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4

진심의 파고

가온의 헌신적인 노력과 진심 어린 위로가 단종의 얼어붙었던 마음에 파고들기 시작한다. 왕의 눈빛에 희미한 온기가 돌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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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궁궐의 돌담은 밤새도록 그의 울음을 머금고 있었다. 붉게 물든 핏자국이 채 마르지 않은 복도 끝, 어둠은 깊고 짙었다. 훈련된 병사들의 발소리마저 숨죽인 채, 오직 단종의 거친 숨소리만이 적막을 갈랐다. 그의 손은 여전히 떨렸고, 눈동자는 텅 빈 허공을 헤매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이리도 맑고 순수했던 왕의 눈빛은 이제 짐승의 그것처럼 날카롭고 불안하게 흔들렸다. 세상을 향한 믿음은 산산조각 났고, 그 폐허 위에 쌓아 올린 것은 오직 불신과 공포뿐이었다.

그때, 삐걱이는 궁궐의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늦은 밤, 그림자처럼 나타난 이는 가온이었다. 그녀는 언제나처럼 무표정한 얼굴이었지만, 그 눈빛 속에는 왕을 향한 깊은 연민과 안타까움이 서려 있었다. 그녀는 아무 말 없이 단종에게 다가갔다. 마치 폭풍우가 몰아치는 바다를 잠재우려는 등대처럼, 그녀의 존재 자체만으로도 단종의 거친 숨결이 조금씩 잦아드는 듯했다.

단종은 그녀를 보자마자 참았던 울음을 터뜨렸다. “가온… 가온아…” 떨리는 목소리로 그녀의 이름을 부르며, 마치 어린 아이처럼 그녀의 품에 안겼다. 차갑게 식어버린 그의 손이 그녀의 옷자락을 붙잡았다. 그녀는 단종을 품에 안고 그의 등을 토닥였다. 그녀의 손길은 부드러웠고, 그녀의 숨결은 따뜻했다. 그것이 단종이 세상으로부터 받은 마지막 온기이자, 유일하게 믿을 수 있는 전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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