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

황당한 도둑, 빵 봉투만 훔쳐 가다

동네 빵집에서 벌어진 기묘한 사건. 빵은 그대로 두고 빵 봉투만 사라졌다. 순경 김민준은 처음엔 단순 장난으로 치부하지만, 곧이어 비슷한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며 마을은 술렁인다. 빵집 주인들의 불안감이 커져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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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빵집 ‘달콤한 하루’의 문이 열리는 소리는 언제나 경쾌했다. 갓 구운 빵 냄새가 코를 간질이고, 따뜻한 햇살이 빵 진열대를 비추는 그 풍경은 그 자체로 평화 그 자체였다. 하지만 그날 아침, ‘달콤한 하루’의 주인 박서연 씨는 평소와 다른, 아니, 지극히 황당한 풍경에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경찰서로 달려왔다.

“순경님! 순경님! 큰일 났어요!”

순경 김민준은 며칠째 빵집 앞에서 서성이는 고양이에게 간식을 주려다 말고 벌떡 일어났다. 그의 엉뚱하지만 정의감 넘치는 눈빛이 박서연 씨의 떨리는 목소리에 고정되었다.

“무슨 일이십니까, 사장님? 또 고양이가 빵을 훔쳐 갔습니까?” “아니요, 그게 아니라… 빵이… 빵은 그대로 있는데… 빵 봉투만 없어졌어요!”

김민준은 귀를 의심했다. 빵 봉투만? 빵은 놔두고? 그는 박서연 씨를 진정시키며 현장으로 향했다. ‘달콤한 하루’ 안에는 빵 냄새가 여전히 가득했지만, 진열대에 놓인 빵들은 아무런 흔적도 없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문제는, 그 빵들이 포장되어 있어야 할 빵 봉투가 감쪽같이 사라졌다는 점이었다. 마치 투명인간이 와서 빵은 먹지 않고 포장지만 쏙 빼간 격이었다.

“여기… 여기 있던 크루아상 봉투랑, 저기 저 바게트 봉투… 그리고 저기 앙버터 봉투도 다 사라졌어요. 어제 저녁에 마감하면서 분명히 다 싸놨는데…”

박서연 씨는 울먹이며 진열대를 가리켰다. 김민준은 빵 부스러기 대신, 텅 빈 진열대 위에 남겨진 아주 미세한 비닐 조각들을 유심히 살폈다. 그의 날카로운 눈이 무언가를 포착한 듯 반짝였다.

“단순 장난으로 보기에는… 좀 이상하군요.” “장난이요? 제 빵 봉투가 사라진 게 장난이라고요? 순경님, 이거 정말 큰일이라니까요!”

박서연 씨의 목소리는 점점 높아졌다. 김민준은 그녀의 불안감을 이해했다. 빵집 주인에게 빵 봉투는 단순한 포장지가 아니었다. 자신의 가게 이름과 로고가 새겨진, 가게의 얼굴이나 다름없는 것이었다.

“알겠습니다, 사장님. 일단 제가 꼼꼼히 조사해보겠습니다. 혹시 어젯밤에 수상한 사람은 없었습니까?” “글쎄요… 마감 시간이 늦어서 손님도 거의 없었고… 아, 맞다! 저녁 늦게 한 청년이 들어와서 빵을 고르는 척하다가 그냥 나가더라고요. 그런데… 빵은 안 사고 빵 봉투만 몇 개 챙겨 가는 것 같기도 하고… 아, 아니야. 그럴 리가 없지.”

박서연 씨는 혼란스러운 듯 머리를 쥐어뜯었다. 김민준은 그녀의 말을 곰곰이 새겨들었다. 빵 봉투만 챙겨 가는 청년이라니. 정말 황당한 이야기였다.

그날 오후, 김민준은 ‘달콤한 하루’ 근처를 어슬렁거리며 탐문 수사를 하고 있었다. 단골 손님인 이하나 씨가 빵집에서 나오다가 그와 마주쳤다.

“어머, 순경님! 여기서 뭐 하세요? 혹시 또 고양이 잡으러 오셨어요?” “아닙니다, 하나 씨. 여기 빵집에 좀… 특이한 사건이 있어서요.” “특이한 사건이요? 설마 빵 도둑이라도 든 거예요?” “빵은 안 훔쳐 갔는데, 빵 봉투만 사라졌답니다.” “네? 빵 봉투만요? 빵은 그대로 놔두고요?”

이하나 씨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녀는 호기심이 많은 터라 금세 김민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네, 그렇답니다. 그래서 제가 좀 조사를 해보려고요. 혹시 어제 저녁에 빵집 근처에서 수상한 사람 못 보셨습니까?” “음… 어제 저녁이요? 딱히 기억나는 사람은 없는데요. 그런데 순경님, 요즘 빵값이 좀 비싸진 것 같지 않아요? 여기 빵은 맛있긴 한데, 그래도 좀… 부담될 때가 있거든요.”

이하나 씨는 빵집 주인 박서연 씨는 물론, 근처 다른 빵집 주인들과도 친분이 있었다. 그녀의 말은 단순히 빵값에 대한 불평일 수도 있었지만, 김민준의 머릿속에는 다른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며칠 뒤, 또 다른 빵집 ‘최가네 빵집’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발생했다. 주인 최지훈 씨는 과묵하고 진지한 사람이었지만, 얼굴에는 당혹감이 역력했다. 그 역시 빵은 그대로 두고 빵 봉투만 사라졌다고 신고했다.

“순경님, 제발 이 사건 좀 빨리 해결해주십시오. 이런 일이 또 생기니 손님들이 불안해합니다. 혹시라도 빵에 무슨 문제라도 있는 줄 알고요.” 최지훈 씨는 무뚝뚝한 표정 속에 불안감을 숨기고 있었다. 김민준은 사건 현장에서 빵 부스러기 대신, 역시나 빵 봉투 조각들을 발견했다. 그의 직감은 이 사건이 단순한 장난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었다.

“두 빵집 모두 빵은 그대로 두고 빵 봉투만 사라졌다는 점, 그리고 어젯밤 늦게 빵집 주변을 서성이던 수상한 인물에 대한 증언이 있다는 점이 공통점이군요.” 김민준은 두 사건을 나란히 놓고 분석하기 시작했다. 빵 봉투만 훔쳐 가는 범인이라니. 도대체 무엇을 하려는 걸까? 빵집 주인들의 불안감이 점점 커져만 갔다. 마을 전체가 술렁이기 시작했다.

김민준은 엉뚱하지만 날카로운 추리를 펼쳤다. 그는 빵집 주인들이 최근 매출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빵값에 대한 손님들의 불만을 이하나 씨를 통해 들었다. 혹시, 이 사건과 빵값 인상이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닐까?

그는 빵 봉투의 재질, 사라진 봉투의 종류, 그리고 사건이 발생한 시간 등을 면밀히 분석했다. 그러던 중, 그는 뜻밖의 단서를 발견했다. 사라진 빵 봉투들이 모두 특정 날짜에 인쇄된 것이라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그 날짜는 두 빵집 모두 동일했다.

“특정 날짜에 인쇄된 빵 봉투라… 그렇다면 범인은 이 빵 봉투들을 미리 준비해 두었던 것이거나, 아니면 이 빵 봉투들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노리고 있었던 것이겠군요.”

김민준은 용의선상에 오른 인물들을 떠올렸다. 늦은 밤 빵집 주변을 서성이던 청년, 빵값에 불만을 표하던 단골 손님, 그리고 최근 매출 감소로 어려움을 겪는 빵집 주인들까지. 하지만 그 누구도 빵 봉투만 훔쳐 간다는 황당한 범행을 저지를 만한 동기가 명확하지 않았다.

그가 사건의 실마리를 잡기 위해 최지훈 씨를 다시 찾아갔을 때였다. 최지훈 씨는 김민준의 질문에 명확하게 답하지 않고 얼버무리는 모습을 보였다.

“사장님, 혹시 최근에 빵 봉투를 대량으로 구매하신 적이 있으십니까?” “아… 그건… 뭐… 필요해서 좀… 샀죠.” “어떤 빵 봉투를, 어디서 구매하셨습니까?” “그게… 정확히 기억은 안 납니다만…”

최지훈 씨는 땀을 뻘뻘 흘리며 말을 돌렸다. 김민준의 촉이 발동했다. 그는 최지훈 씨가 무언가를 숨기고 있다는 것을 직감했다.

며칠 밤낮을 고민하던 김민준은 결정적인 단서를 발견했다. 사라진 빵 봉투들이 모두 동일한 인쇄소에서 제작되었다는 사실을 알아낸 것이다. 그리고 그 인쇄소의 고객 명단에서, 그는 전혀 예상치 못한 이름을 발견했다. 바로 첫 번째 피해자인 박서연 씨의 이름이었다.

‘박서연 씨? 하지만 박서연 씨는 피해자인데… 그럼 혹시…?’

김민준은 큰 충격에 빠졌다. 그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 모든 퍼즐 조각들이 맞춰지기 시작했다. 빵값에 대한 불평, 매출 감소로 인한 어려움, 그리고 빵 봉투만 사라진 황당한 사건.

그는 박서연 씨와 최지훈 씨를 동시에 불러냈다. 팽팽한 긴장감이 감도는 가운데, 김민준은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

“사장님들. 제가 조사한 바로는, 사라진 빵 봉투들은 모두 동일한 날짜에 인쇄된 것입니다. 그리고 그 봉투들은… 두 분께서 같은 인쇄소에서 구매하신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박서연 씨와 최지훈 씨는 서로를 힐끗 쳐다보며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그리고… 제가 듣기로는, 최근 빵값에 대한 손님들의 불만이 많았다고 합니다. 또한, 두 분 모두 빵집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계셨고요.”

김민준은 천천히, 하지만 단호하게 말을 이어갔다.

“그래서 저는… 이 사건이 단순한 절도가 아니라, 손님들의 빵값 할인을 유도하기 위한… 자작극이 아닌가 하는 합리적인 의심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 순간, 박서연 씨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최지훈 씨는 고개를 푹 숙였다.

“사실… 빵값 인상 대신, 빵값 할인 이벤트를 해서 손님을 끌어모으려고 했어요. 그런데… 그렇게 하면 저희만 손해잖아요. 그래서… 다른 빵집 주인들과 상의해서… 빵 봉투를 훔쳐 가는 척해서, 마치 빵집에 무슨 문제가 생긴 것처럼 보이게 하려고 했어요. 그러면 사람들이 불안해서 빵을 더 사 먹거나, 아니면 빵값 할인을 요구할 거라고 생각했죠.”

박서연 씨가 자백했다. 최지훈 씨도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에는… 빵 봉투만 훔쳐 가려고 했는데… 일이 이렇게 커질 줄 몰랐습니다.”

김민준은 허탈한 표정으로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정의감 넘치는 그는 범인을 잡아야 한다는 사명감에 불탔지만, 마주한 진실은 너무나 황당하고 허탈했다. 빵 봉투 도둑이 알고 보니 빵집 주인들의 자작극이었다니.

“그러니까… 빵값 할인 이벤트를 하려고… 빵 봉투를 훔친 척 한 거군요?” “네… 죄송합니다, 순경님. 저희가… 너무 생각이 짧았습니다.”

김민준은 한숨을 쉬었다. 그는 빵 부스러기 대신 빵 봉투 조각들을 유심히 살피던 자신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 모든 것이, 결국은 빵값 할인 이벤트를 위한 치밀한 계획의 일부였던 것이다.

“알겠습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는… 오히려 손님들의 신뢰를 잃게 될 겁니다. 다음부터는… 좀 더 정직한 방법으로 손님들의 마음을 얻으시길 바랍니다.”

김민준은 사건을 마무리 지었다. 황당함과 허탈함이 뒤섞인 채, 그는 빵집 문을 나섰다. 동네 빵집에서 벌어진 ‘빵 봉투 절도 사건’은 그렇게, 빵집 주인들의 빵값 할인 이벤트를 위한 자작극으로 막을 내렸다. 그는 길가에 앉아있는 고양이에게 다시 한번 간식을 건넸다. 적어도 이 고양이는, 빵 봉투 따위에는 관심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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