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

하나님의 부르심

나약한 선지자 요나가 하나님의 엄중한 명령을 받는다. 그는 즉시 순종하기보다 두려움과 망설임으로 가득 찬다. 하나님의 뜻은 명확했으나, 요나의 마음은 갈등으로 요동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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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하고 웅장한 태양이 붉게 타오르며 지평선 너머로 몸을 숨기고 있었다. 하늘은 짙은 보라색과 주황색의 물감으로 물든 듯 아름다웠지만, 선지자 요나의 마음은 그 아름다움과는 전혀 상관없이 잿빛으로 가라앉아 있었다. 그의 발걸음은 무겁고 더디었다. 흙먼지 날리는 길을 따라 걷는 그의 어깨는 왠지 모를 짐에 짓눌린 듯 움츠러들어 있었다.

“가라.”

귓가에 맴도는 하나님의 음성은 천둥처럼 강력했지만, 요나의 심장은 나약한 새처럼 파닥였다. ‘어디로 가야 합니까?’라고 묻고 싶었지만, 입술은 굳게 다물려 열리지 않았다. 그는 하나님의 부르심 앞에 언제나 작고 나약한 존재였다. 그의 심장은 하나님의 뜻을 향해 뛰어야 했지만, 늘 자신의 두려움과 망설임에 붙들려 흔들렸다.

“큰 성읍 니느웨로 가서 외치라. 그 악이 내 앞에 이르렀느니라.”

니느웨. 그 이름만으로도 요나의 등골에 찬바람이 스쳤다. 저 멀리 동방에 자리한 거대한 도시. 죄악으로 물든 곳, 잔혹함과 방탕함이 넘실거리는 곳. 그곳에 가서 하나님의 심판을 선포하라고? 상상만 해도 숨이 막혔다. 그의 나약한 심장이 감당하기에는 너무나도 거대한 임무였다.

‘왜 하필 나입니까.’

요나는 속으로 절규했다. 그는 위대한 선지자가 아니었다. 웅변에 능하지도, 담대함이 넘치지도 않았다. 그는 그저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는 작은 도구일 뿐이었다. 하지만 하나님의 선택은 늘 그의 예상을 뛰어넘었다. 그의 나약함마저도 하나님께는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일까. 아니면 그저 또 한 번의 시험일 뿐일까.

요나는 발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들었다. 저 멀리, 희미하게 보이는 산맥의 능선이 마치 거대한 짐승의 등처럼 솟아 있었다. 그 너머에 니느웨가 있을 터였다. 그의 마음은 이미 저 멀리 니느웨를 향해 도망치고 있었다. 하나님의 명령을 거역하고 싶은 충동이 그의 온몸을 휘감았다. ‘가기 싫습니다.’라고 외치고 싶었지만, 그럴 용기조차 나지 않았다.

“요나야.”

다시 한번 하나님의 음성이 들려왔다. 이번에는 더욱 부드럽고 다정했지만, 그 안에 담긴 엄중함은 변함이 없었다. 요나는 어쩔 수 없이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그의 얼굴에는 수많은 갈등이 뒤섞여 있었다. 두려움, 망설임, 그리고 조금의 반항심.

“제가 어떻게 니느웨에 갈 수 있겠습니까. 그곳은….”

겨우 입을 연 그의 목소리는 갈라져 나왔다. 그는 하나님의 자비가 니느웨까지 닿을 수 있다는 사실을 믿고 싶지 않았다. 그곳은 멸망받아 마땅한 곳이라고, 그렇게 믿고 싶었다. 그래야만 자신의 나약함이 조금이라도 위로받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내가 너를 보낸다. 너는 가서, 내가 명한 모든 말을 그들에게 선포하라.”

하나님의 말씀은 단호했다. 요나의 변명이나 망설임은 더 이상 설득력이 없었다. 그는 하나님의 뜻 앞에 무력했다. 마치 거대한 파도 앞에 선 작은 조각배처럼, 그의 의지는 흔들릴 뿐이었다.

요나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의 어깨를 짓누르는 짐은 더욱 무거워졌다. 니느웨. 그곳으로 가야만 했다. 하나님의 명령은 거역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의 마음은 이미 다른 곳을 향하고 있었다. 타르시스. 지중해의 끝자락에 있다는, 신비롭고 평화로운 땅. 그곳이라면 하나님의 눈길이 닿지 않을지도 몰랐다. 그곳이라면 잠시나마 숨을 돌릴 수 있을지도 몰랐다.

“타르시스로 가야겠습니다.”

순간,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자신도 놀랄 만큼 단호했다. 그는 하나님의 명령을 거역하기로 결심한 것이다. 그의 나약함은 결국 두려움에 굴복했고, 그의 순종은 망설임에 갇혔다. 그는 하나님의 뜻을 등지고, 자신의 나약함을 지키기 위한 도망길을 선택했다.

요나는 몸을 돌려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그의 발걸음은 아까보다 훨씬 빨라졌다. 그의 심장은 불안감으로 요동쳤지만, 동시에 묘한 해방감이 느껴졌다. 하나님의 엄중한 명령으로부터 벗어났다는, 혹은 그렇게 믿고 싶다는 안도감이었다.

항구에 도착했을 때, 이미 해는 거의 저물고 있었다. 붉은 노을이 바다 위로 길게 그림자를 드리웠다. 요나는 서둘러 가장 큰 배에 올랐다. 선원들은 짐을 싣고 항해를 준비하느라 분주했다. 요나는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 배의 가장 깊숙한 곳으로 숨어들었다.

“타르시스로 가는 배를 찾고 있었습니다.”

그는 뱃사람에게 말했다. 뱃사람은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그래, 이 배가 타르시스로 간다. 그런데 선지자 양반, 왜 이렇게 서두르시오?”

요나는 애써 미소를 지으며 얼버무렸다.

“그냥… 좀 쉬고 싶어서요.”

배가 서서히 항구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요나는 배의 난간에 기대어 어둠이 짙게 깔리는 바다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에는 불안과 함께 희미한 기대감이 뒤섞여 있었다. 그는 자신이 하나님으로부터 도망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나약함은 그 길을 선택하게 만들었다.

‘이것이 나의 선택이다.’

그는 자신에게 되뇌었다. 하지만 그의 마음 깊은 곳에서는 이미 알고 있었다. 하나님의 눈길을 피할 수는 없다는 것을. 그의 도망이 결국 더 큰 시련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것을.

어둠이 짙게 깔린 바다는 고요했지만, 요나의 마음은 폭풍우처럼 휘몰아치고 있었다. 그는 하나님의 부르심을 거역한 채, 미지의 바다로 나아가고 있었다. 그의 앞날은 칠흑 같은 어둠처럼 불투명했다. 하지만 그는 알고 있었다. 이 선택이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을 거대한 사건의 시작이라는 것을.

깊은 밤, 배는 거센 파도를 헤치며 나아갔다. 요나는 뱃머리에 기대어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았다. 수많은 별들이 반짝였지만, 그의 마음을 위로해주지는 못했다. 오히려 그 별들이 하나님의 눈처럼 느껴져 더욱 불안했다.

‘하나님, 제가 너무나도 나약합니다.’

그는 속으로 기도했다. 하지만 그의 기도는 용서를 구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나약함을 탓하고 있었다. 그는 자신이 얼마나 어리석은 선택을 했는지 깨닫고 있었다. 하나님의 명령을 거역하는 것은 곧 자신을 파멸로 이끄는 길임을.

그때였다. 갑자기 하늘이 캄캄해지더니, 거대한 폭풍우가 몰아치기 시작했다. 배는 미친 듯이 흔들렸고, 선원들은 공포에 질려 비명을 질렀다. 요나는 파도에 휩쓸릴 듯 휘청거리며 난간을 꽉 붙잡았다.

‘이것이 하나님의 진노인가.’

그는 생각했다. 그의 심장은 다시 한번 두려움으로 가득 찼다. 그는 하나님의 부르심을 거역한 죄값을 치러야만 했다. 그의 나약함은 결국 그를 파멸의 길로 이끌고 있었다.

폭풍우는 더욱 거세졌다. 거대한 파도가 배를 덮쳤고, 배는 부서질 듯 요동쳤다. 선원들은 짐을 버리고 필사적으로 배를 바로잡으려 애썼다. 요나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절망에 빠졌다.

“이 모든 재앙이 누구 때문에 임하였느냐!”

한 선원이 소리쳤다. 다른 선원들도 분노와 공포에 찬 눈으로 요나를 바라보았다. 요나는 더 이상 숨길 수 없었다.

“내가 히브리 사람이요, 내가 바다와 육지를 지으신 여호와 하나님을 경외하며 그를 섬기나이다.”

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그의 명령을 거역하고 도망쳤기 때문입니다. 나의 죄 때문에 이 재앙이 임하였습니다.”

선원들은 요나를 바다에 던지기로 결정했다. 요나는 저항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죄를 인정했고, 그 죄에 대한 대가를 치를 준비가 되어 있었다.

“나를 들어 바다에 던지라. 그리하면 폭풍이 그치리라. 이 명 때문에 이 큰 폭풍이 너희에게 임하였음을 내가 아노라.”

그의 말에 선원들은 두려움과 함께 안타까움을 느꼈다. 하지만 그들은 살기 위해 요나를 바다에 던질 수밖에 없었다.

거대한 파도가 요나를 집어삼켰다. 그는 순식간에 차가운 물속으로 가라앉았다. 숨이 막혀왔고, 세상은 칠흑 같은 어둠으로 뒤덮였다. 그는 죽음을 직감했다. 그러나 그의 죽음은 끝이 아니었다. 그것은 하나님의 섭리 안에서, 그의 나약함을 씻어내고 새로운 존재로 거듭나게 할 거대한 시험의 시작이었다.

그는 깊은 어둠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의 귓가에는 더 이상 폭풍우 소리도, 선원들의 비명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오직 차가운 물의 침묵만이 그를 감쌌다. 그는 그렇게, 거대한 물고기의 뱃속으로 사라져 갔다. 그의 나약함과 두려움, 그리고 하나님의 명령에 대한 불순종은 이제 거대한 심판대 앞에 놓였다. 그의 여정은 이제 막, 가장 깊고 어두운 곳에서 시작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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