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

뜻밖의 만남

평범한 일상 속 주인공 수민은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예수님을 만나게 된다. 예수님은 수민에게 성경 속 시대로 함께 떠나자고 제안하시고, 수민은 놀라움과 호기심 속에 그의 제안을 받아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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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민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잿빛 하늘 아래 쏟아지는 비는 도시의 소음을 묵묵히 삼키는 듯했다. 늘어지는 오후, 텅 빈 마음을 채우려 책을 펼쳐 보았지만, 글자들은 귓가에 맴도는 빗소리처럼 흩어지기만 했다. 삶이란 무엇일까. 이 지루한 반복 속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을까. 수민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책을 덮었다. 세상의 모든 것이 흐릿하고 무의미하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그때였다. 빗방울이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멎고, 묘한 정적이 감돌았다. 마치 세상의 모든 소리가 숨을 죽인 듯한 고요함이었다. 수민은 고개를 들어 창밖을 보았다. 비는 그쳤지만, 여전히 하늘은 잿빛이었다. 그런데… 문득, 방 안의 공기가 달라졌음을 느꼈다. 따스하고 은은한 빛이 방 안을 부드럽게 감쌌다. 마치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기억처럼, 익숙하면서도 낯선 향기가 코끝을 스쳤다.

수민은 자리에서 일어나 조심스럽게 빛을 따라갔다. 거실 한가운데, 부드러운 빛줄기 속에서 한 분이 서 계셨다. 길게 늘어뜨린 머리카락, 온화한 눈매, 그리고 온 세상을 감싸 안을 듯한 따뜻한 미소. 수민은 숨을 멈췄다. 그 모습이 너무나도 익숙했기에. 성경책에서, 그림에서, 수많은 이야기 속에서 보아왔던 그 모습.

“안녕하세요, 수민 씨.”

부드러운 목소리가 귓가에 울렸다. 마치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사람처럼, 아니, 그보다 더 깊은 곳에서부터 울려 퍼지는 듯한 음성이었다. 수민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누… 누구세요?”

그분은 온화하게 미소 지으시며 답하셨다. “나는 예수입니다.”

예수님. 수민은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크게 떴다. 눈앞의 존재가 성경 속 인물이라는 사실이 현실적으로 와 닿지 않았다. 혹시 꿈을 꾸고 있는 건 아닐까. 아니면, 잿빛 하늘만큼이나 흐릿해진 자신의 마음이 만들어낸 환상일까.

“믿기지 않으시겠지만, 저는 진짜입니다.” 예수님은 수민의 마음을 읽으신 듯, 부드럽게 말씀하셨다. “그리고 오늘, 수민 씨와 함께 특별한 여행을 떠나고 싶습니다.”

“여행… 이요?” 수민은 얼떨떨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네. 수민 씨가 늘 궁금해하던, 그리고 때로는 의심하기도 하던 성경 속의 이야기들 말입니다. 그곳으로 함께 가서, 직접 보고 듣고 느끼는 시간을 가지려고 합니다.” 예수님의 눈빛은 깊고 따뜻했다. 마치 수민의 모든 불안과 망설임을 감싸 안는 듯했다.

수민은 여전히 혼란스러웠다. 하지만 동시에,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솟아오르는 묘한 설렘을 느꼈다. 평범한 일상에 갇혀 희미해져 가던 삶의 조각들이, 마치 흩어진 퍼즐 조각처럼 맞춰지는 듯한 느낌이었다. 예수님과의 동행이라니. 성경 속 이야기들을 직접 경험한다니.

“정말… 저와 함께 가시는 건가요?”

“그럼요. 수민 씨가 원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함께 할 것입니다.” 예수님은 수민의 손을 부드럽게 잡으셨다. 따뜻하고 강한 기운이 수민의 손을 통해 온몸으로 퍼져나갔다. 차갑게 얼어붙었던 마음이 녹아내리는 듯한 기분이었다.

“하지만… 저는… 어떻게…?” 수민은 여전히 망설였다.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안내할 테니.” 예수님은 수민의 눈을 바라보며 확신에 찬 미소를 지으셨다. “이제, 떠날 준비가 되었나요?”

수민은 잠시 망설였다. 익숙한 현실, 그리고 낯선 모험. 하지만 그의 눈빛 속에서, 그리고 그의 따뜻한 손길 속에서, 수민은 망설임을 떨쳐낼 용기를 얻었다. 어쩌면, 이 여행이 잿빛 하늘을 걷어내고 찬란한 빛을 보여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

“네. 가겠습니다.”

수민의 대답이 끝나자마자, 예수님의 모습이 더욱 밝게 빛나기 시작했다. 방 안은 온통 눈부신 빛으로 가득 찼고, 수민은 눈을 감을 수밖에 없었다. 귓가에 빗소리 대신, 부드러운 바람 소리가 들려오는 듯했다. 그리고 이내, 그는 자신의 발이 땅에서 떨어지는 것을 느꼈다. 마치 구름 위를 걷는 듯, 부드럽고 경이로운 감각이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수민은 천천히 눈을 떴다.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놀라움 그 자체였다. 잿빛 도시 대신, 푸른 초원과 맑은 하늘이 펼쳐져 있었다. 멀리 보이는 산봉우리들은 마치 살아있는 듯 웅장했고, 귓가에는 새들의 지저귐이 청량하게 울려 퍼졌다. 그는 자신이 서 있는 곳이 마치 태초의 세상처럼 순수하고 아름답다는 것을 느꼈다.

“여기는… 어디인가요?” 수민은 감탄사를 내뱉으며 물었다.

“우리가 첫 번째로 도착한 곳입니다. 바로 다니엘이 사자 굴에 던져졌던 그 시대의 땅입니다.” 예수님은 수민의 옆에 서서, 멀리 보이는 황량한 언덕을 가리키셨다.

수민은 눈앞에 펼쳐진 풍경을 믿을 수 없다는 듯 바라보았다. 다니엘. 사자 굴. 그저 책 속의 이야기로만 존재했던 사건들이, 이제 그의 눈앞에 현실로 펼쳐지고 있었다. 왠지 모를 긴장감과 함께,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저… 사자 굴이… 저기인가요?” 수민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그렇습니다. 곧, 다니엘이 그곳에 던져질 것입니다.” 예수님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그 안에는 알 수 없는 깊이가 담겨 있었다.

수민은 숨을 죽였다. 그의 앞에 펼쳐진 광경은 마치 오래된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하지만 이것은 영화가 아니었다. 생생한 현실이었다. 그는 자신의 눈으로, 자신의 귀로, 성경 속 이야기를 직접 목격하게 될 것이라는 사실에 가슴이 벅차올랐다.

그때, 멀리 언덕 위로 사람들이 움직이는 모습이 보였다. 그들은 무언가를 끌고 오고 있었고, 그 뒤를 군인들이 따르고 있었다. 수민은 눈을 가늘게 떴다. 그들 중 한 사람이, 왠지 모르게 당당하면서도 평온한 표정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바로 다니엘이었다.

“보이시나요? 다니엘입니다.” 예수님이 말씀하셨다. “그는 왕에게 불순종했다는 이유로 사자 굴에 던져지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그는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수민은 다니엘을 향해 시선을 고정했다. 그의 모습은 두려움과는 거리가 멀었다. 오히려,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굳건한 믿음이 느껴졌다. 수민은 자신도 모르게 다니엘에게서 눈을 뗄 수 없었다.

군인들이 다니엘을 사자 굴 입구로 끌고 왔다. 굴 안에서는 낮고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수민은 저절로 몸이 움츠러들었다. 만약 자신이 다니엘이었다면, 어떻게 했을까. 공포에 질려 비명을 질렀을까, 아니면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었을까.

하지만 다니엘은 달랐다. 그는 굴 안을 향해 당당하게 걸어 들어갔다. 그의 얼굴에는 어떤 두려움도, 절망도 없었다. 오히려, 마치 아버지의 품으로 돌아가는 아이처럼 평온한 모습이었다. 수민은 다니엘의 뒷모습을 보며, 그가 얼마나 큰 믿음을 가지고 있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사자 굴의 입구가 거대한 돌로 막히는 순간, 수민은 깊은 숨을 몰아쉬었다. 돌이 굴을 완전히 막아버리자, 으르렁거리는 소리마저 들리지 않았다. 오직 적막만이 감돌았다. 수민은 왠지 모를 슬픔과 함께, 다니엘에 대한 경외심을 느꼈다.

“정말… 저 안에… 사자들이…” 수민은 말을 잇지 못했다.

“네. 그리고 다니엘은 그 사자들 가운데서 밤을 보낼 것입니다.” 예수님은 수민의 어깨를 부드럽게 감싸 안으셨다. “하지만 두려워하지 마세요. 하나님께서 그를 지키실 테니까요.”

그때, 예수님께서 손짓하셨다. 예수님과 함께 온 시간의 공간이 부드럽게 일렁이기 시작했다. 마치 잔잔한 호수에 돌멩이가 떨어진 듯, 주변의 풍경이 천천히 녹아내렸다. 수민은 눈을 감았다. 다시금 따뜻하고 은은한 빛이 그를 감쌌다.

얼마 지나지 않아, 수민은 익숙한 감각을 느꼈다. 푹신한 소파의 감촉. 그리고 창밖을 두드리는 빗소리. 그는 천천히 눈을 떴다. 여전히 그의 방 안이었다. 잿빛 하늘은 여전히 창밖을 뒤덮고 있었고, 빗방울은 소리 없이 떨어지고 있었다.

모든 것이 꿈처럼 느껴졌다. 방금 전까지 눈앞에 펼쳐졌던 푸른 초원, 웅장한 산봉우리, 그리고 용감했던 다니엘. 그 모든 것이 마치 한낱 환상이었던 것처럼, 그의 현실에는 아무런 흔적도 남지 않은 듯했다.

하지만 수민은 알고 있었다. 그것은 꿈이 아니었다. 그의 손은 아직도 예수님의 따뜻한 온기를 기억하고 있었고, 그의 눈은 다니엘의 굳건한 믿음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마음속에는, 잿빛 하늘을 뚫고 들어온 찬란한 빛처럼, 알 수 없는 희망이 자리 잡고 있었다.

수민은 창밖을 바라보았다. 빗방울이 유리창에 부딪히며 만들어내는 무늬가, 이전과는 다르게 보였다. 마치 수많은 이야기들이 숨겨져 있는 듯, 신비롭게 느껴졌다. 그는 깊은 숨을 들이쉬었다. 더 이상 이전과는 같은 공기가 아니었다. 그의 폐부 깊숙이 스며드는 공기는, 희망과 설렘으로 가득 차 있었다.

“다음은… 어디로 가게 될까요?” 수민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그의 입가에는 희미한 미소가 번졌다. 예수님과의 동행은 이제 막 시작되었을 뿐이었다. 그의 심장은 이미 다음 여정을 향해 두근거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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