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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14

이지혜의 용기, 민준의 기록에 응답하다

이지혜는 민준의 기록을 통해 자신감을 얻고, 그의 삶에 조심스럽게 다가선다. 그녀의 존재는 민준의 기록에 로맨틱한 감정을 더하며, 민준의 내면을 더욱 풍요롭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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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준은 낡은 노트의 잉크 자국처럼, 혹은 텅 빈 커피잔에 남은 희미한 흔적처럼, 자신의 일상에 드리워진 ‘침묵의 기록’을 묵묵히 이어가고 있었다. 쇼펜하우어의 비관론이 그의 귓가에 맴돌았지만, 이상하게도 세상의 소음은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더 왁자지껄해지는 기분이었다. 마치 그의 침묵이 오히려 다른 이들의 목소리를 증폭시키는 스피커라도 된 양 말이다.

특히 박수현의 경우는 더욱 그랬다. 그녀의 날 선 시선은 여전히 민준을 향해 있었지만, 얼마 전 그에게 털어놓은 ‘진심’이라는 이름의 고백 아닌 고백 이후, 그 날카로움에는 미묘한 변화가 감지되었다. 경계심과 질투심이 뒤섞인 복잡한 감정이었다. 민준은 그런 그녀를 애써 외면하며, 노트북 화면에 떠 있는 텅 빈 문서창을 노려보았다. 무엇을 써야 할까. 세상의 부조리, 인간의 어리석음, 그리고 그 속에서 길을 잃은 자신. 쇼펜하우어라면 어떤 문장을 썼을까. 그는 펜을 쥔 손가락 끝을 만지작거리며 깊은 고민에 빠졌다.

그때, 그의 시선이 창밖으로 향했다. 익숙한 인영이 걸어오고 있었다. 이지혜였다. 그녀는 늘 그렇듯, 마치 세상의 소음과는 상관없는 고요한 섬처럼, 자신의 세계를 유영하고 있었다. 차분한 걸음걸이, 희미하게 미소 짓는 입가, 그리고 햇살에 반짝이는 머리카락. 민준은 자신도 모르게 숨을 죽였다. 그녀는 그에게 있어, 세상의 시끄러운 소음 속에서 발견한 유일한 평화로운 풍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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