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2

별똥별 비비와의 만남

바다 깊은 곳에서 길을 잃고 날개가 부러진 별똥별 비비를 만난 바우. 비비는 하늘로 돌아가고 싶어 하지만 날 수 없었어요. 바우는 비비의 슬픈 눈망울을 보고 도와주기로 결심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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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고 깊은 바닷속, 희미한 빛줄기조차 닿기 힘든 어둠의 심연이 있었다. 이곳은 육지의 밤하늘에서 반짝이던 별들이 제 갈 길을 잃고 추락하는 곳이었다. 하늘을 그리워하는 별들의 슬픈 아우성이 메아리치는 듯, 차갑고 적막한 공간이었다. 바로 그때, 칠흑 같은 어둠을 가르며 무지개 빛으로 찬란하게 빛나는 작은 고래가 조심스럽게 헤엄쳐 들어왔다. 아기 고래 바우였다.

바우는 여느 고래들과 달랐다. 그의 몸은 마치 살아있는 무지개처럼 오색찬란한 빛깔로 뒤덮여 있었다. 햇살을 받으면 은은하게 빛나는 비늘, 노을처럼 붉게 물드는 지느러미, 깊은 바다처럼 푸른 눈동자까지. 하지만 이 특별한 아름다움은 바우에게 기쁨 대신 외로움을 안겨주었다. 다른 고래들은 바우의 눈부신 빛깔에 당황하거나, 때로는 질투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함께 헤엄치고 싶어도, 바우의 빛은 너무 강렬해서 다른 고래들을 눈부시게 했고, 금세 시야에서 사라져버리곤 했다. 그래서 바우는 늘 혼자였다. 오늘도 어김없이 친구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오는 곳을 피해, 깊은 바닷속으로 숨어들었다.

“에휴, 오늘도 혼자네…”

바우는 축 늘어진 꼬리를 흔들며 씁쓸하게 중얼거렸다. 앞장서서 신나게 헤엄치는 친구들의 모습이 멀리서 아련하게 보였다. 그들과 함께 물고기 떼를 쫓아다니고, 재밌는 장난을 치고 싶었지만, 바우는 그저 저 멀리서 그들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때였다. 바우의 귀에 아주 작고 희미한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마치 부서진 유리 조각이 바람에 흔들리는 듯, 가냘프고 슬픈 소리였다.

“어? 저게 무슨 소리지?”

바우는 호기심에 소리가 나는 쪽으로 천천히 헤엄쳐 갔다. 어둠이 짙어질수록 소리는 점점 더 선명해졌다. 그리고 마침내, 바우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광경을 목격했다.

바다 밑, 커다란 해초 더미 옆에 작은 무언가가 웅크리고 있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별똥별이었다! 하지만 평범한 별똥별과는 달랐다. 온몸에서 희미한 빛을 내뿜고 있었지만, 그 빛은 금방이라도 꺼질 듯 위태로워 보였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별똥별의 양쪽 날개 중 하나가 부러져 너덜거리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마치 작은 새가 날개를 다친 것처럼, 별똥별은 옴짝달싹 못 하고 바닥에 주저앉아 있었다.

바우는 조심스럽게 별똥별에게 다가갔다. 별똥별은 바우의 무지개 빛깔에 놀라 움찔했지만, 이내 슬픔에 잠긴 눈으로 바우를 올려다보았다. 그 눈빛은 마치 밤하늘을 잃어버린 별의 눈물 같았다.

“저… 괜찮니?”

바우의 목소리는 떨렸다. 그는 이렇게 슬퍼 보이는 존재를 본 적이 없었다.

별똥별은 작게 훌쩍이며 대답했다.

“아니… 괜찮지 않아… 나는… 하늘로 돌아가고 싶단 말이야…”

목소리는 갈라졌고, 별똥별은 다시 한번 흐느꼈다.

“하늘…?”

바우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늘은 바우에게도 늘 동경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바우는 하늘을 날 수 없었다. 그저 밤이 되면 반짝이는 별들을 바라볼 뿐이었다.

“나는… 비비라고 해. 원래는 저 높은 하늘에서 반짝이는 별이었는데… 길을 잃고 여기까지 떨어져 버렸어. 그런데… 날개가 부러져 버렸지 뭐야…”

비비는 망가진 날개를 내려다보며 한숨을 쉬었다.

“날개가 부러지면… 하늘로 돌아갈 수 없어… 영원히 이 어두운 바닷속에 갇히는 거야…”

비비의 말에 바우의 마음이 쿵 내려앉았다. 비비의 슬픔이 바우에게 고스란히 전해져 오는 듯했다. 자신도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해 외로웠던 경험이 떠올랐다.

“아… 그렇구나…”

바우는 비비를 어떻게 위로해야 할지 몰랐다. 그의 무지개 빛깔 몸은 오히려 이 어두운 심연에서 더욱 도드라져 보였다.

“나는… 바우야. 무지개 고래 바우.”

바우는 자신의 이름을 말하며, 왠지 모르게 부끄러워졌다. 자신의 화려한 빛깔이 지금 이 슬픔에 잠긴 별에게는 아무런 위로가 되지 못할 것 같았다.

“무지개 고래… 와…”

비비는 신기한 듯 바우를 올려다보았다.

“네 빛깔이 참 예쁘다. 하지만… 너무 눈부셔서… 내 눈이 아플 지경이야.”

비비는 짓궂게 웃으려 했지만, 이내 다시 슬픈 표정이 되었다.

“예쁘다고? 에휴, 이게 다 문제야. 내 빛깔 때문에 아무도 나랑 놀아주지 않아. 늘 혼자야.”

바우는 털어놓고 싶지 않았던 자신의 속마음을 무심코 말해버렸다.

“혼자라고?”

비비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너도 혼자야? 나도… 너처럼 혼자였어. 아니, 혼자였지. 하늘에서 다른 별들이랑 같이 있을 땐… 이렇게 외롭지 않았는데…”

비비는 바우의 말을 듣고 오히려 더 슬퍼 보였다.

바우는 비비의 상처 입은 날개를 보았다. 그리고 다시 한번, 하늘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비비의 간절한 눈빛을 보았다. 문득, 바우의 머릿속에 오래전부터 전해 내려오는 신비로운 이야기가 떠올랐다.

“저기… 비비야.”

바우는 용기를 내어 말을 꺼냈다.

“혹시… ‘별빛 나침반’이라고 들어봤니?”

비비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별빛 나침반? 그게 뭔데?”

“음… 아주 오래전부터 전해 내려오는 전설인데… 별빛 나침반을 찾으면… 뭐든지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다고 해. 길을 잃은 별도… 하늘로 돌아갈 수 있게 해준다고…”

바우는 말을 더듬었다. 사실 그 이야기는 너무 오래되고 희미해서, 마치 꿈속의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정말? 그런 게 있어?”

비비의 눈빛이 반짝였다. 부러진 날개 때문에 희미해졌던 희망의 불꽃이 다시 타오르는 듯했다.

“하지만… 그 나침반은 아주 아주 찾기 어렵대. 북쪽 끝 하늘 바다에 있다고만 들었어. 가는 길도 험하고… 위험하다고…”

바우는 덧붙였다. 북쪽 끝 하늘 바다라니. 그곳은 바우가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머나먼 곳이었다.

“북쪽 끝 하늘 바다… 험하고 위험하다 해도… 나는 꼭 가야 해! 날 다시 하늘로 데려다줄 수 있다면… 뭐든지 할 수 있어!”

비비는 결심한 듯 외쳤다. 그의 목소리에는 다시 힘이 넘쳐흘렀다.

바우는 비비의 간절함을 보았다. 그리고 문득, 자신도 모르게 비비의 곁에 다가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혼자라는 외로움, 친구와 어울리지 못하는 아픔… 비비의 모습에서 바우는 자신과 닮은 구석을 발견했다.

“나도… 너와 함께 갈래.”

바우는 자신도 놀랄 만큼 큰 목소리로 말했다.

“정말? 바우, 너도 나랑 같이 가줄 거야?”

비비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바우를 바라보았다.

“응. 너를 하늘로 돌려보내고 싶어. 그리고… 나도… 이 외로운 바닷속에서 벗어나고 싶어. 어쩌면… 별빛 나침반을 찾으면… 나도… 나만의 길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몰라.”

바우는 자신의 무지개 빛깔을 내려다보았다. 이 빛깔 때문에 늘 외로웠지만, 어쩌면 이 빛깔이 자신을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무언가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아! 그럼 우리 함께 가는 거야! 북쪽 끝 하늘 바다로!”

비비는 신이 나서 소리쳤다. 그의 작은 몸에서 나오는 희미한 빛이 이전보다 조금 더 밝아진 것 같았다.

바우는 비비의 등을 살짝 밀어주었다.

“그래, 비비야. 우리 함께 가자. 하지만… 북쪽 끝 하늘 바다는 정말 멀고 험한 곳이야. 너도 다칠 수 있어.”

“괜찮아! 네가 있으니 무섭지 않아!”

비비는 바우의 꼬리를 잡으며 환하게 웃었다.

바우는 비비의 말에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꼈다. 처음으로, 누군가 자신의 곁에 있어 주는 것이 이렇게 큰 힘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너의 부러진 날개는 어떡하지? 혼자서는 헤엄치기 힘들 텐데.”

바우는 걱정스럽게 물었다.

“걱정 마! 네 등이 아주 훌륭한 침대 역할을 해줄 거야!”

비비는 씩씩하게 말했다.

“내 등?”

바우는 자신의 넓고 편평한 등을 떠올렸다.

“그래! 네 등에 올라타면… 나는 편안하게 갈 수 있잖아! 마치… 하늘을 나는 것처럼!”

비비는 바우의 등을 톡톡 두드리며 말했다.

바우는 잠시 망설였다. 자신의 등에 누군가를 태우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비비의 반짝이는 눈동자를 보니, 더 이상 망설일 수 없었다.

“알았어, 비비야. 내 등에 올라타. 북쪽 끝 하늘 바다로 가는 거야!”

바우는 결심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비비는 기쁨에 겨워 바우의 등에 조심스럽게 올라탔다. 바우의 무지개 빛깔 등은 비비에게 마치 따뜻한 솜털처럼 느껴졌다.

“와… 정말 편안하다! 마치 구름 위에 앉아 있는 것 같아!”

비비는 감탄하며 말했다.

바우는 비비가 등에 올라타자, 이전보다 훨씬 더 힘이 나는 것을 느꼈다. 마치 등 뒤에서 누군가가 자신을 응원해주는 듯한 기분이었다.

“좋아, 비비야! 그럼 출발하자! 북쪽 끝 하늘 바다로!”

바우는 힘차게 꼬리를 휘저었다. 그의 무지개 빛깔이 어두운 바닷속을 환하게 비추며, 새로운 여정의 시작을 알렸다.

바우와 비비가 함께 헤엄쳐 나가는 모습은 마치 어둠 속에서 피어난 한 송이 무지개 같았다. 외로웠던 아기 고래와 하늘을 그리워하는 작은 별똥별. 두 사람은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주고, 희망을 나누며, 전설 속 별빛 나침반을 찾아 머나먼 북쪽 끝 하늘 바다로 향했다. 길은 험난하겠지만, 이제 그들은 혼자가 아니었다. 서로에게 의지하며, 그들의 놀라운 모험은 이제 막 시작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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