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5

광기의 시작

불신이 증오로 변하고, 단종의 마음에 폭력성이 싹튼다. 왕의 눈빛은 차갑게 변해가고, 그의 손은 떨림 없이 칼을 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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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바람이 궁궐의 처마 끝을 휘감아 돌았다. 붉은 단청 위로 흩날리는 낙엽처럼, 어린 임금의 마음에도 불신이라는 찬 서리가 내려앉고 있었다. 처음에는 희미한 그림자 같았던 의심이, 이제는 짙은 안개처럼 시야를 가리고 있었다. 신하들의 귓속말, 의미심장한 눈빛들, 그리고 제 그림자마저도 믿을 수 없게 만드는 세상이었다. 어린 왕은 떨리는 손으로 옥좌를 붙잡았다. 그 차가운 황금빛이 그의 손을 더욱 시리게 만들었다.

“전하, 또 밤을 지새우셨습니까.”

언제나처럼, 가온이 고요히 그의 곁에 섰다. 밤새도록 켜져 있던 등불의 희미한 온기가 그녀의 뺨에 맴돌았다. 단종은 고개를 들지 않았다. 그의 눈동자는 텅 빈 우물처럼 깊고, 그 안에는 오직 차가운 그림자만이 맴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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