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2
도망치는 선지자
하나님의 명령을 거역하기로 결심한 요나는 욥바로 향한다. 그는 자신이 할 일을 피해 멀리 떠나고자 배에 오른다. 험난한 바다가 그의 도피를 돕는 듯하지만, 하나님의 계획은 이미 시작되었다.
요나는 하나님의 음성을 외면하려 애썼다. 심장이 쿵쾅거리는 소리가 귓가에 울려 퍼졌다. 니느웨. 그 끔찍한 도시에 가서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라고? 죄악으로 물든 그 땅, 짐승처럼 살아가는 그들에게 회개를 외치라고? 상상만 해도 끔찍했다. 요나는 고개를 저었다. 이건, 이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아니야, 아니야."
그는 홀린 듯이 발걸음을 옮겼다. 욥바로 향해야 했다. 니느웨와 정반대 방향, 저 멀리 타르시스로 가는 배가 기다리고 있을 터였다. 그곳이라면, 그곳이라면 다시는 하나님의 얼굴을 볼 일도, 말씀을 들을 일도 없을 것이다.
욥바 항구에 도착했을 때, 요나는 마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광경을 보듯 배들을 바라보았다. 저마다 돛을 활짝 펼치고 바다 위를 춤추듯 나아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유난히 거대한 배가 눈에 들어왔다. 타르시스로 향하는 배였다. 요나는 망설임 없이 뱃사람들에게 다가가 값을 치렀다. 뱃사람들은 낯선 사내의 다급한 모습에 의아해했지만, 돈 앞에서는 더 이상 묻지 않았다.
배는 돛을 올리고 뱃머리를 서쪽으로 돌렸다. 육지가 점점 멀어졌다. 요나는 배의 난간에 기대앉아 짠 바닷바람을 맞았다. 그의 가슴속 답답함이 조금은 풀리는 듯했다. ‘그래, 이게 맞는 길이야. 나는 도망치는 거야. 하나님의 심판을 피해, 죄악된 인간들의 멸망을 외면하는 거야.’
하지만 평화는 오래가지 않았다. 하늘이 어두워지더니, 거센 바람이 불어닥치기 시작했다. 배는 거친 파도에 휩쓸려 요동쳤다. 뱃사람들은 다급하게 돛을 내리고 짐을 단단히 고정했다. 하늘이 찢어질 듯 천둥이 치고, 번개가 번쩍였다. 곧이어 거대한 파도가 배를 덮쳐왔다.
"이럴 수가! 이런 폭풍은 처음이야!"
뱃사람들의 절규가 바람 소리에 묻혔다. 요나 역시 공포에 질려 배 안으로 뛰어들었다. 그는 짐 더미 사이에 몸을 숨기고 눈을 질끈 감았다. ‘이게 하나님의 진노인가? 내가 도망쳤다는 것을 알고 계시는 건가?’
그때, 뱃사람들이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각자 자기 신에게 기도하라! 이대로 가다가는 모두 죽게 될 것이다!"
그들의 외침 속에서 요나는 문득 자신이 이 폭풍의 원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하나님의 명령을 거역하고 도망치고 있다는 사실, 하나님은 모든 것을 알고 계실 터였다.
"혹시… 혹시 이 중에 누군가 하나님을 거역한 자가 있는가?"
선장이 외쳤다. 뱃사람들은 서로를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바라보았다. 요나는 심장이 쿵쾅거렸다. 이대로 숨어 있을 수는 없었다. 이 폭풍 속에서 자신 때문에 모두가 죽게 될 수는 없었다.
요나는 떨리는 발걸음으로 갑판으로 나섰다. 빗줄기가 그의 얼굴을 때렸다. 그는 뱃사람들 앞에 섰다.
"내가… 내가 그럽니다."
모두의 시선이 요나에게 쏠렸다. 뱃사람들은 경악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당신이… 하나님을 거역했다고?"
요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지만, 더 이상 숨길 수 없었다.
"나는 히브리 사람이며, 하늘과 바다와 땅을 만드신 여호와 하나님을 경외하는 자입니다. 그러나 저는 그분의 명령을 피해 도망치고 있었습니다."
뱃사람들은 요나를 더욱 경계하며 바라보았다. 그들은 요나가 자신들에게 죽음을 가져온 저주받은 존재라고 생각하는 듯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우리가 살 수 있겠소?"
선장이 절박하게 물었다. 요나는 잠시 망설였다. 그는 자신이 어떻게 해야 할지 알았다. 하나님의 뜻은 명확했다.
"나를 들어 바다에 던지시오. 그러면 이 폭풍이 멈출 것이오. 이 모든 재앙이 나 때문임을 내가 압니다."
뱃사람들은 요나의 말에 충격을 받은 듯했다. 그들은 인간을 바다에 던져 죽이는 것을 망설였다. 하지만 폭풍은 점점 더 거세졌고, 배는 금방이라도 부서질 듯 위태로웠다.
"안 돼! 그렇게 할 수 없어!"
일부 뱃사람들이 반대했지만, 다른 이들은 요나의 말을 따르는 것이 유일한 살길이라고 생각했다. 그들은 결국 요나를 바다에 던지기로 결정했다.
"부디… 용서하시오."
뱃사람들은 요나를 들어 올려 바다로 던졌다. 차가운 물이 요나를 덮쳤다. 그는 순식간에 깊은 어둠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숨을 쉴 수 없었다. 죽음이 그를 덮치는 듯했다.
그런데… 이상했다. 죽지 않았다. 몸이 차가운 물에 잠겨 있었지만, 질식할 것 같은 고통은 없었다. 대신, 거대한 무언가가 그를 삼키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것은 어둠과 비늘로 뒤덮인 거대한 생명체였다. 거대한 물고기였다.
물고기는 요나를 안으로 삼켰다. 요나는 완전히 어둠 속에 갇혔다. 뱃속은 끈적하고 따뜻했으며, 희미한 빛이 새어 들어왔다. 그는 자신이 살아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그리고 이 거대한 물고기가 하나님의 계획이라는 것을 직감했다.
‘하나님… 저를 이곳으로 이끄셨군요.’
요나는 자신이 삼켜진 그 순간에도 하나님의 뜻이 자신을 향하고 있음을 느꼈다. 도망치려 했지만, 결국 하나님의 품 안으로 들어온 셈이었다. 그는 두려웠지만, 동시에 이상한 평온함을 느꼈다.
물고기는 요나를 삼킨 채, 깊은 바닷속으로 유유히 헤엄쳐 갔다. 요나는 물고기 뱃속에서 꼬박 사흘 밤낮을 보냈다. 그는 어둠 속에서 자신의 죄를 되돌아보았다. 하나님의 말씀을 거역하고 도망치려 했던 어리석음, 니느웨 백성들을 향한 자신의 증오심.
"하나님, 제가 잘못했습니다. 제가 너무나 교만했습니다. 당신의 뜻을 거역한 저를 용서해 주십시오."
그는 진심으로 회개했다. 그의 눈물은 물고기 뱃속의 물과 뒤섞였다.
사흘째 되던 날, 요나는 물고기 뱃속에서 하나님의 음성을 들었다.
"요나야, 일어나라. 니느웨로 가서 내가 네게 명한 말을 전하라."
요나는 벌떡 일어났다. 그는 더 이상 도망치지 않을 것이었다. 그의 마음은 이미 니느웨를 향해 있었다.
잠시 후, 거대한 물고기는 거대한 파도를 일으키며 해안가로 밀려왔다. 그리고는 요나를 토해냈다. 요나는 젖은 채로 해변에 누워 있었다. 그는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맑은 공기가 폐부 깊숙이 스며들었다.
그는 몸을 일으켜 거대한 물고기를 바라보았다. 그 물고기는 하나님의 도구였다. 그의 도피를 막고, 그의 회개를 이끌어낸 존재였다.
"감사합니다, 하나님."
요나는 다시 한번 하나님께 감사했다. 그는 이제 니느웨로 향할 준비가 되었다. 그의 마음은 이전과 달랐다. 두려움보다는 결연함이, 증오심보다는 하나님의 자비에 대한 믿음이 자리 잡고 있었다.
요나는 니느웨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그의 앞에는 험난한 여정이 기다리고 있었지만, 그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니었다. 하나님께서 그와 함께 하실 것이었다. 거대한 물고기의 뱃속에서 보낸 사흘 밤낮은, 요나에게 있어 단순한 시련이 아니라, 그의 삶을 완전히 뒤바꿀 영적인 재탄생의 시간이었다. 이제 그는 진정한 선지자로서의 삶을 시작하려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