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3

코믹 구애 대작전

엘리시아의 마음을 얻기 위해 레온 왕자는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구애한다. 꽃다발 대신 나뭇가지, 노래 대신 숲의 동물 소리 흉내까지. 하지만 그의 노력은 번번이 코믹한 실패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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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弧 왕자는 엘리시아에게 첫눈에 반한 순간부터 온 세상이 핑크빛으로 물든 듯했다. 아니, 핑크빛이라기보다는 온갖 형형색색의 별들이 쏟아져 내리는 황홀경이었다. 그의 심장은 마치 펄떡이는 작은 새처럼 가슴팍에서 춤을 추었고, 뇌에서는 ‘엘리시아! 엘리시아!’라는 주문이 끊임없이 메아리쳤다. 문제는, 엘리시아는 왕자를 귀찮아하는 것을 넘어 아예 보이지 않는 존재처럼 취급했다는 것이다. 마치 길바닥에 떨어진 돌멩이라도 되는 양, 그녀는 왕자의 존재 자체를 무시했다.

“이봐요, 아름다운 엘프님!” 왕자가 용기를 내어 말을 걸었다. “제 마음을 받아 주시겠어요?”

엘리시아는 콧방귀를 뀌며 숲 속 깊은 곳으로 사라졌다. 그녀의 가는 발걸음이 닿는 곳마다 꽃잎이 흩날리고 이슬이 맺혔지만, 왕자의 마음에는 잿더미만 쌓여갈 뿐이었다. ‘이대로 물러설 수는 없어!’ 왕자는 결심했다. 그는 엘리시아의 마음을 얻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코믹 구애 대작전’을 펼치기로 했다.

첫 번째 작전은 ‘자연이 주는 선물’이었다. 평범한 꽃다발은 너무 시시했다. 왕자는 엘리시아가 지나다닐 만한 길목에 가장 아름다운 나뭇가지를 꺾어 놓기로 했다. 그것도 그냥 나뭇가지가 아니었다. 마치 조각가가 정성 들여 다듬은 듯, 나뭇결이 살아있고 잎사귀마저 싱그러운 가지를 골랐다. 그는 땀을 뻘뻘 흘리며 가장 크고 탐스러운 나뭇가지 두 개를 찾아냈다. 하나는 마치 춤추는 듯한 곡선이 아름다웠고, 다른 하나는 굵고 웅장한 위용을 자랑했다.

“이 정도면 엘프님도 감동하시겠지!” 왕자는 뿌듯한 마음으로 나뭇가지를 엘리시아가 자주 다니는 길목에 세워두었다. 그리고는 숨어서 그녀가 나타나기를 기다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엘리시아가 나타났다. 그녀는 무심한 표정으로 숲길을 걸어갔다. 왕자는 심장이 터질 듯 두근거렸다. ‘이제 곧 발견하실 거야! 그리고는…!’

엘리시아는 왕자가 세워둔 나뭇가지를 발견했다. 그녀는 잠시 멈춰 서서 나뭇가지를 바라보았다. 왕자는 숨을 죽였다. ‘드디어!’

하지만 엘리시아의 표정은 곧 ‘어이없음’으로 바뀌었다. 그녀는 나뭇가지 주변을 빙글빙글 돌더니, 헛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는 갑자기 나뭇가지 하나를 휙 낚아채더니, 그것으로 땅바닥을 벅벅 긁기 시작했다. 마치 뱀이라도 쫓아내는 것처럼 말이다.

“저, 저게 무슨…!” 왕자는 당황했다. 그의 심오한 예술 작품이 ‘긁개’로 전락하다니! 엘리시아는 나뭇가지로 땅을 긁으며 혼잣말을 했다. “요즘 숲에 벌레가 너무 많다니까. 이 녀석들, 꼼짝 못 하게 혼쭐을 내줘야지.”

왕자는 망연자실했다. 그의 ‘자연이 주는 선물’은 엘리시아에게 ‘벌레 퇴치용 막대기’로 인식되었던 것이다. 그는 씁쓸하게 나뭇가지를 줍기 위해 숨어 있던 곳에서 나왔다. 엘리시아는 왕자를 보고는 눈살을 찌푸렸다.

“또 당신이야? 대체 뭘 하고 있는 거야?”

“아, 아닙니다! 그저… 아름다운 나뭇가지가 있어서… 엘프님께 드리고 싶었습니다만.” 왕자는 더듬거리며 말했다.

엘리시아는 코웃음을 쳤다. “꽃이나 바치지, 이걸로 뭘 어쩌라고. 쯧.” 그녀는 왕자의 어깨를 툭 치고는 휑하니 가버렸다. 왕자는 멍하니 서서 그녀가 남긴 먼지를 바라보았다. ‘나뭇가지라니… 꽃… 꽃은 어디서 구하지?’

두 번째 작전은 ‘감미로운 세레나데’였다. 왕자는 엘리시아가 가장 좋아하는 꽃 향기가 나는 곳에서 밤새도록 노래를 부르기로 했다. 하지만 그는 음치였다. 그것도 아주 심각한 수준의 음치였다. 게다가 그는 숲의 동물 소리 흉내를 내는 데 재능이 있다고 착각했다.

해가 질 무렵, 왕자는 엘리시아가 자주 앉아 책을 읽던 커다란 나무 아래 자리를 잡았다. 그는 맑은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아니, 시작하려고 했다.

“아름다운 엘프님, 나의 사랑… 꺄악!”

그의 목소리는 마치 낡은 문이 삐걱거리는 소리 같았다. 음정은 산을 넘고 계곡을 건너 안드로메다까지 날아갈 기세였다. 게다가 그는 노래 중간중간 숲의 동물 소리를 흉내 내기 시작했다.

“부엉부엉~” (하지만 실제로는 닭 우는 소리에 가까웠다.) “야옹야옹~” (고양이 소리라기보다는 염소 낑낑거리는 소리에 가까웠다.) “깽깽깽~” (돼지 울음소리였다.)

왕자는 자신의 노래에 도취되어 열정적으로 춤까지 추기 시작했다. 그는 마치 숲 속의 광대라도 된 양, 팔을 휘젓고 발을 구르며 엉망진창인 춤사위를 선보였다.

숲 속 동물들은 왕자의 노래에 혼란스러워하기 시작했다. 부엉이는 잠에서 깨어나 ‘저게 무슨 소리지?’ 하며 눈을 비볐고, 길을 가던 토끼는 ‘천적이라도 나타났나?’ 하며 굴속으로 숨어버렸다. 심지어 근처에 살던 곰은 ‘이상한 소리가 난다’며 둥지를 옮길까 고민했다.

그때, 엘리시아가 나타났다. 그녀는 왕자의 ‘공연’을 듣고는 호기심 반, 짜증 반의 표정으로 다가왔다. 왕자는 엘리시아를 발견하고는 더욱 신이 나서 노래를 불렀다.

“나의 사랑, 나의 별… 꽥꽥!”

엘리시아는 왕자의 모습을 보자마자 얼굴을 찌푸렸다. 그녀는 왕자의 머리 위로 날아다니는 나방을 손으로 툭 쳐서 떨어뜨렸다.

“정말이지… 시끄러워 죽겠네.” 엘리시아는 짜증스럽게 말했다. “지금이 몇 시라고 이런 소란을 피우는 거야? 숲의 평화를 좀 깨우지 마.”

왕자는 노래를 멈추고 엘리시아를 쳐다보았다. “엘프님… 제 노래가… 마음에 안 드십니까?”

“마음에 안 든다고? 세상에 그렇게 끔찍한 소리는 처음 들어봐. 마치 맹수들이 싸우는 소리 같잖아.” 엘리시아는 손으로 귀를 막으며 말했다. “다음부터는 절대 이런 짓 하지 마.”

엘리시아는 왕자를 노려보며 숲 속으로 사라졌다. 왕자는 풀이 죽어 고개를 떨구었다. ‘맹수들이 싸우는 소리라니… 내가 그렇게 음치였나?’ 그는 자신의 노래 실력에 대해 깊은 회의감을 느꼈다.

세 번째 작전은 ‘매력 발산’이었다. 왕자는 엘리시아가 가장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내려고 숲 속을 탐색했다. 그는 숲의 정령들에게 물어보기도 하고, 엘리시아가 자주 가는 장소를 관찰하기도 했다. 그러던 중, 그는 엘리시아가 가끔 숲 속 작은 연못가에 앉아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것을 보았다. 그녀의 옆에는 늘 작은 새 한 마리가 날아와 앉아 있었다.

‘아하! 엘프님은 새를 좋아하시는구나!’ 왕자는 확신했다. 그는 엘리시아에게 가장 멋진 새를 잡아 선물하기로 결심했다.

왕자는 며칠 동안 숲 속을 헤매며 가장 화려하고 아름다운 새를 찾았다. 마침내 그는 눈부신 깃털을 가진, 노래 소리가 아름다운 새 한 마리를 발견했다. 그는 조심스럽게 새를 잡으려 했지만, 새는 영리하게도 왕자의 손길을 피해 날아다녔다. 결국 왕자는 온갖 우스꽝스러운 몸짓을 하며 새를 쫓아다녔고, 그 과정에서 나무에 부딪히고 덤불에 걸려 넘어지며 꼴사나운 모습을 연출했다.

“이놈의 새! 잠깐만 기다려봐! 내가 너를 꼭 잡아서 엘프님께 바칠 테니!” 왕자는 땀을 뻘뻘 흘리며 외쳤다.

하지만 그의 노력은 헛수고였다. 새는 결국 왕자의 손아귀에서 벗어나 하늘 높이 날아가 버렸다. 왕자는 엉망진창이 된 모습으로 땅바닥에 주저앉았다. 그의 옷은 찢어지고 머리카락은 헝클어졌으며, 얼굴에는 나뭇잎과 흙이 잔뜩 묻어 있었다.

그때, 엘리시아가 나타났다. 그녀는 왕자의 모습을 보고는 처음에는 황당해했지만, 이내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하! 이게 대체 무슨 꼴이야? 숲의 요정이라도 된 줄 알았네.”

왕자는 창피했지만, 엘리시아의 웃음소리에 오히려 힘을 얻었다. “엘프님… 저는… 엘프님께 아름다운 새를 선물하고 싶었습니다만…”

엘리시아는 웃음을 멈추고 왕자를 바라보았다. 왕자의 순진하고 엉뚱한 모습이 왠지 모르게 귀엽게 느껴졌다. 그녀는 왕자의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톡 건드렸다.

“새는 됐어. 그런 엉뚱한 짓 말고, 그냥… 내 곁에 조용히 있어 주는 게 더 나을지도 모르지.”

엘리시아는 그렇게 말하고는 숲 속으로 사라졌다. 왕자는 그녀가 남긴 말을 곱씹었다. ‘조용히… 곁에 있어 주는 것?’ 그의 머릿속에서 무언가 번뜩였다. 그는 더 이상 화려한 선물이나 요란한 노래로 엘리시아의 마음을 얻으려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대신, 그는 엘리시아가 좋아하는 것을 조용히 지켜봐 주고, 그녀가 필요로 할 때 곁에 있어 주는 방법을 택하기로 했다.

다음 날부터 왕자는 엘리시아의 곁을 맴돌기 시작했다. 그는 멀리서 그녀가 책을 읽는 모습을 지켜보았고, 그녀가 숲 속을 산책할 때면 그림자처럼 따라다녔다. 그는 말없이 그녀의 곁을 지켰고, 때로는 그녀가 좋아하는 꽃을 조용히 가져다 놓기도 했다. 그는 더 이상 엉뚱한 구애를 하지 않았다. 그저 엘리시아의 행복을 바랄 뿐이었다.

엘리시아는 왕자의 변화를 눈치챘다. 그는 더 이상 시끄럽게 노래를 부르거나 엉뚱한 선물을 가져오지 않았다. 대신, 그는 그녀의 곁에서 조용히 미소 짓고 있었다. 처음에는 그저 ‘귀찮은 왕자’라고 생각했지만, 그의 진심 어린 눈빛과 묵묵한 헌신에 엘리시아의 마음은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다.

어느 날, 엘리시아는 왕자가 자신을 위해 조용히 가져다 놓은 작은 들꽃들을 보았다. 그녀는 그 꽃들을 손에 들고 왕자에게 다가갔다.

“레온 왕자.” 엘리시아가 그의 이름을 불렀다.

왕자는 엘리시아의 부름에 깜짝 놀라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에는 기대감과 함께 약간의 불안감이 엿보였다.

“이제… 귀찮게 하지 않겠습니다.” 왕자는 애써 태연한 척 말했다.

엘리시아는 왕자의 손을 잡았다. “아니. 귀찮지 않아.” 그녀의 목소리는 이전보다 훨씬 부드러웠다. “사실… 네가 곁에 있어 주는 게…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어.”

왕자의 눈이 동그래졌다. 그의 심장은 다시 한번 펄떡이기 시작했지만, 이번에는 불안함 때문이 아니라 기쁨 때문이었다. 그는 엘리시아의 손을 마주 잡았다.

“정말입니까?”

엘리시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뺨이 살짝 붉어졌다. “그래. 네 엉뚱한 모습도… 가끔은 귀엽더라.”

왕자는 엘리시아의 말에 세상을 다 가진 듯한 행복감을 느꼈다. 그의 코믹 구애 대작전은 실패로 돌아갔지만, 그 실패 속에서 그는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깨달았던 것이다. 엘리시아의 마음을 얻기 위한 그의 여정은, 이제 막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었다. 숲 속에는 이전보다 훨씬 더 따뜻하고 아름다운 기운이 감돌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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