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3

김민준의 날카로운 추리, 엉뚱한 용의자

김민준은 예리한 관찰력으로 사건 현장의 작은 단서들을 모아 나간다. 빵 부스러기 대신 발견된 봉투 조각, 희미한 발자국 등. 하지만 그의 추리가 향하는 용의자들은 하나같이 사건과 동떨어진 인물들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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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준 순경은 빵집 진열대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갓 구운 빵 냄새 대신, 묘한 허탈함이 코끝을 간질였다. 어제 박서연 씨 빵집에서 일어난 사건은 더욱 기상천외했다. 분명 빵이 사라졌는데, 빵 봉투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그것도 빵이 담겨 있던 부분은 깨끗하게 뜯겨져 나가고, 손잡이 부분만 남겨진 채였다. 마치 빵 자체는 불필요하고, 오직 '빵 봉투'라는 그릇만이 목적이었던 것처럼.

"이거… 정말 빵 봉투만 훔쳐 간 건가요?" 김민준은 옆에서 안절부절못하는 박서연 씨에게 되물었다.

"그렇다니까요, 순경님! 분명 갓 나온 크루아상 세 개가 딱 놓여 있었는데, 잠시만 눈을 떼고 카운터에서 계산을 하고 돌아오니 빵은 없고, 이 앙상한 봉투만 덩그러니… 마치 유령이 다녀간 것 같아요!" 박서연 씨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그녀의 빵집은 동네에서 꽤나 유명했지만, 최근 들어 손님이 뜸해진 탓에 걱정이 많았다. 이런 황당한 사건까지 겹치니 더욱 불안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김민준은 무릎을 굽혀 바닥을 살폈다. 빵 부스러기 하나 없었다. 대신, 찢어진 빵 봉투 조각이 희미하게 흩어져 있었다. 평범한 빵 봉투 같았지만, 자세히 보니 특정 빵집 로고가 희미하게 찍혀 있었다. '달콤한 하루'. 박서연 씨의 빵집 이름이었다.

'빵 봉투만 훔쳐 간다… 장난인가? 아니면…' 김민준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단순 장난이라고 치부하기에는 너무나도 정교하고, 목적이 불분명했다.

며칠 뒤, 이번에는 최지훈 씨의 빵집에서 비슷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번에는 빵 봉투가 아닌, 빵을 담았던 투명한 비닐 포장지가 사라졌다. 그것도 빵은 그대로 남아 있었다. 마치 빵은 놔두고 포장지만 쏙 빼가는 기현상이었다.

"이게 대체 무슨 일입니까?" 최지훈 씨는 평소답지 않게 초조한 듯 김민준에게 물었다. 그는 무뚝뚝하고 과묵한 성격이었지만, 자신의 빵에 대한 자부심은 대단했다. 그런 그에게 이런 어처구니없는 사건은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힌 듯했다.

김민준은 최지훈 씨의 빵집 바닥을 꼼꼼히 살폈다. 역시나 빵 부스러기는 없었고, 찢어진 비닐 포장지 조각들이 먼지처럼 흩어져 있었다. 포장지에는 '행복 베이커리'라고 적혀 있었다.

"두 번째 사건입니다. 빵은 그대로 두고 포장지만 사라졌다… 이건 단순 장난이라고 보기에는 패턴이 너무 명확합니다." 김민준은 턱을 문질렀다. "혹시 최근에 빵집 운영에 어려움은 없으셨습니까? 매출 감소라든지…"

최지훈 씨는 김민준의 질문에 순간 움찔했지만, 이내 표정을 굳히며 말했다. "그건… 순경님과는 상관없는 일입니다." 그는 더 이상 대화에 응하지 않고, 굳게 입을 다물었다.

김민준은 최지훈 씨의 반응에서 무언가 석연치 않은 점을 느꼈다. 하지만 그의 예리한 관찰력은 다른 곳으로 향했다. 두 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희미한 발자국. 하나는 박서연 씨 빵집에서 발견된, 작고 앙증맞은 운동화 자국이었고, 다른 하나는 최지훈 씨 빵집에서 발견된, 조금 더 큰 남성용 구두 자국이었다.

'운동화… 구두… 범인은 한 명이 아닐 수도 있어.' 김민준은 머릿속으로 여러 가능성을 조합해 보았다.

그때, 단골손님인 이하나 씨가 빵집을 찾았다. 그녀는 김민준을 보자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순경님! 빵집에 무슨 일 있으세요? 요즘 빵집들이 다들 심란해 보이던데." 이하나는 특유의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아, 이하네 씨. 별일 아닙니다. 그냥… 동네 빵집들 사이에 작은 소동이 좀 있어서요." 김민준은 애써 웃으며 말했다.

"작은 소동이라뇨? 저번에 박서연 언니 빵집에서 빵 봉투만 없어졌다는 소문 듣고 어찌나 황당하던지! 이번엔 최지훈 아저씨 빵집에서도 그렇다면서요? 대체 누가 그런 짓을 하는 걸까요? 혹시… 빵값 너무 올라서 불만 있는 사람이 빵은 훔치고 싶고, 봉투는 괜히 남겨둔 건가?" 이하나는 빵집 주인들이 빵값에 대해 이러쿵저러쿵하는 소리를 자주 들었던 터라, 엉뚱한 추측을 내놓았다.

김민준은 이하네 씨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빵값… 불만…' 빵값에 대한 이야기는 이전에도 몇 번 들었던 기억이 있었다. 박서연 씨도 빵을 건네주며 "요즘 밀가루 값이 너무 올라서 빵값이 오를 수밖에 없어요."라고 씁쓸하게 말한 적이 있었고, 최지훈 씨는 아예 "이 가격에 이 정도 퀄리티면 싸게 파는 겁니다."라며 퉁명스럽게 답하기도 했다.

'혹시… 빵값과 관련된 사건일 가능성은 없을까?' 김민준은 이하네 씨의 엉뚱한 추측이 오히려 사건의 실마리가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날 밤, 김민준은 며칠간 수집한 단서들을 책상 위에 펼쳐놓고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찢어진 빵 봉투 조각, 찢어진 비닐 포장지 조각, 희미한 운동화 자국, 그리고 남성용 구두 자국. 그리고 '빵값'이라는 키워드.

'운동화 자국은… 아무래도 이하네 씨일 가능성이 높겠군. 그런데 왜 빵집에… 그리고 최지훈 씨 빵집의 구두 자국은 누구일까?' 김민준은 용의선상에 떠오르는 사람들을 떠올렸다. 최지훈 씨 빵집 주변에서 늘 마실을 나오는 동네 어르신들, 혹은 최근 빵집 옆에 새로 생긴 카페의 사장님… 하지만 모두 사건과 직접적인 연관성을 찾기 어려웠다.

그때, 김민준의 눈이 번쩍 뜨였다. '만약… 범인이 빵집 주인들이라면?'

그는 곧장 박서연 씨와 최지훈 씨의 빵집 운영 상황을 다시 떠올렸다. 박서연 씨는 최근 손님이 줄어 걱정이 많았고, 최지훈 씨는 매출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두 사람 모두 빵값 인상에 대한 고민을 안고 있었을 터.

'하지만… 왜 빵 봉투나 포장지만 훔치는 걸까?' 김민준은 여전히 의문점을 풀지 못했다.

결정적인 단서는 다음 날 아침, 김민준이 박서연 씨 빵집 근처를 지나다가 우연히 발견했다. 쓰레기통 옆에 버려진, 찢어진 빵 봉투 조각들. 그런데 그 조각들 사이에서 무언가 반짝였다. 김민준은 조심스럽게 다가가 그것을 집어 들었다. 아주 작은, 은색의 얇은 조각이었다. 마치… 빵 봉투 안쪽에 붙어 있던 라벨 조각 같았다.

김민준은 그것을 들고 곧장 자신의 사무실로 돌아왔다. 현미경으로 자세히 살펴보니, 그 조각에는 아주 희미하게 '할인 쿠폰'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이번 주 한정, 빵 10% 할인'이라는 문구가 흐릿하게 보였다.

'할인 쿠폰… 빵값 할인… 빵집 주인들이… 빵값 할인을 유도하기 위해… 빵 봉투만 훔쳐 간다?' 김민준은 머릿속으로 퍼즐이 맞춰지는 것을 느꼈다.

박서연 씨 빵집에서 빵 봉투만 사라진 것은, 빵 봉투 안에 숨겨두었던 '10% 할인 쿠폰'을 훔쳐 가기 위한 자작극이었던 것이다. 빵 봉투를 찢어 내부의 쿠폰만 빼내고, 앙상한 봉투만 남겨둔 채.

그렇다면 최지훈 씨 빵집에서 사라진 비닐 포장지는? 김민준은 문득 최지훈 씨가 빵을 포장할 때 사용하는 비닐 포장지 안쪽에, 무언가를 붙이는 것을 본 기억이 떠올랐다. 혹시 그것도 할인 쿠폰이었던 걸까?

김민준은 곧장 최지훈 씨 빵집으로 향했다. 그는 최지훈 씨에게 자신이 발견한 '할인 쿠폰' 조각에 대해 이야기했다.

"최지훈 씨. 혹시 빵 봉투나 포장지 안에… 할인 쿠폰 같은 것을 넣으신 적은 없으십니까?"

최지훈 씨는 김민준의 말에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그는 잠시 망설이다가, 결국 모든 것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그렇습니다. 저희 빵집들이 요즘 다들 장사가 안 되니… 빵값이라도 좀 내려서 손님들을 끌어모으려고… 각자 나름대로… 아이디어를 낸 것이었습니다."

김민준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최지훈 씨를 바라보았다.

"그러니까… 박서연 씨는 빵 봉투 안에 10% 할인 쿠폰을 넣어두고, 그걸 훔쳐 가도록 위장해서… 사람들이 '어? 빵집에서 쿠폰을 훔쳐 갈 정도로 빵값이 저렴한가 봐!'라고 생각하게 만들고 싶었던 거군요. 그리고 최지훈 씨는… 빵 봉투 대신 포장지에… 빵값에 대한 불만을 잠재우려는… 뭐, 그런…?"

"정확합니다. 박서연 씨는 빵 봉투를 찢어서 쿠폰만 빼내고, 그럴싸하게 보이려고 빵 봉투만 남겨둔 겁니다. 저도… 요즘 빵값에 대한 손님들의 불만이 많아지니… 빵은 그대로 두고 포장지만 사라지게 해서… 빵값에 대한 불만을 잠시 잊게 하려고… 포장지를 떼어낸 겁니다. 물론… 빵을 훔쳐 가는 것처럼 보이면 더 주목받을까 싶어서… 빵은 남겨두었고요."

김민준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황당함과 허탈함이 밀려왔다. 동네 빵집 주인들이 빵값 할인을 유도하기 위해 벌인 어처구니없는 자작극이었다니.

"그러니까… 이하네 씨가 빵집에 나타났던 건… 빵집 주인들이 빵값 할인을 위해 손님을 끌어모으려는 계획을 어렴풋이 눈치챘지만, 재미있을 것 같아 말하지 않았던… 그… 이하네 씨의 엉뚱한 추측이 오히려 진실에 가까웠던 거군요." 김민준은 이하네 씨의 기발함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순경님께서 빵 봉투 조각에서 할인 쿠폰 조각을 발견하실 줄은… 저희도 예상 못 했습니다. 게다가… 빵집 주인들이 범인일 거라고는… 전혀 생각 못 하셨겠지요." 최지훈 씨는 씁쓸하게 웃었다.

김민준은 한숨을 쉬었다. 정의감 넘치는 순경으로서 범인을 잡겠다는 의지는 강했지만, 범인이 바로 이웃 빵집 주인들이라는 사실은 그를 허탈하게 만들었다. 그는 빵집 주인들에게 빵값 할인 정책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손님들과 소통하는 방법을 택하라고 조언했다.

며칠 후, 동네 빵집들에는 '모든 빵 10% 할인!'이라는 커다란 현수막이 걸렸다. 사람들은 환호하며 빵집으로 몰려들었고, 빵집 주인들은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았다. 김민준 순경은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며, 오늘도 빵 부스러기 대신 빵 봉투만 유심히 살펴보는 습관을 고치지 못했다. 어쩌면 그의 엉뚱함 속에 숨겨진 날카로운 추리가, 앞으로 또 어떤 황당한 사건들을 해결하게 될지 누가 알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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