일으키려는데, 팔다리가 납덩이처럼 무거웠다. 억지로 팔을 들어 올리자, 팔이 덜덜 떨렸다. 맙소사, 내가 무슨 힘든 운동이라도 한 건가? 하지만 기억나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으….”
낮은 신음이 저절로 터져 나왔다. 목소리마저 낯설었다. 마치 남의 목소리를 듣는 듯했다. 거울을 보았다. 거기에는 분명 나 자신이 서 있었다. 하지만 거울 속 나는 퀭한 눈에, 생기 없는 얼굴로 축 늘어져 있었다. 마치 며칠 밤낮을 꼬박 샌 사람처럼.
“나, 왜 이러지?”
말을 걸었지만, 돌아오는 것은 텅 빈 침묵뿐이었다. 기운이 하나도 없었다. 뭐 하나 제대로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침대에서 내려와 부엌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천근만근이었다. 평소 같으면 벌써 커피를 내리고, 아침 식사를 준비했을 텐데. 오늘은 그저 냉장고 문을 여는 것도 버거웠다.
냉장고 안에는 어젯밤 그대로의 음식들이 차갑게 식어 있었다. 먹고 싶은 것도, 먹고 싶은 마음도 들지 않았다. 그냥,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모든 의욕이 사라진 듯했다. 마치 내 안에 켜져 있던 스위치가 꺼져버린 느낌.
“이상하다….”
이상하다는 말로는 부족했다. 이건 정말 심각한 문제였다. 혹시 내가 아픈 건가? 감기에라도 걸렸나? 하지만 열은 없었다. 머리가 아픈 것도 아니었다. 몸살 기운도 없었다. 그냥… 모든 것이 엉망이었다.
결국, 나는 병원에 가기로 했다. 혼자 힘으로 걷는 것도 버거웠지만, 이대로는 안 될 것 같았다. 택시를 잡고 병원으로 향하는 동안에도 졸음이 쏟아졌다. 창밖 풍경은 빠르게 지나갔지만, 내 머릿속은 마치 안개가 낀 것처럼 멍했다.
병원 로비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나는 힘없이 접수대에 다가가 증상을 설명했다.
“네, 환자분. 어떤 증상이신가요?”
“어… 몸에 기운이 하나도 없어요. 계속 졸리고… 가슴이 답답하고… 이유 없이 슬퍼요.”
간호사는 내 말을 듣더니, 고개를 갸웃거렸다.
“기운이 없고 졸리신 건… 수면 부족이나 스트레스 때문일 수도 있고요. 가슴 답답함이나 슬픔은… 심리적인 요인일 수도 있습니다. 혹시 최근에 스트레스 받는 일은 없으셨어요?”
스트레스? 글쎄. 나는 딱히 스트레스 받을 만한 일이 없었던 것 같은데. 내 기억력도 희미해진 것 같았다.
“아니요… 특별히 그런 건 없는데…”
간호사는 내 말을 끝까지 듣지 않고, 차트 뒤적이며 말했다.
“일단 혈압이랑 맥박 좀 재고, 의사 선생님 진료 보실게요.”
혈압과 맥박은 정상이었다. 의사 선생님 앞에서도 나는 똑같이 증상을 설명했다. 의사 선생님은 내 말을 꼼꼼히 듣더니, 이것저것 질문을 던졌다.
“최근에 식사는 규칙적으로 하셨어요?”
“잠은 얼마나 주무세요?”
“혹시 몸에 특별한 변화를 느끼신 건 없고요?”
나는 아는 대로, 혹은 기억나는 대로 대답했다. 하지만 모든 검사 결과는 정상이었다. 의사 선생님은 턱을 괴고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고개를 저었다.
“음… 특별히 이상 소견은 없으시네요. 혈액 검사 결과도 깨끗하고, 다른 검사들도 다 정상입니다. 혹시… 심리적인 문제는 아니신가요? 요즘 스트레스나 우울감 같은 거요.”
심리적인 문제라니. 나는 당황스러웠다. 내가 아픈 건 분명 몸인데, 왜 자꾸 마음 탓을 하는 걸까.
“아니요… 저는 분명 몸이 아픈 거예요. 이렇게 기운이 없고 졸린 건… 처음이에요.”
의사 선생님은 내 말을 듣고는, 조금은 지친 듯한 표정을 지었다.
“일단… 증상이 계속되면 다시 오세요. 제가 처방해 드릴 수 있는 약은… 일단 기운 나게 하는 비타민제 정도밖에 없겠네요.”
나는 텅 빈 마음으로 병원을 나섰다. 비타민제라니. 내 몸에 일어나고 있는 이 이상한 변화를 비타민제로 해결할 수 있을 리 없었다. 나는 점점 더 혼란스러워졌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나는 문득 이상한 느낌에 사로잡혔다. 마치 누군가 나를 지켜보고 있는 듯한 느낌. 고개를 들어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평범한 사람들뿐이었다. 하지만 그 느낌은 사라지지 않았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나는 그대로 소파에 쓰러졌다. 눈을 감으니, 또다시 졸음이 쏟아졌다. 하지만 이번에는 단순한 졸음이 아니었다. 마치 깊은 잠에 빠져들 듯, 정신이 아득해졌다.
얼마나 잤을까. 억지로 눈을 떴을 때, 세상은 이미 어두워져 있었다. 저녁 시간이 된 것이었다. 하지만 여전히 기운은 없었고, 가슴은 답답했다. 왠지 모를 슬픔이 밀려왔다. 눈물이 핑 돌았다.
“왜… 왜 이러는 거야, 나…”
나는 울먹이며 내 안의 무언가에게 물었다. 하지만 대답은 없었다.
그날 이후, 나의 이상한 증상은 계속되었다. 아무것도 하기 싫고, 자꾸 졸리고, 기운이 하나도 없었다. 밥을 먹어도 맛을 느낄 수 없었고, 잠을 자도 개운하지 않았다. 가슴은 늘 답답했고, 이유 없이 눈물이 흘렀다.
주변 사람들도 나를 이상하게 보기 시작했다. 친구가 전화를 걸어왔다.
“야, 너 오늘 약속 취소한 거 맞지? 왜 이렇게 연락이 안 돼? 어디 아프냐?”
“어… 응. 좀 몸이 안 좋아서…”
“몸이 안 좋다고? 너 요즘 왜 이렇게 힘이 없어. 무슨 일 있어? 혹시 나한테 뭐 숨기는 거 아니지?”
친구의 목소리에는 걱정과 함께 의심이 섞여 있었다. 나는 얼버무리고 전화를 끊었다. 친구마저 나를 이상하게 생각하는 것 같아 더 서글퍼졌다.
가족들도 마찬가지였다. 엄마는 매일같이 전화를 걸어와 내 안부를 물었다.
“딸, 밥은 먹었니? 기운은 좀 나고? 혹시 어디 아픈 거 아니야? 병원은 가봤니?”
엄마의 걱정스러운 목소리에 나는 애써 괜찮은 척 대답했다. 하지만 엄마도 내 목소리에 뭔가 이상함을 느꼈는지, 점점 더 걱정스러운 기색을 보였다.
“너 목소리가 왜 그래. 힘이 하나도 없어 보이는데… 어디 아픈 거면 솔직하게 말해.”
나는 결국 눈물을 터뜨리고 말았다.
“엄마… 나 진짜 이상해. 나 아무래도 아픈 것 같아. 아무것도 하기 싫고… 자꾸 졸려. 기운이 하나도 없어. 나 진짜 어디 고장났나 봐…”
엄마는 내 울음 섞인 목소리에 할 말을 잃은 듯했다.
“얘야… 무슨 소리니… 일단 집에 와. 엄마가 맛있는 거 해줄게.”
하지만 나는 집에 갈 수 없었다. 집에 가는 것조차 버겁게 느껴졌다.
나는 점점 더 깊은 절망 속으로 빠져들었다. 내 몸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나는 정말 망가져 버린 걸까.
그러던 어느 날, 나는 거울 앞에 섰다. 여전히 퀭한 눈, 생기 없는 얼굴. 나는 거울 속 나에게 말했다.
“안 돼. 나는 이렇게 포기할 수 없어. 내 몸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반드시 알아내고 말 거야.”
나는 더 이상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이 이상한 증상의 원인을 파헤치기 위해, 나는 스스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비록 내 몸은 천근만근 무거웠지만, 내 안의 무언가가 나를 그렇게 하라고 속삭이는 듯했다.
나는 내 몸의 변화를 기록하기 시작했다. 졸음이 쏟아지는 시간, 가슴이 답답해지는 순간, 눈물이 나는 이유 없는 감정들까지. 모든 것을 꼼꼼하게 적어 내려갔다. 마치 탐정이라도 된 것처럼.
“오늘 아침, 9시 17분. 갑자기 극심한 졸음이 몰려옴. 5분 정도 정신을 잃었던 것 같음. 깨어나니 가슴이 답답하고 슬픔.”
“오후 3시 42분. 친구와 통화. 친구가 나를 이상하게 생각하는 것 같아 불안함. 이유 없이 눈물이 흘렀음. 눈물이 멈추지 않아 곤란했음.”
“저녁 8시 55분. 밥을 먹었으나 아무 맛도 느껴지지 않음. 마치 텅 빈 껍데기를 씹는 느낌. 식욕 부진이 심해지는 듯.”
내 기록은 점점 더 기묘해져 갔다. 단순한 피로감이나 우울감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증상들이었다. 마치 내 몸이 나에게 보내는 이상 신호 같았다.
그러던 어느 날 밤, 나는 잠결에 이상한 소리를 들었다. 마치… 낮게 웅웅거리는 소리랄까. 처음에는 환청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소리는 점점 더 또렷해졌다. 마치 내 방 창문 밖에서 들려오는 듯했다.
나는 조심스럽게 침대에서 내려와 창문으로 다가갔다. 커튼을 살짝 젖히고 밖을 내다보았다. 깜깜한 밤이었다. 가로등 불빛만이 희미하게 길을 비추고 있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뭐지…?”
그때, 저 멀리 어둠 속에서 무언가 반짝이는 것을 보았다. 아주 희미하지만, 분명 빛이었다. 그것은 점점 가까워지는 듯했다. 나는 숨을 죽이고 그 빛을 바라보았다.
빛은 점점 커지더니, 어느새 내 집 앞마당에 멈춰 섰다. 그것은… 내가 상상했던 어떤 것과도 달랐다. 매끈한 은색 표면을 가진, 거대한 물체였다. 마치 잘 닦인 거울 같기도 하고, 아니면… 무언가 알 수 없는 금속으로 만들어진 듯했다.
나는 공포에 질려 숨을 멈췄다. 그것은 분명… 내가 알던 세상의 것이 아니었다.
그때, 거대한 물체에서 희미한 빛이 뿜어져 나왔다. 그리고 그 빛이… 나를 향해 다가왔다. 나는 비명을 지르며 뒷걸음질 쳤지만, 이미 늦었다. 빛은 나를 감쌌고, 나는 정신을 잃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나는 다시 눈을 떴다. 익숙한 나의 방이었다. 하지만 뭔가 달라져 있었다. 방 안의 공기가 미묘하게 차갑게 느껴졌다. 그리고… 내 손에는 이상한 기계가 들려 있었다.
매끈하고 차가운 금속 재질의 기계였다. 알 수 없는 버튼들이 여러 개 달려 있었고, 작은 화면도 있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그 기계를 만져보았다. 차가운 감촉이 느껴졌다.
“이게… 뭐지?”
나는 혼란스러웠다. 분명 밤에 이상한 물체를 보았고, 빛에 휩싸였는데… 지금 내 손에는 낯선 기계가 들려 있었다.
그때, 내 머릿속에서 낯선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아… 드디어 연결되었군. 미안하네, 나의 작은 실수로 인해 자네에게 불편을 주었네.”
목소리는 마치 내 머릿속에서 직접 들리는 듯했다. 나는 소름이 돋아 기계를 떨어뜨릴 뻔했다.
“누… 누구야?”
“나는… 자네를 돕기 위해 온 존재라네. 하지만… 처음 시도가 좀 서툴렀던 모양이야. 자네의 생체 에너지를 조금… 잘못 건드린 것 같아.”
내 생체 에너지? 잘못 건드렸다고?
“내… 내 몸에 일어난 일들이… 당신 때문이라고?”
“그렇다네. 나의 실수였지. 자네를 원래대로 돌려놓기 위해 노력할 것이니, 너무 걱정하지 말게. 이 기계는… 나의 실수로 인해 생긴 자네의 이상 증상을 조절하는 데 도움이 될 걸세.”
나는 충격에 휩싸였다. 내 몸의 이상 증상이… 외계인 때문이라고? 그것도 실수로?
“말도 안 돼… 외계인이라니…”
“믿기 어렵겠지만, 사실이라네. 자네의 몸을 원래대로 돌려놓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네. 그러니… 조금만 참아주게.”
나는 멍하니 손에 들린 기계를 바라보았다. 외계인이라니. 내 인생에 이런 일이 일어나다니. 나는 정말 어디 고장난 것이 아니라, 외계인의 실수로 인해 이상해진 것이었다.
이 이야기는… 대체 어디로 흘러가는 걸까. 나는 알 수 없는 밤의 진실 속으로, 더욱 깊이 빠져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