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2
이어지는 사건, 꼬리를 무는 의문
첫 번째 사건 이후, 비슷한 수법의 절도가 다른 빵집에서도 발생한다. 빵집 주인들은 영업에 차질을 빚으며 초조해하고, 김민준 순경은 사건의 배후에 무언가 있음을 직감한다. 엉뚱한 단서들이 그의 추리를 더욱 복잡하게 만든다.
달콤한 빵 냄새가 코끝을 간질이는 동네 골목길. 김민준 순경은 며칠 전 있었던 황당한 사건 때문에 빵집을 지나칠 때마다 왠지 모를 묘한 기분에 휩싸였다. 빵집에서 빵을 훔쳐 간 것도 아니고, 빵 봉투만 쏙 빼갔다니. 범인은 대체 무슨 생각이었을까. 단순한 장난으로 치부하기엔, 그 뻔뻔함이 너무나도 인상 깊었다.
“아이고, 순경님. 또 오셨어요?”
첫 번째 사건의 피해자인 ‘행복 베이커리’의 박서연 씨가 김민준을 발견하고는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하지만 그 웃음 속에는 불안감이 엿보였다.
“별일 없으시죠, 사모님?” 김민준이 넉살 좋게 답하며 빵집 안으로 들어섰다. 진열대에는 먹음직스러운 빵들이 가득했지만, 왠지 모르게 텅 빈 느낌마저 들었다.
“별일이 있어야죠. 그런데 순경님, 그 수상한 사람 말이에요. 혹시 잡혔어요?” 박서연 씨의 목소리가 살짝 떨렸다.
“아직요. 그… 빵 봉투만 훔쳐 갔다는 그 사람 말이죠?” 김민준은 빵 봉투 조각들을 만지작거리던 기억을 떠올렸다. 분명 빵 봉투만 노렸다. 빵이 아니라.
“네, 네. 그 사람 때문에 영 신경 쓰여서요. 혹시 또 올까 봐 밤에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있어요.”
그때, 빵집 문에 달린 종이 딸랑 하고 울렸다. 김민준은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앳된 얼굴의 단골손님 이하나 양이었다.
“순경님! 안녕하세요!”
“오, 하나 양. 빵 사러 왔어?”
“네! 오늘 아빠가 용돈 주셔서 맛있는 빵 잔뜩 살 거예요.” 이하나 양은 신나서 진열대를 둘러보았다.
박서연 씨는 이하나 양에게 빵을 담아주면서도 여전히 김민준에게 말을 걸었다. “순경님, 그런데 그날 CCTV를 다시 봐도 영 이상해요. 분명히 빵 봉투만 쏙 가져갔는데, 그게 뭐 대단한 거라고.”
“그러게요. 저도 그게 제일 이상해요. 빵은 안 가져가고 봉투만… 혹시 봉투에 뭐 특별한 거라도 있었나요?” 김민준은 빵 봉투의 재질이나 디자인을 떠올렸다. 평범한 빵 봉투였는데.
“아니요, 그냥 저희 가게 로고 찍힌 평범한 봉투였는데요. 요즘 빵값이 너무 올라서 그런가, 사람들이 빵을 좀 부담스러워하는 것 같긴 해요.” 박서연 씨가 씁쓸하게 웃으며 덧붙였다.
김민준은 그 말을 놓치지 않았다. ‘빵값 때문에 부담스러워한다.’ 뭔가 엮이는 걸까?
“빵값이라… 사모님, 혹시 최근에 빵값 올리셨어요?”
“아유, 순경님. 올리고 싶어서 올렸겠어요? 밀가루 값이랑 이것저것 다 올라서 안 올릴 수가 없었어요. 그런데 손님들이 좀 줄어든 것 같기도 하고.” 박서연 씨의 얼굴에 근심이 드리웠다.
이하나 양이 빵 봉투에 담긴 빵을 받으며 말했다. “사장님, 이 빵 진짜 맛있어 보여요! 그런데 순경님, 요즘 빵값이 진짜 너무 비싸진 것 같아요. 이렇게 맛있는 빵, 저렴하게 많이 먹을 수 있으면 좋겠는데.”
김민준은 이하나 양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요즘 빵값이 너무 비싸다.’ ‘손님들이 줄어든 것 같다.’ ‘빵 봉투만 훔쳐 갔다.’ 이 모든 조각들이 왠지 모르게 꿰 맞춰지는 듯했다.
그때, 김민준의 휴대폰이 울렸다. 발신자는 ‘최고 베이커리’의 최지훈 씨였다.
“네, 최 사장님. 무슨 일이십니까?”
“순경님, 바로 오셔야겠습니다. 또… 또 똑같은 일이 벌어졌습니다.” 최지훈 씨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훨씬 낮고 무거웠다.
“네? 또요? 어디입니까?”
“저희 가게입니다. 빵 봉투가… 또 사라졌습니다.”
김민준은 박서연 씨와 이하나 양을 뒤로하고 부리나케 최지훈 씨의 빵집으로 향했다. ‘최고 베이커리’는 ‘행복 베이커리’와는 조금 떨어진 곳에 있었다. 겉보기에는 평범한 빵집이었지만, 안으로 들어서자 묘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최지훈 씨는 굳은 표정으로 김민준을 맞이했다.
“무슨 일인지 자세히 말씀해 주십시오.” 김민준은 진열대와 계산대를 꼼꼼히 살폈다. 역시나, 빵은 그대로 있었고 빵 봉투 몇 개가 없어진 흔적만 남아 있었다.
“어제 밤에 마감하고 집에 갔다가 아침에 와보니 이렇습니다. 분명히 빵 봉투만 사라졌어요. CCTV를 확인해 봤는데, 역시나… 얼굴도 제대로 안 나오고, 빵 봉투만 쏙 가져가더군요.” 최지훈 씨는 턱을 굳게 다물었다.
“어제 밤에요? 그럼 박서연 사모님 사건 이후로 두 번째입니다.” 김민준은 빵 봉투들이 놓여 있던 자리를 유심히 살폈다. 빵 부스러기 하나 없이 깨끗했다.
“두 번째라니요. 그럼 이게 처음이 아니란 말씀입니까?” 최지훈 씨의 눈이 커졌다.
“네. 며칠 전 ‘행복 베이커리’에서도 같은 일이 있었습니다. 빵 봉투만 도둑맞았다고 하시더군요.”
최지훈 씨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입을 열었다. “혹시… 빵값 때문일까요?”
“빵값이라뇨?”
“요즘 빵값이 너무 비싸다고들 하잖아요. 저희 가게도 마찬가지고요. 손님들이 예전 같지 않아요. 그래서… 혹시 빵값에 불만이 있는 손님이 앙심을 품고 이런 짓을 하는 건 아닐까 싶어서요.” 최지훈 씨는 씁쓸하게 웃었다.
그의 말은 박서연 씨의 말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었다. 김민준은 빵집 주인들이 빵값 때문에 겪는 어려움이 단순한 불안감을 넘어선다는 것을 느꼈다.
“혹시 며칠 전부터 빵값에 대한 손님들의 불만이 유독 많았습니까?”
“글쎄요… 워낙 제가 손님들과 말을 많이 하는 편이 아니라서요. 하지만… 최근 들어 ‘요즘 빵값이 너무 비싸다’는 말은 몇 번 들었던 것 같습니다.” 최지훈 씨는 시선을 피하며 덧붙였다.
김민준은 최지훈 씨의 태도가 어딘가 석연치 않다고 느꼈다. 과묵하고 진지한 성격이라지만, 뭔가 감추는 듯한 느낌이었다. ‘손님들과 말을 많이 하지 않는다’는 그의 말도 곧이곧대로 믿기 어려웠다.
그날 오후, 김민준은 동네를 돌아다니며 빵집 주인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행복 베이커리’와 ‘최고 베이커리’ 외에도 비슷한 피해를 본 빵집이 더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모두 빵 봉투만 사라졌다는 점, 그리고 빵값에 대한 손님들의 불만이 조금씩 늘고 있다는 점이 공통점이었다.
“순경님, 정말 큰일이에요. 우리 동네 빵집들이 다 망하게 생겼어요.” 한 빵집 주인 아주머니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아이고, 순경님. 그놈의 빵 봉투 도둑 때문에 밤마다 잠을 못 자겠어요. 혹시라도 또 빵 봉투가 없어지면 어떻게 하냐고요.” 또 다른 빵집 주인 할머니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김민준은 빵집 주인들의 불안감이 점점 커지고 있음을 느꼈다. 단순한 장난으로 보기에는 사건의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었다. 그렇다면 범인은 누구이며, 왜 빵 봉투만 노리는 것일까?
그때, 그의 머릿속에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빵 봉투. 빵 봉투는 빵을 담는 용도다. 빵을 훔치지 않고 빵 봉투만 가져갔다는 것은, 빵 자체에는 관심이 없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빵 봉투 자체에 무언가 있는 것은 아닐까?
김민준은 집에 돌아와 며칠 전 박서연 씨에게서 건네받은 빵 봉투 조각들을 다시 꺼내 살펴보았다. 평범한 종이 봉투였다. 로고도 특별할 것 없었다. 그는 봉투를 뒤집어보고, 꼼꼼하게 문질러 보았다.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젠장, 이게 대체 뭘까.” 김민준은 답답함에 머리를 긁적였다. 빵 봉투 조각들 사이에서 그는 문득, 아주 미세한 글씨를 발견했다. 어디선가 본 듯한 로고와 함께, 희미하게 적힌 글자들이었다.
‘쿠폰?’
그는 확대해서 자세히 보았다. ‘이 봉투를 가지고 오시면 빵 값을 10% 할인해 드립니다.’
김민준은 눈을 크게 떴다. ‘쿠폰! 빵 봉투가 아니라, 빵값 할인 쿠폰이었던 거야!’
그렇다면 사건의 전말이 어느 정도 그려졌다. 범인은 빵값이 비싸다고 생각하는 손님들에게 빵값 할인 쿠폰을 나눠주기 위해, 빵집에서 빵 봉투를 훔쳐 간 것이리라. 하지만 왜 빵집 주인들이 빵 봉투를 훔쳐 갔다고 신고했을까?
그때, 그의 머릿속에 다른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빵값 인상으로 손님이 줄어 고민하던 빵집 주인들이, 손님들을 끌어모으기 위해 빵값 할인 이벤트를 기획한 것이 아닐까? 그리고 그 이벤트를 위해, 빵 봉투를 쿠폰으로 활용하려고 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 사실을 숨기기 위해, 마치 도둑맞은 것처럼 꾸민 것이 아닐까?
김민준은 박서연 씨와 최지훈 씨의 말을 다시 떠올렸다.
박서연 씨: “요즘 빵값이 너무 올라서 그런가, 사람들이 빵을 좀 부담스러워하는 것 같긴 해요.”
최지훈 씨: “요즘 빵값이 너무 비싸다고들 하잖아요. 저희 가게도 마찬가지고요. 손님들이 예전 같지 않아요.”
두 사람 모두 빵값 때문에 손님이 줄어든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리고 빵 봉투가 사라진 날에 대한 설명은 어딘가 얼버무리는 듯했다.
‘설마… 빵집 주인들이 짜고 친 고스톱?’
김민준은 허탈한 웃음을 터뜨렸다. 빵값 할인 쿠폰을 나눠주기 위해 빵 봉투를 훔쳐 간 것이라면, 빵집 주인들이 그걸 신고할 리가 없다. 오히려 빵 봉투가 사라진 날, 빵집 주인들이 직접 빵 봉투를 가져갔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이 모든 사건은 빵집 주인들의 자작극이었다는 말이 된다. 손님들의 빵값 할인을 유도하기 위한, 빵값 할인 쿠폰이 들어있는 빵 봉투를 훔쳐 간 것이 아니라, 빵집 주인들이 직접 빵 봉투를 가져가서 쿠폰을 넣어 손님들에게 나눠주려고 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 사실을 숨기기 위해, 마치 도둑맞은 것처럼 꾸며 김민준 순경에게 신고했던 것이다.
김민준은 빵집 주인들이 빵값 할인을 위해 손님을 끌어모으려는 계획을 어렴풋이 눈치챘지만, 재미있을 것 같아 말하지 않았다는 이하나 양의 말을 떠올렸다. 이하나 양은 이미 진실을 알고 있었던 걸까? 아니면 단순히 빵집 주인들의 속셈을 짐작했던 것일까?
김민준은 빵집 주인들의 속셈을 꿰뚫어 보았다는 생각에 묘한 허탈감을 느꼈다. 물론, 빵집 주인들이 빵값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은 이해가 되었지만, 이렇게 황당한 방법으로 사건을 꾸몄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다음 날, 김민준은 ‘행복 베이커리’와 ‘최고 베이커리’를 다시 방문했다. 빵집 안에는 여전히 맛있는 빵 냄새가 가득했지만, 김민준의 마음은 씁쓸했다.
“사모님, 최 사장님. 제가 빵 봉투 도난 사건에 대해 좀 알아냈습니다.” 김민준이 조심스럽게 운을 뗐다.
박서연 씨와 최지훈 씨는 긴장한 표정으로 김민준을 바라보았다.
“빵 봉투에서 빵값 할인 쿠폰이 나왔습니다. 혹시… 빵값 때문에 어려움을 겪으시는 빵집 주인들이 손님들을 끌어모으기 위해 이런 이벤트를 기획하신 것은 아닙니까?”
잠시 침묵이 흘렀다. 박서연 씨와 최지훈 씨는 서로를 쳐다보더니, 이내 고개를 떨구었다.
“그… 순경님. 저희가… 좀 생각을 잘못했습니다.” 박서연 씨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요즘 경기가 안 좋아서 빵값도 올리고, 손님도 줄고… 너무 힘들어서… 어떻게든 손님들을 다시 오게 하고 싶어서… 빵 봉투에 쿠폰을 넣어 나눠주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게 마치 도둑맞은 것처럼 보여야 더 흥미진진할 것 같아서… 저희가 직접 빵 봉투를 가져간 것처럼 꾸몄습니다.” 최지훈 씨가 씁쓸하게 말을 이었다.
김민준은 그들의 말을 들으며 어이없다는 듯 웃음을 터뜨렸다. “세상에… 빵 봉투 도둑인 줄 알았더니, 빵값 할인 쿠폰 홍보대사였네요.”
그의 웃음소리에 박서연 씨와 최지훈 씨는 민망한 듯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다시는 이런 식으로 하지 않겠습니다. 죄송합니다.” 그들은 진심으로 사과했다.
김민준은 그들의 사과를 받아주며 말했다. “앞으로는 정직하게, 맛있는 빵으로 손님들의 마음을 사로잡으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다음부터 빵값 인상이 필요하시면, 미리 동네 주민들에게 잘 설명하시고요.”
사건은 그렇게 허탈하게 마무리되었다. 빵 봉투 도둑은 없었다. 다만, 빵값 때문에 어려움을 겪던 빵집 주인들의 엉뚱한 자작극이 있었을 뿐이다. 김민준 순경은 이 황당한 사건을 떠올리며, 동네 빵집들의 앞날에 맛있는 빵 냄새가 가득하길 조용히 빌었다. 그리고 빵집을 지나칠 때마다 빵 봉투에서 쿠폰이 나오지는 않는지, 왠지 모르게 한번 더 살펴보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