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4
보이지 않는 철창, 거대한 감옥
권력층은 자본주의 문물을 접하며 현실을 왜곡했지만, 돈과 권력 없는 백성들은 희생양이 되었다. '어머니 조국'이라 믿었던 나라는 결국 보이지 않는 철창으로 둘러싸인 거대한 감옥이었음을 깨닫는다.
어려서부터 김일성을 ‘어버이 수령님’, ‘어머니 조국’이라 배우고 부르며 자랐다. 수령님께서는 한평생 인민들에게 흰쌀밥에 고기국을 먹이며 비단옷 입고 기와집에서 살게 하는 것이 평생 소원이라 하셨고, 3대에 걸쳐 어머니 심정으로 내 조국은 그것이 마치 민족의 숙원인 양 세뇌시켰다. 한강토의 절반 땅 남쪽 나라에서는 반세기도 안 걸리게 해결한 문제이건만, 내 고향은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3대를 거쳐도 그냥 민족의 숙원이라는 숙제만 남겼다. 3대에 걸쳐 수령님의 유훈을 관철한다면서 인민들에게 죽지 않을 만큼의 식량만 주며 2천5백만을 노예처럼 부리고 있다. “당과 수령, 조국과 인민을 위하여”라는 구호 아래 인민을 세뇌시키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아니라 봉건 왕족 국가를 운영하고 있다. 신발과 옷, 그리고 된장과 간장에 이르기까지 모든 기초 생활필수품 공급 체계를 만들어 놓고, 간식으로 개를 훈련시키듯 자기 백성들을 노예로 만들어 버렸다.
그러다 급기야 1994년 김일성이 죽기 전부터 내 고향은 식량난으로 허덕였고, 1996년에는 3~4백만이 굶어 죽는 대량 아사 사태가 이루어졌다. 그러나 어버이 수령, 위대한 령도자라 자칭하는 자들은 “수령님께서 일제를 쳐 물리치실 때 한 홉의 미시가루로 고난을 이겨냈다” 하며, 지금은 미제국주의자들과 그 앞잡이 남조선 괴뢰도당들 때문에 조국은 항일의 그 시기처럼 고난의 행군을 해야 한다고 세뇌시켰다. 한마디로 공급 체계가 무너져 미공급 체계가 된 것도 저들에게서 잘못을 찾는 것이 아니라 미제국주의에 책임을 전가한 것이다. “사회주의는 과학이다”라는 허황한 거짓말로 미제국주의와 홀로 싸우는 김정일 장군님은 줴기밥과 쪽잠으로 전선을 오가고 계신다며, “장군님은 전선으로, 아이들은 야영소로”라는 노래까지 만들어 인민들을 세뇌시키는 데 올인하였다. 거기에 “당신이 없으면 조국도 없다”는 얼빠진 비전향 장기수 이인모가 지은 노래를 전당, 전국이 학습하고 따라 배우기 운동까지 벌이게 하였다. 거기에 한술 더 떠 청년들은 당과 수령을 결사옹위하는 총폭탄이 되자는 구호까지 만들어 청년들을 세뇌시켰다.
굶어 쓰러져 가는 백성들, 살아남으려 몸부림치는 인민들에게 체제 붕괴의 위험성을 감지한 정권은 선군정치를 내세우며 공포 정치를 시작하였다. 자본주의 사상을 황색바람에 비유하며 “검은 구름 몰아쳐도 붉은기 높이 들고 사회주의 지키자”를 외친 내 고향 땅. 먹고살기 위해 두만강, 압록강을 넘나든 사람들을 당과 조국, 수령과 인민을 망신시킨 배신자들이라며, 그들이 벌어온 것을 모조리 압수하고 모두 로동교양대와 로동교화소에 보냈다. 그래도 그것이 잦아들 기미가 보이지 않자 돈도 권력도 없는 힘없는 백성들을 총살하기 시작하였다. 한 사람을 죽이고 백 사람을 통제하려는 공포 정치를 시작한 것이다. 주모자는 따로 있건만 돈도 권력도 없는 아무 힘 없는 백성들을 총살하고, 심지어 사형당한 자의 사돈의 팔촌까지 정치범으로 몰거나 추방을 보내며, “조국이 어려울 때 함께하지 않고 저들만 살겠다고 나라 망신시킨 자들”이라는 오명을 씌움으로써 저들의 추악함을 총성으로 잠재워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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