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

밤의 그림자, 코드의 유혹

18세 천재 해커 레오는 밤늦게 학교 컴퓨터실에 잠입해 성적을 조작한다. 그러다 우연히 'ÉLÈVE 000'이라는 숨겨진 파일을 발견하고,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충격적인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 곧이어 나타난 감시 드론을 피해 학교를 탈출하며 그의 위험한 여정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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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시 47분. 모든 것이 잠든 시간. 하지만 그의 눈은 꺼지지 않는 별처럼 빛나고 있었다. 텅 빈 학교 복도, 웅웅거리는 형광등 불빛 아래, 후드티의 챙을 깊숙이 눌러쓴 레오가 익숙한 발걸음으로 정보통신실을 향했다. 칠흑 같은 밤의 정적을 가르는 것은 오직 그의 발소리와, 곧이어 터져 나올 전자음뿐이었다.

“쉿… 자…”

그의 손가락이 건반 위를 날아다녔다. 모니터 화면에는 초록색 코드가 검은 바탕 위로 빠르게 스크롤되었다. 마치 고대의 주문이라도 외우는 듯, 그의 손놀림은 능숙하고도 날카로웠다. 찰칵, 찰칵. 키보드 소리가 밤의 적막을 깨는 유일한 소음이었지만, 그에게는 자장가와도 같았다.

“성적 조회 - 관리자.”

화면에는 익숙한 문구가 떠올랐다. 18살, 퀭한 다크서클이 내려앉은 얼굴에는 권태로움과 약간의 장난기가 뒤섞여 있었다. 필립, 20점 만점에 20점? 아니, 0점. 재미로. 그의 입가에 씩 웃음이 걸렸다. 늘 그랬듯, 그는 자신의 성적을 ‘재미’로 바꾼 후, 학교 전체의 성적을 엉망으로 뒤섞었다. 역시나, 지루함만이 남았다. “또 한 번의 낭비된 밤…” 그는 나지막이 읊조렸다.

그때, 그의 시선이 화면 한구석, 평범한 파일들과는 확연히 다른, 어둡게 처리된 폴더에 꽂혔다. “기록 보관소 / 학생 000 / 접근 거부.”

“000? 진심이야?”

그의 눈빛이 달라졌다. 권태로움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날카로운 호기심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접근 거부’라니. 그의 천재적인 해킹 실력에 감히 도전을 던지는 것인가. 챌린지 accepted. 그의 뇌는 이미 새로운 게임을 시작하고 있었다.

“클랙, 클랙, 클랙…”

손가락이 더욱 빠르게 움직였다. ‘무차별 대입 공격 중… 12%… 45%…’ 화면에는 진행 상황을 알리는 숫자들이 정신없이 올라갔다. 그는 숨을 죽였다. 바로 그때, 복도에서 희미하게 발소리가 들려왔다. 쿵, 쿵.

“젠장.”

그는 얼어붙었다. 등 뒤의 창문 너머로 복도를 비추는 감시자의 그림자가 스쳐 지나갔다. 심장이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손가락은 멈추지 않았다. 98%… 99%… ‘접근 허가.’

마침내, 암호화된 폴더가 열렸다. 그의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화면 한가운데, 신분증 사진 속에서 낯익은 얼굴이 그를 응시하고 있었다. 바로 자신이었다. 오른쪽 눈썹 위의 희미한 흉터까지 똑같이. 그리고 그 아래, ‘학생 000 - 레오 마르텔 - 입학일: 2006년 9월 4일’.

“불가능해… 나는 2008년에 태어났다고…”

그는 떨리는 손으로 자신의 눈썹 위 흉터를 만졌다. 사진 속 흉터와 완벽하게 일치했다. 그의 얼굴은 창백해졌고, 세상이 무너지는 듯한 혼란이 그를 덮쳤다. 2006년? 18년 전? 그는 자신이 누구인지,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그때, 정보통신실 문이 삐걱, 하고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복도에서 또각거리는 발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

“삐빅… 삐빅… 허가되지 않은 접근 감지. 학생 000 위치 확인.”

기계적인 목소리가 그의 귓가에 울려 퍼졌다. 그는 정신을 차렸다. USB를 뽑아들고 컴퓨터를 닫았다. ‘위치 확인? 뭐지?’

그는 의자를 넘어뜨리며 창문을 향해 달려갔다. 쿵! 문이 열리고, 붉은 빛을 내뿜는 감시 드론이 무음으로 실내로 들어섰다. “학생 000. 움직이지 마.”

그는 망설임 없이 창문을 열고 뛰어내렸다. 푹신한 덤불 속으로 떨어졌지만, 그는 곧바로 몸을 일으켜 빈 운동장을 가로질러 달렸다. 뒤에서는 드론의 굉음이 따라붙었다. VROUM!

“대체 나는 누구인 거야, 빌어먹을!”

그의 숨소리는 거칠었고, 심장은 미친 듯이 뛰었다. 손에 쥔 검은색 USB가 희미하게 깜빡였다. ‘이 안에 뭐가 있는 거지?’

운동장 끝, 4미터 높이의 철문이 그를 가로막았다. 드론이 점점 가까워졌다. “마지막 경고.”

레오는 철문을 올려다보았다. 그리고 USB를. 그의 머릿속에서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내가 학생 000이라면… 혹시 나한테도 코드가 있을지도 몰라.’

그는 망설임 없이 휴대폰에 USB를 꽂았다. 휴대폰 화면이 저절로 켜졌다. ‘환영합니다, 학생 000. 각성 프로토콜 개시.’

순간, 학교 전체의 불이 일제히 꺼졌다. 완전한 암흑. 오직 레오의 휴대폰만이 그의 충격에 질린 얼굴을 비추고 있었다. Bzzzzzt… 침묵.

휴대폰 화면에는 3D로 구현된 학교 건물의 지도가 나타났다. 그리고 지하, ‘CRYO-01’이라고 표시된 방. 12개의 냉동 캡슐이 보였다. 11개는 비어 있었고, 하나만이 환하게 켜져 있었다. 그리고 그 위에 그의 이름, ‘MARTEL LÉO’가 새겨져 있었다.

‘주제 12/12 - 수동 활성화 필요.’

레오는 속삭였다. “엄마… 대체 나한테 뭘 숨긴 거야?”

차가운 밤공기가 그의 뺨을 스쳤다. 그는 더 이상 평범한 18살 학생이 아니었다. 그는, ‘학생 000’이었다. 그리고 그의 진짜 삶은, 바로 지금, 이 순간부터 시작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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