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7
눈치게임
폭군 속에 숨겨진 단종의 순수한 마음. 가온은 그것을 알아본다. 적어도 가온은 눈치는 빨랐기에 단종을 가만히 내버려둔다. 하지만 서화는 눈치도 없이 단종을 차지하려든다
차가운 밤공기가 궁궐의 돌담을 휘감아 돌았다. 촛불의 흔들림마저 잦아들지 않는 깊은 밤, 단종은 홀로 옥좌에 앉아 있었다. 그의 눈빛은 텅 빈 허공을 헤매고 있었고, 앙상한 손가락은 옥좌의 차가운 팔걸이를 무심히 쓸어내렸다. 한때는 천진난만했던 어린 왕의 얼굴에 드리운 그림자는 짙고도 깊었다. 세상은 그에게 칼을 쥐여주었고, 이제 그는 그 칼날로 자신의 심장마저 베어낼 듯 위태로웠다.
그때, 소리 없이 문이 열리고 가온이 들어섰다. 그녀의 발걸음은 언제나처럼 물 흐르듯 고요했고, 그녀의 존재는 칠흑 같은 어둠 속 한 줄기 등불 같았다. 단종은 그녀의 기척을 느꼈는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그의 눈빛에 희미한 떨림이 스쳤지만, 이내 다시 차가운 무감정으로 돌아왔다.
"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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