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2

완벽한 남자, 이도현

우연히 알게 된 전교 1등 이도현. 그의 빈틈없는 모습은 나를 단숨에 사로잡는다. 나와는 다른 세상에 사는 듯한 그의 모습에 강하게 끌린다. 그의 완벽함에 질투심과 함께 소유욕이 싹튼다.

8 min read

창밖으로 쏟아지는 햇살이 교실 안을 환하게 비추고 있었다. 칠판 가득 빼곡한 글씨, 웅성거리는 아이들의 목소리, 귓가에 맴도는 익숙한 종소리까지. 이 모든 것이 나에게는 너무나도 익숙하고, 또 그래서 지루하게 느껴지는 풍경이었다. 만년 전교 2등. 늘 1등의 바로 뒤에 서 있는 나. 그 1등의 자리가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그 자리에 있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지, 나는 늘 궁금했다. 그리고 오늘, 그 궁금증이 조금이나마 해소될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품고 있었다.

교내 스피치 대회. 전국 단위 대회라 해서 준비하는 데 꽤 공을 들였지만, 사실 내 마음의 진짜 동기는 따로 있었다. 바로 전교 1등, 이도현. 그는 늘 완벽했다. 성적은 물론이고, 외모, 운동, 심지어는 매너까지. 뭐 하나 빠지는 것 없는 그가 궁금했다. 늘 2등의 자리에 머무르는 내가, 그 완벽한 1등을 향한 묘한 질투심과 함께 소유욕을 느끼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오늘 대회, 너 진짜 잘 할 거야, 한나야.”

옆자리에서 민지가 내 어깨를 툭 쳤다. 내 절친인 민지는 언제나 나를 응원해주는 든든한 존재였다.

“음, 잘 했으면 좋겠다. 근데 오늘 이도현도 나온대.”

내 말에 민지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어머, 진짜? 그럼 너 오늘 제대로 불타오르겠네?”

민지는 나의 ‘이도현 앓이’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아니, ‘앓이’라기보다는 ‘집착’에 가까웠다. 그의 완벽함에 대한 질투심, 그리고 나와는 다른 세상에 사는 듯한 그에게서 느껴지는 이질감. 그것이 나를 더욱 그에게 끌리게 만드는 것 같았다.

“그냥, 궁금해서 그래. 늘 1등인데, 어떤 사람일지.”

나는 애써 태연한 척했지만, 민지는 내 마음을 꿰뚫어 보고 있다는 듯 웃었다.

“그래, 네 1등 덕분에 나도 덩달아 긴장된다. 그래도 네가 제일 잘 할 거라고 믿어.”

대회가 시작되고, 나는 무대에 올랐다. 조명이 쏟아지고, 수많은 시선이 나에게 꽂혔다. 처음에는 조금 떨렸지만, 이내 준비했던 내용을 술술 풀어내기 시작했다. 내 목소리가 강당을 가득 채우고, 나는 어느새 그 완벽한 남자, 이도현을 잊고 오직 내가 전하고 싶은 이야기에 집중하고 있었다.

대회가 끝나고, 결과 발표가 기다려졌다. 긴장 속에서 호명이 시작되었다. 3등, 2등… 그리고 1등.

“이번 스피치 대회 1등은… 이도현!”

내 이름이 불리지 않았다는 것에 대한 아쉬움은 잠시, 나는 놀라서 무대 위로 시선을 돌렸다. 저 멀리, 환한 조명 아래 서 있는 이도현. 그는 언제나처럼 완벽한 모습이었다. 짙은 눈썹, 높은 콧대, 날카로운 턱선까지. 마치 조각이라도 해놓은 듯한 그의 얼굴은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그의 수상 소감을 듣는 내내, 나는 멍하니 그를 바라보았다. 그의 목소리는 또렷하고 차분했으며,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는 자신감이 넘쳐흘렀다. 그는 정말이지, 빈틈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사람이었다. 그런 그를 보며, 나는 묘한 질투심과 함께 강렬한 소유욕을 느꼈다. ‘저런 완벽한 남자가 내 것이라면 어떨까.’ 하는 생각.

대회가 끝나고, 나는 민지와 함께 학교 복도를 걷고 있었다.

“아쉽다. 그래도 너 진짜 잘 했어.”

민지의 위로에 나는 씁쓸하게 웃었다.

“괜찮아. 어차피 1등은 이도현이었으니까.”

그때, 복도 저편에서 이도현이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 그는 혼자가 아니었다. 몇몇 학생들이 그를 둘러싸고 환호하며 말을 걸고 있었다. 그는 그런 상황에서도 전혀 흐트러짐 없이, 침착하게 응대하고 있었다.

‘저렇게 완벽한 사람이 세상에 또 있을까.’

나는 자신도 모르게 그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그러다 그의 시선과 딱 마주쳤다. 순간, 심장이 쿵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그는 나를 빤히 쳐다보더니, 이내 차가운 눈빛으로 획 돌아서 가버렸다. 그의 눈빛에는 일말의 관심도, 동정심도 없었다. 마치 내가 투명인간이라도 된 것처럼.

“쟤 왜 저래?”

민지가 퉁명스럽게 말했다.

“아니야, 내가 너무 빤히 쳐다봤나 보지.”

나는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그의 차가운 시선이 가슴에 박혀 떼어내지지 않았다.

다음 날, 나는 복도에서 우연히 이도현과 마주쳤다. 그는 여느 때처럼 혼자서 책을 읽고 있었다. 나는 용기를 내어 그에게 다가갔다.

“저기… 이도현.”

내 목소리에 그가 고개를 들었다. 그의 눈빛은 여전히 차가웠다.

“왜?”

“어제 스피치 대회… 축하해.”

내 말에 그는 피식 웃었다. 그 웃음조차도 냉소적으로 느껴졌다.

“축하? 네가 1등이 아니라고 아쉬워하는 건 아니고?”

그의 직설적인 말에 나는 당황했지만, 이내 정신을 차리고 대답했다.

“아니, 그런 건 아니야. 그냥… 네가 잘 했으니까.”

“흥. 어차피 1등은 나라고 생각했겠지. 2등 주제에.”

그는 내 말을 비웃듯 덧붙였다. 그의 말에는 노골적인 경멸이 담겨 있었다. 나는 그의 말에 상처받았지만, 동시에 그의 도발에 묘한 희열을 느꼈다.

‘그래, 나를 2등이라고 무시하는구나. 그렇다면 내가 1등을 따라잡아주겠어.’

나는 그의 차가운 태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그의 완벽함에 더욱 매료되었다. 그는 나에게 없는 모든 것을 가지고 있었다. 부유한 집안, 뛰어난 머리, 완벽한 외모. 나는 그를 가지는 것에 대한 욕심을 더욱 키워나갔다.

“나는 네가 돈으로 뭐든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싫어해. 그리고 가벼운 관계를 맺는 것도.”

그는 내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그의 말은 나에게 하는 경고처럼 들렸다.

“나는 돈으로 뭐든 사지 않아.”

나는 억울해서 소리쳤다.

“그래? 그럼 어제 너한테 온 명품 가방은 뭐고? 네가 항상 입고 다니는 비싼 옷들은?”

그의 말에 나는 입을 다물었다. 그래, 나는 부유한 집에서 태어났고, 부족함 없이 자랐다. 하지만 그게 내가 돈을 밝힌다는 증거는 아니었다.

“내 취향이야. 그리고… 너처럼 돈만 밝히는 사람과는 엮이고 싶지 않아.”

그의 말은 나의 자존심을 건드렸다. 나는 그의 차가운 태도에도 불구하고, 그의 완벽함에 대한 소유욕을 더욱 강하게 느꼈다.

“그래? 그럼 너는…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데?”

나는 그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물었다. 그의 눈빛에는 여전히 경멸이 담겨 있었지만, 그 안에는 알 수 없는 복잡한 감정이 뒤섞여 있는 듯했다.

“넌… 2등이야. 늘 1등 뒤에 서 있는 2등.”

그는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돌렸다.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다시 한번 다짐했다.

‘반드시 너를 내 것으로 만들겠어. 1등인 너를, 내가 가지고 말겠어.’

그날 이후, 나는 이도현에게 더욱 적극적으로 다가가기 시작했다. 그가 다니는 도서관, 그가 자주 가는 카페, 심지어는 그가 운동하는 체육관까지. 나는 그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찾아갔다. 그리고 그에게 끊임없이 말을 걸고, 질문을 던졌다.

“네가 그렇게 공부에 매달리는 이유가 뭐야?”

“네 완벽함 뒤에 숨겨진 진짜 네 모습은 뭐니?”

“너도 가끔은 외롭지 않아?”

나는 그의 빈틈을 파고들려 노력했다. 그의 완벽함에 균열을 내고, 그의 차가운 마음에 파고들려 애썼다. 하지만 그는 늘 냉담했다. 나의 질문에는 비꼬는 듯한 대답을 내놓았고, 나의 접근에는 무관심으로 일관했다.

“넌 늘 2등이야. 1등을 따라잡으려 해봐야 소용없어.”

“나는 너처럼 가벼운 관계에 관심 없어.”

그의 말은 나의 자존심을 긁었지만, 동시에 나는 그의 도발에 더욱 빠져들었다. 마치 덫에 걸린 먹잇감처럼, 나는 그의 매력에 점점 더 깊이 빠져들었다.

어느 날, 나는 그의 앞에서 일부러 값비싼 옷과 액세서리를 자랑했다.

“이거 봐, 이도현. 이거 새로 산 거야. 비싸지만, 예쁘지 않아?”

나는 그의 반응을 살피며 말했다. 그는 잠시 나를 빤히 쳐다보더니, 이내 코웃음을 쳤다.

“그래서 뭘 어쩌라는 건데? 네가 돈이 많다는 것을 자랑하고 싶은 거야?”

“아니, 그냥… 너도 이런 걸 좋아할까 해서.”

“흥. 나는 이런 것에 관심 없어. 너처럼 돈으로 모든 걸 해결하려는 사람과는 말도 섞고 싶지 않아.”

그의 차가운 말에 나는 상처받았지만, 동시에 그의 반응에서 묘한 흥미를 느꼈다. 그는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복잡한 사람이었다.

“너는… 내가 돈만 밝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구나.”

나는 그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물었다.

“그렇게 보이니까.”

그의 대답은 단호했다. 나는 그의 말에 반박하고 싶었지만, 그의 완벽함 앞에 나는 어떤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래, 나는 돈이 많아. 그리고 너처럼… 부족함 없이 자라지 않았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가 돈을 밝히는 건 아니야.”

내 목소리가 조금 떨렸다.

“그럼 넌… 나를 왜 그렇게 따라다니는 건데? 네가 말하는 ‘갖고 싶다’는 것이… 나를 소유하고 싶다는 뜻이야?”

그의 질문에 나는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그의 말은 날카로웠고, 나의 속마음을 그대로 꿰뚫는 듯했다.

“그래… 너를 갖고 싶어.”

나는 그의 눈을 피하지 않고 솔직하게 대답했다. 그의 눈빛이 흔들리는 것을 느꼈다.

“왜?”

“너는… 완벽하잖아. 너는 내가 갖지 못한 모든 것을 가지고 있어. 너를 보면…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나의 솔직한 고백에 그는 잠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의 얼굴에는 당황한 기색과 함께, 알 수 없는 복잡한 감정이 스쳐 지나갔다.

“너는… 내가 무언가를 ‘갖는 것’에만 관심 있다고 생각하는구나.”

그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렇지 않아?”

나는 그의 말에 반문했다.

“나는… 네가 나를 ‘갖는 것’이 아니라, ‘함께하고 싶어’ 하기를 바라는지도 몰라.”

그의 말은 나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함께하고 싶다.’ 그 말이 나의 가슴을 울렸다. 나는 그를 ‘갖고 싶다’는 욕심으로 접근했지만, 어쩌면 나는 진심으로 그와 ‘함께하고 싶었던’ 것일지도 몰랐다.

“나는… 너를 갖고 싶다는 마음과 함께… 너와 함께하고 싶다는 마음도 있어.”

나는 그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솔직하게 말했다. 그의 눈빛이 부드러워지는 것을 느꼈다.

“그래… 나도 네가… 나를 ‘갖고 싶다’는 욕심에서 벗어나… 진정으로 ‘함께하고 싶어’ 하기를 바랄지도 몰라.”

그의 말에 나는 가슴이 벅차올랐다. 우리는 서로의 마음을 조금씩 알아가기 시작했다. 아직은 서툴고, 아직은 부족했지만, 우리는 서로에게 진심으로 다가가고 있었다.

그날 이후, 우리는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이도현은 더 이상 나에게 차갑게 대하지 않았다. 때로는 나의 말에 귀 기울여 주었고, 때로는 나의 엉뚱한 질문에 웃어주기도 했다. 나 또한 그의 완벽함에 대한 질투심 대신, 그의 인간적인 모습에 매력을 느끼기 시작했다.

하지만 우리의 관계는 여전히 순탄치만은 않았다. 우리의 너무 다른 배경과 상황은 우리를 계속해서 엇갈리게 만들었다. 나는 부유한 집안에서 부족함 없이 자랐지만, 이도현은 그렇지 않았다. 그의 완벽함 뒤에는 숨겨진 아픔과 고독이 있었다.

“나는… 네가 가진 것을 부러워해.”

어느 날, 나는 그의 앞에서 솔직하게 말했다.

“네 완벽함, 네 여유로움. 나는 그런 것을 가져본 적이 없어.”

그의 눈빛이 흔들렸다.

“나는… 내가 가진 모든 것을 잃어도 괜찮아. 하지만 네 곁에 있을 수 있다면… 나는 괜찮을 거야.”

나의 말에 그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의 눈에는 눈물이 고여 있었다.

“너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강한 아이구나.”

그는 그렇게 말하며 나의 손을 잡았다. 그의 손은 차가웠지만, 그 안에는 따뜻한 온기가 느껴졌다.

우리의 관계는 그렇게 조금씩 깊어졌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는 서로 다른 세상에 살고 있었다. 그리고 그때, 우리의 곁에는 우리의 관계를 지지해주는 친구들이 있었다. 민지와 지훈이. 그들은 우리의 엇갈리는 상황 속에서 우리를 든든하게 지지해주었고, 때로는 달콤하고 로맨틱한 커플 이야기를 보여주며 우리에게 희망을 주었다.

그들의 달달한 연애를 보며, 나는 이도현을 향한 나의 마음이 ‘갖고 싶다’는 욕심을 넘어 ‘함께하고 싶다’는 진정한 사랑으로 변했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이도현 또한 나를 ‘돈만 밝히는 여자’라는 편견에서 벗어나, 나의 진심을 알아주기 시작했다.

우리는 그렇게 서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따뜻한 관계를 만들어나가기 시작했다. 우리의 이야기는 이제 막 시작되었을 뿐이었다. 앞으로 어떤 시련이 닥칠지 알 수 없었지만, 우리는 서로의 손을 잡고 함께 나아갈 준비가 되어 있었다. 우리의 사랑은, 이제 막 뜨거운 불꽃을 피워 올리고 있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