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3

왈가닥 아씨, 양반집에 들이닥치다!

단아가 율곡 집안의 복잡한 문제에 엮이면서, 엉겁결에 율곡을 돕게 된다. 율곡은 단아의 순수함과 씩씩함에 조금씩 마음을 열지만, 가문의 반대와 주변의 시선이 그들을 가로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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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놔요, 이 정승 나리!"

김단아가 빽빽 소리를 질렀지만, 어깨를 떡하니 잡은 손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억센 힘에 옴짝달싹 못 하고 질질 끌려가는 신세였다. 씩씩한 아씨의 명성에 걸맞지 않게, 지금 그녀의 꼴은 영락없는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이었다. 아니, 닭 쫓던 개는커녕 닭한테 쫓겨 도망치는 신세라고 해야 할까.

"이놈의 계집이! 감히 이 몸을 밀치려 들어?"

이정승은 핏대가 선 얼굴로 단아를 노려보았다. 그의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저택 복도를 울렸다. 쿵쾅거리는 심장은 분노 때문인지, 아니면 십 년 묵은 체증이 내려가는 듯한 통쾌함 때문인지 헷갈릴 지경이었다.

"밀치다니요! 저를 억지로 끌고 가시는 주제에!" 단아가 발끈하며 소리쳤지만, 이정승의 손아귀는 더욱 꽉 조여 올 뿐이었다. "아니, 대체 왜 이러시는 겁니까! 저는 아무것도 모르고, 그저… 그저… 율곡 도령님을 뵈러 왔을 뿐이라고요!"

"흥, 율곡 나리를 뵈러 왔다고? 웃기는 소리! 네놈의 저질스러운 수작질, 이 정승이 모를 줄 아느냐!" 이정승은 코웃음을 치며 단아를 옥죄듯 끌고 갔다. 그의 눈빛은 단아를 꿰뚫어 보는 듯 날카로웠다. 마치 그녀의 모든 속셈을 꿰뚫고 있다는 듯한 기세였다.

그때였다. 옥죄던 손길이 툭, 하고 풀렸다. 억센 힘에 이끌려 비틀거리던 단아는 그대로 바닥에 엎어질 뻔했지만, 재빨리 균형을 잡았다. 눈앞에는 굳은 표정의 이율곡이 서 있었다. 그의 얼굴에는 짜증과 함께, 아주 희미한 걱정이 스쳐 지나가는 듯했다.

"아버지, 이게 무슨 짓이십니까."

율곡의 목소리는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 그는 단아를 힐끗 보더니, 다시 아버지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그 짧은 순간, 단아의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는 것을 느꼈다. 율곡 도령님은 자신 때문에 아버지에게 꾸중을 듣고 있구나. 왠지 모를 미안함과 함께, 그의 곁에 서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묘한 안도감이 밀려왔다.

"율곡아, 네놈이 이 계집의 꾀임에 넘어갔느냐!" 이정승은 율곡에게 쏘아붙였다. "이 여자가 네 정혼자라고? 천만에! 이놈은 흉악한 역모를 꾸미고 있는 김 서방의 딸이다! 네놈의 훌륭한 앞길을 망치려는 불순한 의도로 접근한 것이 분명하다!"

"아버지, 무슨 말씀을 그리 하십니까." 율곡은 한숨을 쉬며 이정승을 말렸다. "단아 아씨는 그런 사람이 아닙니다. 그저… 칠칠치 못하고 왈가닥일 뿐이지, 악의를 품은 자는 아닙니다."

"칠칠치 못하고 왈가닥? 그게 바로 가장 무서운 점이다! 순진한 척, 어수룩한 척하며 네놈의 헛점을 노리는 것이지! 네놈의 가문을 망치고, 네놈의 앞날을 짓밟으려는 김 서방의 계략에 놀아나는 것이다!" 이정승은 분노에 차서 율곡의 멱살이라도 잡을 기세였다.

단아는 두 사람의 대화를 들으며 어안이 벙벙했다. 역모? 김 서방? 자신이 그런 흉악한 역모와 관련이 있다는 말인가? 억울함에 눈물이 핑 돌았지만, 꾹 참았다. 지금은 자신이 울고불고할 때가 아니었다.

"아버지, 김 서방은 이미 오래전에 죄값을 치렀습니다. 이제 와서 그의 딸을 역적으로 몰아세우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율곡은 단호하게 말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흔들림이 없었다. "그리고 단아 아씨는 저와 혼인할 정혼자입니다. 아버지께서 억지로 막으실 일이 아닙니다."

"뭐라고? 네놈이 감히 이 아비에게 맞서겠다?" 이정승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율곡을 노려보았다. 그의 얼굴은 분노로 붉게 달아올랐다. "이놈의 집안은… 명예를 먹고 사는 가문이다! 네놈의 아버지인 내가, 네놈의 할아버지께서, 대대로 쌓아온 명예를! 이 천박한 민초와의 혼인으로 더럽힐 수는 없다!"

"명예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아버지." 율곡은 덤덤하게 말했다. "바로 사람이 사람을 존중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제 마음입니다."

"네 마음? 네놈의 마음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 가문의 명예가, 후손의 번영이 먼저다!"

"그렇다면 저는 이 가문을 위해 제 모든 것을 버리겠습니다." 율곡의 말에 이정승은 할 말을 잃었다. 율곡이 이런 식으로 나올 줄은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 순간, 단아가 앞으로 나섰다. 억울한 누명에 대한 분노, 율곡을 향한 복잡한 감정, 그리고 이 상황을 벗어나고 싶은 간절함이 그녀를 움직이게 했다.

"이 정승 나리! 저는 역모 따위와는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단아는 목청껏 외쳤다. "저의 아버지께서 어떤 분이셨는지는 모르겠으나, 저는 제 두 발로 똑바로 서서 살아왔습니다! 율곡 도령님을 좋아하게 된 것도, 그저… 그저 제 마음이 그렇기 때문입니다! 명예니 뭐니 하는 복잡한 것은 모르겠고, 저는 율곡 도령님과 혼인하고 싶습니다!"

그녀의 솔직하고 거침없는 외침에 이정승은 잠시 할 말을 잃었다. 율곡 역시 예상치 못한 단아의 등장에 놀란 표정이었다. 붉어진 얼굴로, 씩씩하게 자신의 마음을 외치는 단아의 모습은 율곡의 마음에 작은 파문을 일으켰다.

"여보시오, 이 정승 나리." 단아가 숨을 몰아쉬며 말을 이었다. "만약 제가 정말로 역모를 꾸미는 자라면, 이렇게 당당하게 나설 수 있겠습니까? 율곡 도령님을 좋아한다고, 혼인하고 싶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이정승은 굳은 표정으로 단아를 쏘아보았다. 그녀의 눈빛에는 거짓이 없었다. 순수함과 뻔뻔함이 뒤섞인 듯한 묘한 매력이 있었다. 율곡 역시 그런 단아의 모습에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아버지." 율곡이 다시 입을 열었다. "단아 아씨는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만약 그녀에게 정말 어떤 죄라도 있다면, 제가 그 죄를 대신 짊어지겠습니다. 하지만 그녀를 억지로 떼어놓으려 하신다면, 저는 이 집을 나가겠습니다."

"이… 이 율곡!" 이정승은 경악한 표정으로 율곡을 바라보았다. 아들이 자신에게 이런 식으로 나오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그의 얼굴은 분노와 당혹감으로 뒤범벅되었다.

"아버지께서 저를 낳으시고 기르신 것은, 제가 가문의 명예만을 좇는 꼭두각시가 되기를 바라셔서가 아닐 것입니다." 율곡은 아버지의 눈을 똑바로 보며 말했다. "저는 제가 선택한 길을 가겠습니다. 그리고 그 길에는 단아 아씨가 함께할 것입니다."

이정승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율곡의 단호한 태도와, 뻔뻔하지만 진심이 담긴 듯한 단아의 모습에 꼼짝도 하지 못하는 듯했다. 그는 굳은 표정으로 두 사람을 번갈아 보더니, 이내 홱 돌아서서 방을 나가버렸다. 그의 발소리가 멀어지자, 단아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휴… 살아남았네."

단아가 넉살 좋게 웃으며 말했다. 율곡은 그런 단아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붉어진 얼굴, 헝클어진 머리카락, 그리고 이 상황을 마치 당연하다는 듯 받아들이는 뻔뻔함까지. 율곡은 자신도 모르게 피식, 하고 웃음이 나왔다.

"웃지 마세요!" 단아가 율곡의 팔을 찰싹 때렸다. "저 때문에 얼마나 힘드셨어요!"

"제가 힘든 것이오, 아니면 당신이 힘든 것이오?" 율곡은 짐짓 퉁명스럽게 물었다. 하지만 그의 눈빛에는 더 이상 차가움이 남아 있지 않았다. 오히려 묘한 온기가 깃들어 있었다.

"당연히 저죠! 얼마나 무서웠다고요!" 단아가 투덜거렸다. "그래도… 율곡 도령님 덕분에 무사할 수 있었어요. 감사해요."

그녀는 씩씩하게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율곡은 그런 단아의 모습에 또다시 묘한 감정을 느꼈다. 깐깐하고 원칙주의를 따지던 자신과는 너무나도 다른, 엉뚱하고 순수한 그녀. 그녀의 곁에 있으면, 자신도 모르게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을 느꼈다.

"감사할 필요 없다." 율곡은 퉁명스럽게 말했지만, 그의 얼굴에는 미소가 번지고 있었다. "나도 당신 덕분에… 아버지께 할 말을 찾은 것 같으니."

"네? 제가요?" 단아가 의아한 표정으로 율곡을 올려다보았다.

"그래." 율곡은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당신이 없었다면, 난 아마 아버지께 이렇게 당당하게 맞서지 못했을 것이다. 당신은… 꽤나 쓸모 있는 정혼자군."

"흥! 제가 언제 쓸모없다고 했어요!" 단아가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그래도… 율곡 도령님도 꽤나 멋진 정혼자시네요."

두 사람은 서로를 마주 보며 웃었다. 험난한 시련 속에서, 그들의 마음은 더욱 단단하게 얽매이고 있었다. 이정승의 반대, 가문의 시선, 그리고 복잡한 세상의 논리들. 그 모든 장애물들이 오히려 그들을 더욱 끈끈하게 이어주는 끈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날 이후, 율곡의 집에는 이전과는 다른 기류가 흐르기 시작했다. 이정승은 여전히 율곡과 단아의 혼인을 탐탁지 않게 여겼지만, 율곡의 단호한 태도와 단아의 엉뚱하지만 꿋꿋한 모습에 더 이상 강하게 밀어붙이지 못했다. 오히려 율곡은 단아를 돕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섰다.

단아가 칠칠치 못하게 저지른 실수를 수습해주고, 그녀가 곤란한 상황에 처했을 때마다 묵묵히 곁을 지켰다. 처음에는 귀찮고 짜증 나는 일이었지만, 점차 익숙해지고 그 안에서 묘한 즐거움을 발견하게 되었다. 단아 역시 율곡의 도움에 힘입어 조금씩 안정을 찾아갔다. 왈가닥 아씨에서 벗어나, 율곡의 곁에 어울리는 숙녀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듯했다. 물론, 칠칠치 못한 면모는 여전했지만 말이다.

어느 날, 율곡은 서재에서 중요한 서류를 정리하고 있었다. 그는 가문의 오래된 문서를 뒤적이다가, 우연히 아버지의 서랍 깊숙한 곳에서 낡은 편지 한 통을 발견했다. 편지에는 '김 서방'이라는 인물이 언급되어 있었고, 그 내용은 율곡을 충격에 빠뜨렸다. 편지에는 김 서방이 역모에 가담했다는 증거가 아닌, 오히려 역모를 막으려다 희생되었다는 정황이 담겨 있었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지?"

율곡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편지를 다시 읽었다. 만약 이 편지가 사실이라면, 아버지께서 단아를 반대하시는 이유가 단순히 가문의 명예 때문만이 아닐 수도 있었다. 어쩌면 아버지께서는 김 서방의 희생을 헛되이 하지 않기 위해, 그와 관련된 모든 것을 지우려 하시는 것일지도 몰랐다.

그때, 문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단아가 빼꼼 고개를 내밀었다.

"율곡 도령님! 뭐 하세요? 또 서류랑 씨름 중이세요?"

율곡은 낡은 편지를 황급히 서랍에 넣고, 애써 평정을 되찾았다. 단아의 맑은 눈망울을 보자, 그의 마음속에 복잡한 감정들이 소용돌이쳤다. 김 서방의 억울한 누명, 아버지의 숨겨진 진심, 그리고 단아를 향한 자신의 마음까지.

"별일 아니다." 율곡은 덤덤하게 말했다. "그저… 가문의 오래된 일들을 정리하고 있었을 뿐이다."

"어머, 정말요? 저도 도와드릴까요?" 단아가 씩씩하게 말했다. "저도 율곡 도령님 곁에서 뭐든 돕고 싶어요!"

율곡은 단아의 순수한 열정에 잠시 망설였다. 하지만 이내 결심한 듯,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래. 도와주게." 율곡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하지만… 이건 아주 중요한 일이니, 절대 칠칠치 못하게 굴면 안 된다."

"네! 약속해요!" 단아는 의기양양하게 대답했다.

그녀의 맑은 눈망울 속에서, 율곡은 자신도 모르게 깊은 사랑을 느끼고 있었다. 왈가닥 아씨 김단아. 그녀는 율곡의 삶에 예상치 못한 파문을 일으켰고, 이제는 그 파문 속에서 율곡은 진정한 사랑과 진실을 찾아 나설 준비를 하고 있었다. 험난한 앞날이 기다리고 있겠지만, 그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니었다. 그의 곁에는, 칠칠치 못하지만 가장 씩씩하고 순수한, 그의 사랑이 함께하고 있었다.

가문의 반대와 세상의 시선 속에서, 율곡과 단아의 사랑은 더욱 깊어지고 있었다. 그들의 이야기는 이제 막, 격랑 속으로 뛰어들 준비를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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