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1
유머러스한 체념, 부조리를 받아들이다
세상의 소음을 완전히 차단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민준. 그는 쇼펜하우어의 철학을 바탕으로 세상의 부조리를 유머러스하게 받아들이기로 한다. 그의 기록은 점차 냉소에서 유쾌함으로 변모한다.
김민준은 더 이상 세상의 소음을 완벽하게 차단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했다. 쇼펜하우어의 철학은 그의 도피처가 되어주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현실의 시끄러운 오케스트라가 갑자기 멈추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그는 자신의 '침묵의 기록'에 대해 사람들이 쏟아내는 온갖 해석과 억측 때문에 더욱 피곤해졌다. 박수현은 그의 기록을 자신을 향한 은밀한 비난으로 받아들였고, 최영철은 그저 민준이 심심풀이로 일기를 쓰는 줄 알았다. 이지혜는… 그녀는 아마도 그의 기록을 보고 어떤 생각을 할까? 민준은 그녀의 고요한 얼굴을 떠올리며 씁쓸하게 웃었다.
“결국 다 소용없네.”
그가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공책을 덮었다. 펜 끝에 묻어 있던 잉크가 마치 그의 감정처럼 번져 나갔다. 쇼펜하우어는 "인생은 고통"이라고 했지만, 민준은 그 고통을 피하려 할수록 더 큰 고통이 자신을 덮쳐온다는 것을 깨달았다. 마치 늪에 빠진 사람이 발버둥 칠수록 더 깊이 가라앉는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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