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8

퇴마사의 연민

어머니의 희생을 목격한 연화는 깊은 슬픔에 잠긴다. 백익은 그런 연화의 모습에서 인간적인 고통을 느끼고, 그녀를 완전히 적으로만 볼 수 없게 된다. 그는 연화에게 연민의 감정을 느끼며 그녀의 승천을 돕기로 결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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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희생은 연화에게 씻을 수 없는 깊은 슬픔을 안겨주었다. 붉은 동백꽃잎처럼 흩뿌려진 어머니의 피는 차가운 밤공기 속에서 한 점, 한 점 연화의 영혼에 스며들었다. 이제 더 이상 인간의 간을 탐하던 냉혹한 구미호는 없었다. 오직 텅 빈 가슴을 부여안고, 세상의 모든 빛을 잃은 듯한 슬픔에 잠긴 연화만이 존재했다. 맹렬히 쏟아지는 밤비는 그녀의 얼굴을 타고 흘러내리는 눈물을 씻어내지 못했다. 오히려 슬픔은 더욱 깊고 뜨겁게 타올라, 그녀의 가슴을 찢어발길 듯 아려왔다.

그때, 빗소리를 뚫고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제 끝이다.” 백익이었다. 그는 빗물에 젖은 채, 연화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의 눈빛에는 더 이상 이전의 차가운 분노도, 혐오도 담겨 있지 않았다. 대신, 깊은 연민과 안타까움이 서려 있었다. 연화는 멍하니 백익을 바라보았다. 어머니의 마지막 모습, 그리고 백익의 변해버린 눈빛. 모든 것이 혼란스러웠다.

“어머니께서… 나를 위해…” 연화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그녀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흐느끼기 시작했다. 억눌렀던 슬픔이 한꺼번에 터져 나왔다. 짐승처럼 울부짖는 그녀의 모습은, 그 어떤 인간의 슬픔보다도 처절하고 가슴 아팠다. 백익은 그런 연화의 곁으로 다가섰다. 그의 손이 천천히 연화의 어깨를 감쌌다. 차갑고 거친 그의 손길이었지만, 그 안에는 예상치 못한 따뜻함이 담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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