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
길 잃은 왕자, 별을 찾아서
자신만의 별을 찾아 숲으로 떠난 레온 왕자. 하지만 길치인 그는 금세 길을 잃고 헤맨다. 엉뚱한 행동으로 숲을 헤매는 왕자의 모습은 앞으로 펼쳐질 코믹한 여정을 예고한다.
그 옛날, 반짝이는 별빛 아래, 지弧라는 이름의 왕자가 살고 있었습니다. 지弧 왕자는 여느 왕자들과는 조금 달랐습니다. 보석이 박힌 왕관이나 화려한 갑옷보다는, 밤하늘을 수놓은 별들을 더 좋아했지요. 특히, 그는 자신만의 길을 밝혀줄 ‘길잡이 별’을 간절히 찾고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그저 별일 뿐이라 말했지만, 지弧 왕자의 마음속에서는 그 별이 곧 희망이자 미래였으니까요.
어느 맑은 밤, 왕자는 결심했습니다. “그래, 떠나자! 내 별을 찾아서!” 그는 낡은 배낭 하나를 메고, 삐걱거리는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습니다.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배낭 안에는 빵 몇 조각과 치즈, 그리고 무엇보다 소중한 별자리 지도가 들어 있었습니다. 물론, 그 별자리 지도는 왕자가 직접 그린 것이라, 북두칠성이 꼬부라진 뱀처럼 보이기도 하고, 카시오페이아는 왠지 모르게 춤을 추는 듯한 모습이었습니다.
숲으로 향하는 길은 처음에는 순조로웠습니다. 왕자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새들도 노래하네, 바람도 속삭이네. 모두 나를 응원하는구나!” 하지만 숲은 그리 만만치 않은 곳이었습니다. 나무들은 더욱 빽빽해졌고, 햇빛은 나뭇잎 사이로 희미하게만 비추었습니다. 왕자는 슬슬 자신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확신이 서지 않기 시작했습니다.
“음… 이 나무는 아까 본 것 같은데?” 왕자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주변을 둘러보았습니다. 똑같이 생긴 나무들, 똑같이 생긴 바위들. 이것이 바로 전설로만 내려오던 ‘길치’의 비애였던가요. 왕자는 점점 더 깊은 숲 속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그의 발걸음은 점점 더 불안해졌고, 콧노래는 잦아들었습니다.
“이런, 분명 이쪽으로 왔는데… 아니, 저쪽이었나?” 왕자는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 쥐었습니다. 별자리 지도를 꺼내 펼쳤지만, 숲 속에서는 별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지도는 이미 숲의 습기와 왕자의 땀으로 얼룩져, 알아볼 수 없는 낙서 더미가 되어 있었습니다.
“어떡하지? 나 길 잃었나 봐!” 왕자는 그제야 자신의 처지를 깨닫고 울상을 지었습니다. 어린아이처럼 훌쩍거리던 왕자는 문득, 저 멀리서 들려오는 아름다운 노랫소리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마치 맑은 샘물처럼, 혹은 밤하늘의 별처럼 영롱한 목소리였습니다. “저 소리는…?”
호기심에 이끌린 왕자는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조심스럽게 다가갔습니다. 덤불을 헤치고 나온 왕자가 마주한 것은, 숨 막힐 듯 아름다운 광경이었습니다. 햇살이 쏟아지는 작은 공터, 그 가운데에는 마치 숲의 요정이라도 된 듯한 아름다운 여인이 서 있었습니다. 은빛 머리카락은 바람에 부드럽게 흩날렸고, 푸른 눈동자는 깊은 숲의 연못처럼 신비로운 빛을 띠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손에 든 작은 악기를 연주하며, 숲의 생명체들과 함께 노래를 부르고 있었습니다.
그 순간, 왕자의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습니다. 마치 오랫동안 찾아 헤매던 별이 바로 눈앞에 나타난 듯한 강렬한 느낌이었습니다. “와…” 왕자는 자신도 모르게 감탄사를 내뱉었습니다. 그는 평생 그렇게 아름다운 존재는 처음 보았습니다.
여인은 왕자의 기척을 느끼고 고개를 돌렸습니다. 그녀의 푸른 눈동자가 왕자를 향하자, 왕자는 온 세상이 멈춘 듯한 착각에 빠졌습니다. 하지만 그녀의 표정은 왕자의 기대와는 사뭇 달랐습니다. 놀라움보다는 귀찮음, 혹은 짜증이 깃든 듯한 표정이었지요.
“누구냐, 너.” 여인의 목소리는 마치 차가운 바람처럼 왕자의 귓가를 스쳤습니다. 왕자는 그녀의 차가운 태도에 조금 당황했지만, 첫눈에 반해버린 그녀 앞에서 어리석은 모습을 보일 수는 없었습니다.
“저, 저는… 지弧 왕자라고 합니다. 길을 잃어서… 이곳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왕자는 최대한 예의 바르게 인사했습니다.
여인은 왕자를 잠시 훑어보더니, 눈썹을 살짝 치켜 올렸습니다. “길을 잃었다고? 이 숲은 아무나 들어올 수 있는 곳이 아닌데.” 그녀의 말투에는 경계심이 가득했습니다.
“죄송합니다. 하지만 저는 제 별을 찾기 위해 이곳으로 왔습니다. 밤하늘을 밝히는, 저만의 길잡이 별을.” 왕자는 왠지 모르게 그녀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습니다. 그의 눈빛은 진심으로 빛나고 있었습니다.
여인은 왕자의 말을 듣고는 피식, 하고 웃었습니다. 그 웃음에는 비웃음이 섞여 있는 듯했습니다. “별? 이 숲에서 별을 찾는다고? 어리석기는.”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는 다시 악기 연주에 집중했습니다. 마치 왕자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이 말입니다.
왕자는 그녀의 태도에 조금 상처를 받았지만,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그는 그녀의 곁에 다가가, 조심스럽게 물었습니다. “혹시… 제가 찾는 별에 대해 아시는 것이 있으신가요?”
여인은 연주를 멈추고 왕자를 다시 쏘아보았습니다. “그런 건 없다. 그리고 내 연주를 방해하지 마라.” 그녀는 단호하게 말했습니다.
왕자는 그녀의 차가운 태도에도 불구하고, 그녀에게서 눈을 뗄 수 없었습니다. 그녀의 아름다움에 홀린 것인지, 아니면 그녀가 자신에게 무관심한 듯하면서도 묘한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인지 알 수 없었습니다. 그는 그녀의 곁을 떠나지 않고, 멍하니 그녀의 연주를 듣고 있었습니다.
숲은 더욱 깊어졌고, 해가 저물기 시작했습니다. 왕자는 여전히 그녀의 곁을 떠나지 않고 있었습니다. ‘이름이 무엇일까? 어디서 왔을까?’ 왕자는 그녀에 대한 궁금증으로 머릿속이 가득 찼습니다.
“이제 그만 돌아가라. 이 숲은 밤이 되면 위험하다.” 여인은 마침내 입을 열었습니다. 하지만 그녀의 목소리에는 아까보다 조금 누그러진 듯한 기색이 느껴졌습니다.
왕자는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하지만 저는… 길을 잃었습니다.” 그는 다시 한번 자신의 처지를 말하며 난처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여인은 한숨을 쉬었습니다. “정말이지… 귀찮은 녀석이군.”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섰습니다. “따라와라. 숲의 입구까지 데려다주지.”
왕자는 환하게 웃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그는 그녀의 뒤를 졸졸 따라갔습니다. 그녀는 숲의 길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듯, 능숙하게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왕자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또다시 심장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꼈습니다.
“저… 이름이 무엇이신가요?” 왕자가 조심스럽게 물었습니다.
여인은 잠시 멈칫하더니, 대답했습니다. “엘리시아.”
“엘리시아… 아름다운 이름이군요. 저는 지弧입니다.” 왕자는 그녀의 이름을 듣자마자, 마치 마법에 걸린 듯 더욱 그녀에게 빠져드는 것을 느꼈습니다.
엘리시아는 왕자의 칭찬에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녀는 묵묵히 숲길을 걸어갔습니다. 왕자는 그녀의 곁을 맴돌며, 끊임없이 말을 걸었습니다. 별에 대한 이야기, 왕국에 대한 이야기, 심지어 자신이 얼마나 길치인지에 대한 우스운 경험담까지.
“정말 그렇게 길을 잘 잃는단 말이냐?” 엘리시아는 왕자의 말을 듣고는 결국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그 웃음소리는 마치 숲의 종소리처럼 맑고 아름다웠습니다.
왕자는 엘리시아의 웃는 모습을 보고는 더욱 그녀에게 반해버렸습니다. “네, 그렇습니다. 그래서 제 별이 절 인도해주길 바라고 있습니다.”
엘리시아는 왕자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별이… 너를 인도해 줄지는 모르겠지만, 너의 진심은 숲의 정령들도 느끼고 있을 것이다.”
“정령들이요?” 왕자는 엘리시아의 말에 눈을 동그랗게 떴습니다.
“그래. 이 숲은 살아 숨 쉬는 곳이니까.” 엘리시아는 그렇게 말하며 숲의 나무들을 부드럽게 쓰다듬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숲의 입구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왕자는 아쉬운 마음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벌써… 헤어져야 하는 건가요?”
엘리시아는 왕자를 향해 돌아섰습니다. 그녀의 눈빛에는 여전히 차가움이 남아 있었지만, 그 안에는 묘한 동정심 같은 것도 엿보였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다. 다시는 길을 잃지 않도록 조심하거라.”
“하지만… 다음에 또 만날 수 있을까요?” 왕자는 용기를 내어 물었습니다.
엘리시아는 잠시 왕자를 바라보더니, 희미하게 웃었습니다. “만약 네가 정말 길을 잃는다면… 다시 이곳으로 오게 될지도 모르지.”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는 숲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마치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사람처럼 말입니다.
왕자는 엘리시아가 사라진 자리를 한참 동안 바라보았습니다. 그의 마음속에는 엘리시아라는 이름 석 자와, 그녀의 맑은 웃음소리가 가득 차 있었습니다. 그는 더 이상 별을 찾으러 왔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린 듯했습니다. 그의 눈앞에는 오직 엘리시아만이 아른거렸습니다.
“엘리시아…” 왕자는 그녀의 이름을 나지막이 불렀습니다. 그의 발걸음은 숲을 벗어나 왕궁으로 향했지만, 그의 마음은 이미 숲 속에, 엘리시아의 곁에 남아 있었습니다. 그는 알지 못했습니다. 자신의 별을 찾기 위한 여정이, 사실은 이미 시작되었으며, 그 별이 바로 엘리시아라는 것을. 그리고 앞으로 펼쳐질 그의 여정이 얼마나 황당하고도 코믹한 사건들로 가득할지를 말입니다. 왕자의 여정은, 이제 막, 길을 잃은 왕자의 엉뚱한 사랑 이야기의 서막을 올리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