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9
과거의
단종이 폭군이 되기전, 늘 자신의 곁을 지켜주던 가온이 단종의 머릿속에 맴돌기 시작한다. 왠지는 모르지만 단종은 자꾸만 가온의 손길이 자신에게만 머물렀음 좋겠다는 생각이 점점 들기 시작한다. 하지만 과거가 단종의 그런 마음들을 검은 그림자로 집어삼키기 시작한다.
차가운 밤바람이 궁궐의 처마를 스치며 휑한 소리를 냈다. 칠흑 같은 어둠 속, 단종은 홀로 침전에서 뒤척였다. 붉은 용포는 축 늘어져 있었고, 옥좌에 앉아 내려다보던 위엄은 온데간데없었다. 어린 왕의 얼굴에는 깊은 고뇌와 불안이 뒤엉켜 있었다. 귓가에는 귓속말처럼, 혹은 메아리처럼, 익숙한 목소리가 맴돌았다.
“전하.”
가온의 목소리였다. 맑고 투명한, 그의 곁에서만 허락되었던 그 목소리. 단종은 눈을 질끈 감았다. 가온. 그 이름 석 자가 머릿속을 헤집고 다녔다. 왜 하필 가온이었을까. 수많은 신하들이 그의 발치에 엎드려 충성을 맹세했지만, 단종의 마음은 늘 불안했다. 그들의 눈빛 속에는 욕망이 번들거렸고, 귓속말에는 칼날이 숨어 있었다. 하지만 가온의 눈빛은 달랐다. 그저 담담했고, 때로는 걱정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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