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
기묘한 방문객
평화롭던 마을에 엉뚱한 바이킹들이 나타나 여자아이들만 쏙쏙 납치해 간다. 마을은 발칵 뒤집히고, 형사 칼은 어리둥절한 채 사건을 맡게 된다. 첫 번째 단서는 영 엉뚱하기만 하다.
밤은 깊었고, 뇌우가 몰려올 것처럼 하늘은 짙은 먹구름으로 뒤덮여 있었다. 낡은 등불의 희미한 불빛만이 눅눅한 골목길을 간신히 비추고 있었다. 평화롭기 그지없는 이 마을, 핀도르프의 밤은 언제나 고요했다. 닭이 울기 전까지는. 그러나 오늘 밤, 그 고요는 깨졌다. 아니, 박살 났다고 하는 편이 더 적절할 것이다.
"아아아악! 내 딸! 내 소중한 릴리!"
마을 광장에서 터져 나온 비명은 천둥소리만큼이나 요란했다. 곧이어 여러 집에서 절규가 터져 나왔고, 핀도르프의 밤은 순식간에 아비규환으로 변했다. 칼 형사는 삐걱거리는 낡은 의자에 앉아 덜 식은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그의 사무실은 언제나처럼 서류 더미에 파묻혀 있었고, 창밖의 어둠은 그의 마음처럼 짙었다. 그때, 문이 거칠게 열리며 헐떡이는 마을 경비병, 헨리가 나타났다.
"형사님! 큰일 났어요! 아이들이… 아이들이 납치됐어요!"
칼은 커피잔을 내려놓았다. 그의 헝클어진 머리카락은 마치 까치집 같았고, 눈 밑의 다크서클은 짙은 그림자처럼 드리워져 있었다. 그는 멍하니 헨리를 바라보았다.
"납치라니? 헨리, 또 술을 너무 많이 마신 거 아니야?"
"아닙니다! 이번엔 진짜라구요! 제 딸 릴리를 포함해서… 여자아이들만 사라졌어요! 집집마다 문을 부수고 들어와서…"
헨리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광장 쪽에서 더욱 격렬한 비명과 고함 소리가 들려왔다. 칼은 더 이상 커피를 마실 수 없었다. 그는 낡은 트렌치코트를 걸치고 삐걱거리는 의자에서 일어섰다.
"마을 광장으로 가보자고."
마을 광장은 이미 아수라장이었다. 울부짖는 부모들과 혼란에 빠진 사람들이 뒤엉켜 있었다. 칼 형사는 짙은 어둠 속에서 희미하게 보이는 광경에 눈을 비볐다. 땟국물 흐르는 낡은 썰매 몇 대가 광장에 덩그러니 놓여 있었고, 그 위에는 깃발처럼 보이는 낡은 천 조각이 펄럭이고 있었다. 깃발에는 뿔 달린 투구를 쓴 괴상한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이게 대체… 바이킹인가?"
누군가 웅성거렸다. 칼 형사도 바이킹이라는 단어를 들어본 적은 있었다. 먼 옛날, 약탈과 파괴를 일삼던 무시무시한 전사들. 하지만 핀도르프 같은 작은 마을에 바이킹이 나타난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
"형사님, 썰매 위에… 이게 있어요."
헨리가 떨리는 손으로 썰매 위에 놓인 작은 물건을 집어 들었다. 그것은 낡은 금속 조각이었는데, 표면에는 기묘한 문양과 함께 뿔 달린 투구 그림이 새겨져 있었다. 마치 깃발의 그림과 똑같은 문양이었다. 칼은 그것을 받아 자신의 코트 주머니에 조심스럽게 넣었다.
"여자아이들만 사라졌다고 했지?"
"네, 형사님. 아홉 명입니다. 릴리, 엘라, 마르타… 전부 열 살 전후의 아이들이에요."
칼은 눈을 가늘게 떴다. 아이들만, 그것도 여자아이들만. 무언가 이상했다. 단순한 납치가 아니었다. 그는 썰매 주변을 둘러보았다. 흙바닥에는 썰매 자국 외에는 별다른 흔적이 없었다. 마치 눈 깜짝할 사이에 벌어진 일 같았다.
"저들이 어디로 갔는지 짐작 가는 사람 있어?"
마을 사람들은 모두 고개를 저었다. 공포에 질린 눈빛으로 서로를 쳐다볼 뿐이었다. 칼은 깊은 한숨을 쉬었다. 그의 머릿속은 온갖 물음표로 가득 찼다. 바이킹들이 왜? 무엇 때문에? 그리고 어디로?
그날 밤, 핀도르프는 잠들지 못했다. 아이들을 잃은 부모들의 슬픔과 공포, 그리고 낯선 존재에 대한 두려움이 마을을 뒤덮었다. 칼 형사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는 낡은 사무실로 돌아와 썰매 위에서 발견한 금속 조각을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희미한 등불 아래, 기묘한 문양이 더욱 선명하게 빛나는 듯했다.
'이게 대체 뭘 의미하는 거지?'
그는 헝클어진 머리를 긁적이며 낡은 책상 위에 놓인 사건 기록들을 뒤적였다. 그의 과거에는 해결하지 못했던, 어쩌면 평생 짊어지고 가야 할 트라우마가 있었다. 비슷한 사건이었다. 어린 소녀가 실종되었고, 그는 끝내 소녀를 찾지 못했다. 그 죄책감이 그의 발목을 잡고 있었다. 이번에는 달라야 했다. 반드시.
며칠이 지났지만, 바이킹들의 행방은 묘연했다. 마을은 슬픔과 불안으로 가득 찼고, 사람들은 밤마다 창문을 걸어 잠갔다. 칼 형사는 며칠 밤을 꼬박 새우며 단서를 찾으려 애썼지만, 얻은 것이라고는 텅 빈 허탈감뿐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 마을 사람들은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목격했다. 마을 외곽의 숲길에 낯익은 썰매 몇 대가 버려져 있었고, 그 옆에는 털옷을 입은 바이킹들이 곤히 잠들어 있었다. 그들의 품에는… 납치되었던 여자아이들이 안겨 있었다. 아이들은 모두 무사했다. 아니, 무사해 보였다.
마을 사람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아이들을 맞이했다. 그러나 칼 형사의 눈에는 무언가 이상한 점이 보였다. 아이들은 모두… 배가 볼록하게 불러 있었다. 마치 임신한 것처럼.
"이럴 수가…!"
칼은 충격으로 말을 잇지 못했다. 아이들은 겨우 열 살 남짓이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하단 말인가? 바이킹들은 잠들어 있었지만, 그들의 얼굴에는 만족스러운 미소가 걸려 있었다. 마치 위대한 업적을 달성한 영웅처럼.
아이들을 돌려받은 마을은 축제 분위기였다. 하지만 칼 형사의 마음은 더욱 무거워졌다. 그는 납치된 아이 중 한 명인 프리다를 찾아갔다. 프리다는 겁에 질린 눈으로 칼을 바라보았다.
"프리다, 무슨 일인지 말해줄 수 있겠니?"
프리다는 고개를 저었다. 그녀는 두려움에 떨며 무언가를 숨기는 듯했다. 칼은 그녀의 손을 잡았다.
"괜찮다. 나는 네 편이야.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해주렴."
프리다는 한참을 망설이다 입을 열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바이킹… 그들은… 무서웠어요. 하지만… 그들은 우리를 해치지 않았어요. 오히려… 이상한 춤을 추고… 노래를 불렀어요. 그리고… 그리고… 미래에 대해 이야기했어요."
"미래?"
"네. 그들은… 역사를 바꿀 거라고 했어요. 자신들이… 새로운 역사를 쓴다고…"
프리다는 말을 잇지 못하고 눈물을 글썽였다. 칼은 그녀의 말을 곱씹었다. 역사를 바꾼다고? 새로운 역사를 쓴다고? 이게 대체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인가.
그때, 잠들어 있던 바이킹 중 한 명이 눈을 떴다. 그의 눈빛은 형형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는 천천히 몸을 일으켜 칼 형사를 바라보았다. 그의 얼굴에는 묘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너희의 역사는 곧 바뀔 것이다."
그는 동료들을 깨웠고, 바이킹들은 썰매에 올라타 순식간에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그들의 썰매가 지나간 자리에는 짙은 안개만이 남아 있었다.
칼 형사는 멍하니 그 광경을 바라보았다. 그의 머릿속은 더욱 복잡해졌다. 아이들이 임신한 채 돌아왔고, 바이킹들은 역사를 바꾼다고 주장했다. 이것은 단순한 납치 사건이 아니었다. 무언가 거대한 음모가 숨겨져 있었다.
그날 밤, 칼은 마을의 현자인 엘사를 찾아갔다. 엘사는 언제나처럼 신비로운 분위기를 풍기며 낡은 오두막에 살고 있었다. 그녀는 칼의 이야기를 듣고는 깊은 생각에 잠겼다.
"바이킹… 그들이 돌아왔군요."
"엘사님, 이게 대체 무슨 일입니까? 아이들이… 그리고 그들이 말한 '역사를 바꾼다'는 게 무슨 뜻인지…"
엘사는 희미하게 웃었다. 그녀의 눈빛은 먼 곳을 향하고 있었다.
"그들의 목적은 단순히 아이들이 아니에요, 칼. 그것은… 훨씬 더 거대하고 위험한 계획의 일부입니다."
"계획이라니요?"
"고대의 예언이 있어요. 미래에서 온 자들이 과거로 돌아와 역사의 흐름을 바꾸려 한다는… 그들은 자신들의 유전자를 이용해… 미래를 재창조하려 합니다."
칼은 엘사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유전자? 미래? 마치 동화 속 이야기 같았다. 하지만 아이들의 모습과 바이킹들의 오만함, 그리고 엘사의 진지한 표정을 보며 그는 직감했다. 이것은 현실이었다.
"그들은… 아이들을 이용해… 자신들의 후손을 만들고… 그 후손들이 미래를 바꾸도록 하려는 겁니다. 그것이 그들이 말하는 '새로운 역사'겠지요."
칼의 머릿속이 하얘졌다. 바이킹들이 미래에서 왔고, 유전자를 이용해 역사를 바꾸려 한다고? 믿을 수 없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핀도르프에서 벌어진 기묘한 사건들을 떠올려 보면, 불가능한 일만은 아니었다.
"그들을 막아야 합니다. 엘사님. 어떻게 해야 하죠?"
엘사는 칼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빛에는 결연함이 서려 있었다.
"당신은 그들의 계획을 막고 진실을 밝혀내야 해요, 칼. 그것이 당신의 운명일지도 몰라요."
칼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가슴속에는 다시 한번 불타는 정의감이 샘솟았다. 과거의 실패를 딛고, 이번에는 반드시 진실을 밝혀내고 아이들을 지켜내야 했다. 핀도르프의 운명, 아니 어쩌면 미래의 운명까지도 그의 손에 달려 있었다. 짙은 안개 속으로 사라진 바이킹들의 썰매 자국을 바라보며, 칼은 결심했다. 이 기묘한 바이킹 연대기의 첫 페이지를, 그는 반드시 정의로 채우리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