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2

괴짜 탐정, 지손의 등장

사건을 맡게 된 괴짜 탐정 지손. 그의 독특한 수사 방식과 허술해 보이는 태도 뒤에 숨겨진 날카로운 추리력이 용의자들을 압박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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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벚꽃이 흐드러지게 핀 어느 봄날, 핑크빛 꽃잎이 눈처럼 흩날리는 유명 관광지 한복판에서 끔찍한 사건이 발생했다. 대한민국을 들었다 놨다 하는 톱스타, 한지우가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된 것이다. 벚꽃 향기보다 진한 피 냄새가 코를 찔렀고, 아름다운 풍경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아니, 이게 대체 무슨 난리야. 벚꽃 구경도 제대로 못 하겠네.”

한가롭게 벚꽃을 즐기던 인파가 비명과 혼란 속으로 휩쓸려 나갔다. 현장은 순식간에 경찰 통제선으로 둘러싸였고, 형사들은 분주하게 움직였다. 박서장은 굳은 표정으로 현장을 둘러보았다. 그의 눈에는 사건을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는 강한 의지가 담겨 있었다.

“박서장님, 이 정도면… 심각한데요.”

젊은 형사가 조심스럽게 보고했다. 박서장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화려한 장소에서, 그것도 대낮에 벌어진 살인 사건이라니. 언론의 주목은 불 보듯 뻔했다. 그의 명성에 흠집이 나기 전에 이 사건을 깔끔하게 마무리해야 했다.

“사망자는 한지우 씨 맞습니까?”

“네, 그렇습니다. 현장에서 직접 확인했습니다. 흉기에 찔린 흔적이… 꽤 깊습니다.”

박서장의 이마에 깊은 주름이 새겨졌다. 그는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들었다.

“이런 복잡한 사건은… 역시 그놈이 필요하겠군.”

그 ‘놈’은 바로 지손이었다. 괴짜 탐정 지손. 그의 이름이 언급되자 젊은 형사의 얼굴에 당혹감이 스쳤다.

“지손 탐정 말이십니까? 그… 좀 독특한 분이라고 들었습니다만.”

“독특하다 못해 이상하지. 하지만 실력 하나는 끝내줘. 특히 이런 기묘한 사건에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지.”

박서장은 젊은 형사의 말을 애써 무시하며 지손이 운영하는 조그만 탐정 사무실로 향했다. 벚꽃잎이 흩날리는 봄날, 그의 발걸음은 무거웠다.

***

지손의 탐정 사무실은 그의 성격만큼이나 난해했다. 낡은 건물 2층에 자리한 사무실은 겉보기에도 허름했지만, 안으로 들어서면 더욱 가관이었다. 먼지가 뽀얗게 쌓인 책장에는 온갖 종류의 책들이 뒤죽박죽 꽂혀 있었고, 책상 위에는 정체불명의 물건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창밖으로는 벚꽃이 만개해 있었지만, 지손은 그 풍경에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듯했다. 그는 낡은 의자에 몸을 파묻고 고개를 푹 숙인 채 무언가에 열중하고 있었다.

“지손 씨!”

박서장의 목소리에 지손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의 얼굴에는 졸음과 귀찮음이 뒤섞인 표정이 역력했다. 헝클어진 머리카락, 덜 풀린 셔츠 단추, 그리고 무엇보다 멍한 눈빛. 누가 보아도 ‘저 사람에게 사건을 맡기면 제대로 해결될까?’ 하는 의구심이 들 법한 모습이었다.

“어휴, 박서장님. 또 무슨 일입니까? 벚꽃이 그렇게 예쁜 날에 사람을 이렇게 부르셔도 되는 겁니까?”

지손은 투덜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의 움직임은 다소 느리고 어설펐다.

“자네가 좋아하는 벚꽃이 만개한 날, 아주 끔찍한 일이 벌어졌네.”

박서장은 짧고 간결하게 사건 개요를 설명했다. 톱스타 한지우의 살인 사건. 유명 관광지에서 벌어진 대낮의 살인.

“한지우 씨라고요? 텔레비전에 자주 나오던 그 배우?”

지손의 눈이 순간 동그래졌다. 하지만 이내 다시 졸린 표정으로 돌아왔다.

“흠… 뭐, 흥미롭긴 하네요. 그런데 왜 저를 부르신 겁니까? 경찰력이면 충분할 텐데요.”

“이번 사건은 좀… 복잡해. 용의자가 한두 명이 아니야. 게다가 모두 알리바이가 탄탄하다고 하니, 자네의 독특한 수사 방식이 필요할 것 같아서.”

박서장의 말에 지손은 혀를 찼다.

“독특하다니요. 저는 그냥 진실을 볼 뿐입니다. 물론, 벚꽃이 피는 계절에 살인 사건이라니. 인간들이란 참… 낭만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존재들이죠.”

지손은 창밖의 벚꽃을 잠시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에 잠시 스쳐 지나가는 아련한 그림자가 있었지만, 이내 사라졌다.

“그래서, 현장으로 가면 되는 겁니까? 벚꽃 향기 대신 피 냄새를 맡으러 가야 한다니, 제 취향은 아니지만요.”

지손은 어깨를 으쓱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의 모습은 어딘가 불안정해 보였지만, 박서장은 그의 눈빛에서 날카로운 번뜩임을 놓치지 않았다.

***

사건 현장은 이미 통제선 안팎으로 수많은 인파가 몰려들어 아수라장이었다. 경찰들은 분주하게 움직이며 증거를 수집하고 있었고, 취재진들은 카메라를 들이밀며 사건의 윤곽을 파악하려 애썼다. 벚꽃은 여전히 아름답게 피어 있었지만, 그 아래 펼쳐진 참혹한 광경은 모든 것을 퇴색시키고 있었다.

지손은 현장으로 들어서자마자 주변을 훑어보았다. 그의 눈은 사건 현장의 미세한 부분까지 놓치지 않고 포착했다. 박서장은 그런 지손을 조용히 따랐다.

“어때, 지손. 뭔가 보이는 거라도 있나?”

박서장의 물음에 지손은 콧방귀를 뀌었다.

“보이는 게 있어야 말이죠. 그냥… 벚꽃이 너무 많이 피었다는 것밖에는요. 이런 날에 죽다니, 한지우 씨도 참. 낭만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는 사람이었나 보군요.”

지손은 벚꽃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그러다 그는 갑자기 멈춰 서서 바닥의 무언가를 유심히 살폈다.

“이거 봐요, 박서장님. 벚꽃잎이… 좀 이상하죠?”

박서장이 지손이 가리키는 곳을 내려다보았다. 벚꽃잎 몇 개가 핏자국과 뒤섞여 있었다.

“이상하다니? 핏자국 때문에 벚꽃잎이 뭉쳐 있는 것 같은데.”

“아니요, 그런 게 아니라요. 벚꽃잎의 흩뿌려진 모양새가… 마치 누군가 급하게 밟고 지나간 것처럼 보여요. 게다가… 이 붉은 자국은 핏자국이 아니라, 다른 무언가에 묻은 건데요?”

지손은 무릎을 굽혀 벚꽃잎에 묻은 붉은 자국을 자세히 살폈다. 그의 손가락이 붉은 자국을 조심스럽게 만지더니, 이내 냄새를 맡았다.

“이건… 립스틱이잖아?”

박서장은 의아한 표정으로 지손을 바라보았다.

“립스틱이요? 립스틱이 여기서 왜 나오죠?”

“그게 바로 제가 궁금한 점이죠. 립스틱이라… 그것도 아주 진한 색깔의 립스틱이네요. 게다가 벚꽃잎에 묻었다는 건, 누군가 이 벚꽃 위에서… 혹은 이 벚꽃잎을 밟고 지나가면서 묻혔다는 뜻인데.”

지손은 자리에서 일어나 주변을 다시 한번 훑어보았다. 그의 시선은 마치 레이더처럼 현장의 모든 것을 스캔하고 있었다.

“이 근처에서… 붉은 립스틱을 바른 여성을 본 사람은 없었습니까?”

박서장은 곧바로 주변 형사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주변 목격자들 전부 다시 한번 조사해. 붉은 립스틱을 바른 여성, 혹은 특이한 점이 있는 여성에 대해 집중적으로.”

형사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 그리고 피해자 한지우 씨 주변 인물들도 다시 꼼꼼히 조사해야겠네요.”

박서장이 말을 덧붙였다.

“네, 물론이죠. 특히 한지우 씨의 소속사 관계자나 매니저, 그리고… 연인 관계였던 사람들도요.”

지손은 턱을 만지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의 눈빛은 어느새 날카롭게 빛나고 있었다. 허술해 보이는 겉모습과는 달리, 그의 머릿속에서는 이미 사건의 퍼즐 조각들이 맞춰지고 있는 듯했다.

“김 비서라는 사람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피해자의 비서라고 하더군요. 그 사람부터 만나보시죠. 뭔가 숨기는 게 있을 겁니다. 분명히.”

지손의 말에 박서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좋네. 김 비서는 이미 데려와서 조사 중이니, 바로 만나도록 하지.”

***

박서장과 지손이 도착한 곳은 경찰서의 취조실이었다. 차갑고 딱딱한 분위기의 취조실 안에는 한 남자가 앉아 있었다. 깔끔한 정장을 차려입은 그는 냉철하고 이성적인 분위기를 풍겼다. 그는 피해자 한지우의 비서, 김 비서였다.

“김 비서. 이쪽은 지손 탐정입니다.”

박서장이 소개하자 김 비서는 지손을 향해 고개를 까딱했다. 그의 눈빛에는 일말의 동요도 없었다.

“탐정님. 이런 끔찍한 상황에 만나뵙게 되어 유감입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김 비서님, 꽤 침착하시네요. 어젯밤, 아니 오늘 아침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고 계시겠죠?”

지손은 김 비서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물었다. 김 비서는 조금도 흔들림 없이 대답했다.

“네. 한지우 씨께서… 그렇게 되셨다는 것을요. 믿기지 않습니다. 제가 알던 한지우 씨는 그런 일을 당할 분이 아니었는데요.”

“흠… 그렇군요. 그럼 어젯밤, 아니 오늘 새벽에 어디에 계셨습니까? 알리바이를 확인해야 합니다.”

김 비서는 태연하게 자신의 알리바이를 설명했다. 그는 사건 발생 시각에 집에서 잠을 자고 있었다는 것이다. 물론, 그의 말만으로는 증명할 수 없었다.

“혼자 계셨다고요?”

“네. 퇴근 후 바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지손은 김 비서의 대답을 들으며 그의 표정을 살폈다. 겉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 보였지만, 지손의 예리한 감각은 무언가 석연치 않음을 감지했다.

“한지우 씨와는… 특별한 관계였습니까? 예를 들어, 금전적인 문제라든지, 개인적인 갈등이라든지.”

지손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김 비서의 눈빛이 순간 흔들렸다. 하지만 그는 이내 평정을 되찾았다.

“아닙니다. 저는 그저 비서일 뿐입니다. 한지우 씨의 일이라면 무엇이든 최선을 다했을 뿐입니다.”

“그렇군요. 그런데 한지우 씨가 평소에 립스틱을 자주 사용하셨습니까? 특히… 붉은색 립스틱을요.”

지손의 말에 김 비서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립스틱이요?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저는 그런 자질구레한 것까지는 신경 쓰지 않아서요.”

지손은 김 비서의 대답에 만족하지 못했다. 그는 김 비서의 책상 위를 훑어보았다. 수많은 서류와 서류철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혹시… 한지우 씨가 평소에 자주 사용하던 물건 중에, 유독 아끼던 것이라도 있었습니까?”

지손은 뜬금없이 질문했다. 김 비서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이내 고개를 저었다.

“특별히 그런 것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한지우 씨는 소유욕이 강한 분은 아니셨습니다.”

지손은 김 비서의 대답을 들으며 그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그의 눈빛은 마치 상대방의 속마음까지 꿰뚫어 보는 듯했다.

“알겠습니다. 일단 오늘은 이만하시죠. 하지만… 잊지 마세요. 저는 진실을 봅니다. 당신이 숨기는 것이 있다면, 저는 반드시 찾아낼 겁니다.”

지손은 김 비서에게 경고하듯 말하고는 취조실을 나섰다. 박서장은 그런 지손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역시 자네의 수사 방식은… 예측 불가능하군. 하지만 효과는 확실한 것 같아.”

“제가 예측 불가능한 게 아니라, 세상이 예측 불가능한 겁니다, 박서장님. 그리고… 벚꽃이 아름다운 만큼, 그 뒤에는 잔혹한 진실이 숨어 있기도 하죠.”

지손은 창밖으로 보이는 벚꽃을 다시 한번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에는 다시금 아련함과 함께,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겠다는 결연한 의지가 담겨 있었다. 벚꽃 아래, 또 다른 이야기가 시작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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