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0
가온에게만 강아지다
가온 앞에서만 무장해제되는 단종. 그는 순한 강아지처럼 그녀에게 안기고, 응석을 부리며 유일한 애정을 표현한다. 가온이 자신을 쓰다듬어 주지 않으면 낑낑댔고, 가온 앞에서는 말 그대로 강아지였다. 가온이 자신만을 바라보길 이젠 과거의 기억을 자신 스스로 자신의 뇌 깊숙히 있는 잠금기억에 넣어버린다.
달빛이 은처럼 녹아내리던 밤이었다. 창백한 빛줄기가 궐 안을 휘감았고, 그 빛은 마치 얇은 비단처럼 단종의 어깨 위로 내려앉았다. 옥좌에 앉은 어린 왕의 얼굴에는 핏기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텅 빈 눈동자는 천장 어딘가를 헤매고 있었고, 닫힌 입술은 굳게 다물려 있었다. 궐 안에는 차가운 침묵만이 감돌았다. 간신들의 속삭임, 귓가에 맴도는 헛된 약속들, 그리고 자신을 향한 모든 의심의 눈빛들이 귓가에 맴돌았다. 세상은 온통 낯설고, 배신으로 가득 찬 곳이었다.
그때, 얇은 발걸음 소리가 천천히 다가왔다. 삐걱이는 나무 바닥을 밟는 소리는 마치 얇은 얼음판을 걷는 듯 위태로웠다. 단종은 고개를 들었다. 그림자처럼 나타난 것은 가온이었다. 그녀의 검은 머리카락은 달빛 아래 더욱 깊은 밤처럼 느껴졌고, 하얀 얼굴은 달빛을 머금은 듯 은은하게 빛났다. 그녀의 눈빛은 늘 그랬듯 차분했지만, 그 안에는 단종만이 읽을 수 있는 미묘한 떨림이 있었다.
“폐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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