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2

위험한 여정, 희귀한 재료를 찾아서

이안은 '여왕의 비밀 메뉴' 완성을 위해 위험한 던전을 탐험하며 귀한 식재료들을 수집한다. 하지만 그의 재능을 시기하는 다른 모험가들의 방해와 음모에 맞서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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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의 차가운 공기가 이안의 뺨을 스쳤다. 퀴퀴한 흙먼지와 눅눅한 이끼 냄새가 뒤섞인 그 특유의 향은, 이제는 낯설지 않았다. 첫 발을 내딛던 순간의 경이로움과 두려움은 희미해지고, 오직 ‘여왕의 비밀 메뉴’를 완성하겠다는 일념만이 그의 가슴을 채우고 있었다. 손에 쥔 낡은 지도에는 붉은색 잉크로 표시된 몇몇 지점들이 있었다. 전설에나 나올 법한 희귀한 식재료들이 숨 쉬고 있다는 곳이었다.

“이안, 이쪽이야!”

앞서 걷던 동료, 리나의 목소리가 어둠 속에서 울려 퍼졌다. 그녀는 횃불을 높이 치켜들고 좁은 통로를 가리켰다. 횃불 빛에 반사된 벽면에는 기이한 문양들이 새겨져 있었다. 고대 문명의 흔적일까, 아니면 단순히 던전의 장식일까. 이안은 호기심 어린 눈으로 벽면을 훑었지만, 지금은 탐구할 때가 아니었다.

“조심해, 리나. 이 근처에선 이상한 소리가 자주 들린다고 했어.”

옆에서 묵묵히 짐을 지고 걷던 마르코가 낮게 경고했다. 그는 덩치가 산만 했지만, 의외로 신중하고 침착한 성격이었다. 이안에게는 든든한 버팀목 같은 존재였다.

“알고 있어, 마르코. 하지만 우리가 찾는 ‘달빛 이슬’이 바로 저 너머에 있다고!”

리나의 눈빛은 기대감으로 반짝였다. ‘달빛 이슬’은 밤에만 맺히는 이슬로, 은은한 푸른빛을 띠며 어떤 독이나 비린내도 잡아주는 신비로운 효능을 지녔다고 했다. 여왕의 비밀 메뉴에서 비린내를 잡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재료였다.

셋은 조심스럽게 통로를 따라 나아갔다. 바닥에는 부서진 뼈 조각들이 뒹굴고 있었고, 벽에서는 물방울이 뚝뚝 떨어져 고인 웅덩이를 만들고 있었다. 고대 유적의 침묵은 때로는 평화롭지만, 때로는 불길한 예감을 자아냈다.

“저기 봐!”

리나의 외침에 이안과 마르코는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 통로 끝, 작은 동굴 입구에서 은은한 푸른빛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마치 밤하늘의 별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 신비로운 빛이었다.

“달빛 이슬이야!”

리안은 환호성을 지르며 동굴 안으로 달려들었다. 이안과 마르코도 서둘러 뒤따랐다. 동굴 안은 예상보다 넓었고, 중앙에는 맑은 샘물이 솟아나고 있었다. 샘물 위, 잎이 넓은 식물들의 표면에 영롱한 푸른빛의 이슬방울들이 가득 맺혀 있었다. 마치 보석처럼 반짝이는 모습은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이안은 조심스럽게 물병을 꺼내 들었다. 그의 손끝이 떨렸다. 이 귀한 재료를 망치지 않도록, 모든 감각을 집중해야 했다. 그는 천천히, 그리고 신중하게 이슬을 병에 담기 시작했다. 푸른빛이 병 안으로 스며들자, 마치 작은 은하수를 담은 듯 아름다웠다.

“정말 대단해… 이걸로 어떤 요리가 탄생할까?”

리나가 감탄하며 이안의 어깨를 툭 쳤다. 이안은 희미하게 웃으며 병뚜껑을 닫았다.

“아직 시작일 뿐이야. 앞으로 더 많은 재료를 찾아야 해.”

그때였다. 동굴 밖에서 왁자지껄한 소음이 들려왔다. 누군가 다가오는 소리였다. 이안의 얼굴에 긴장감이 스쳤다.

“젠장, 다른 놈들인가?”

마르코가 험악한 표정으로 동굴 입구를 노려보았다. 이안 역시 횃불을 굳게 쥐었다. 던전에서의 만남은 언제나 예측 불가능했다.

어둠 속에서 여러 명의 그림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은 이안 일행보다 훨씬 더 많은 횃불을 들고 있었고, 무기도 훨씬 위협적이었다. 특히 그들의 선두에 선 남자는 날카로운 눈매와 비열한 미소를 띠고 있었다. 라이벌 탐험가, ‘카일’이었다.

“이안, 오랜만이군.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건가?”

카일의 목소리에는 비꼬는 듯한 뉘앙스가 섞여 있었다. 그의 눈은 이안이 들고 있는 물병, 그리고 동굴 안의 달빛 이슬을 향하고 있었다. 노골적인 탐욕이었다.

“별거 아니야. 그냥 지나가는 길이었어.”

이안은 최대한 태연하게 대답했지만, 심장은 빠르게 뛰고 있었다. 카일은 희귀한 재료에 대한 소문을 퍼뜨리고 다니는 악명이 높았다. 분명 이안이 달빛 이슬을 발견했다는 것을 눈치챈 것이리라.

“지나가는 길이라… 그런데 왜 이렇게 귀한 걸 챙기고 있는 거지? 혹시 ‘여왕의 비밀 메뉴’라도 만드는 건가?”

카일의 말에 그의 동료들이 킬킬거렸다. 이안의 얼굴이 굳었다. 어떻게 알았지?

“무슨 소리야, 카일. 너도 잘 알잖아. 그런 건 그냥 소문일 뿐이라고.”

리나가 카일을 노려보며 나무랐다.

“소문이라… 글쎄, 난 좀 다르게 생각하는데. 뭐, 어쨌든 네가 그걸 독차지할 생각은 아니겠지? 우리도 좀 나눠야 하지 않겠나?”

카일은 손짓으로 자신의 동료들을 앞으로 불러 세웠다. 그들은 이안 일행보다 수가 훨씬 많았고, 험악한 기세였다.

“우리가 먼저 발견했어. 이건 우리 거야.”

마르코가 앞으로 나서며 카일을 막아섰다. 그의 거대한 몸집은 위협적이었지만, 카일은 전혀 동요하지 않았다.

“흥, 힘으로 빼앗으려 드는 건가? 좋다. 하지만 이 던전에서 네놈들이 우리보다 강하다고 생각하나?”

카일은 비웃으며 허리에 찬 단검을 뽑아 들었다. 그의 동료들도 무기를 꺼내 들었다.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이안, 어떡하지?”

리나가 불안한 목소리로 물었다. 이안은 깊은 숨을 내쉬었다. 싸움을 피할 수는 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무력 충돌은 원치 않았다.

“카일, 제발. 이건 요리를 위한 재료일 뿐이야. 너와는 상관없는 일이야.”

“상관이 없는 일이라니? 만약 그 메뉴가 대단한 것이라면, 그 비법을 가지는 건 당연히 우리 몫이지. 이안, 네놈의 재능은 인정하지만, 그걸 독점하려는 건 오만이야.”

카일은 이안의 멱살을 잡으려 달려들었다. 마르코가 재빨리 카일을 밀쳐냈다.

“건방진!”

카일이 소리치며 마르코에게 검을 휘둘렀다. 순식간에 동굴 안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무거운 쇠붙이가 부딪히는 소리, 거친 숨소리, 날카로운 비명 소리가 뒤섞였다.

이안은 당황했지만, 이내 정신을 차렸다. 지금은 싸울 때가 아니었다. 그는 달빛 이슬이 담긴 병을 품에 안고, 동굴 뒤편으로 몸을 숨겼다. 리나와 마르코가 필사적으로 카일 일당을 막아섰지만, 수적 열세는 명확했다.

“마르코! 리나!”

이안이 소리쳤지만, 그들의 목소리는 이미 혼란 속에 묻혔다. 그는 망설였다. 동료들을 버리고 도망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이 귀한 재료를 카일의 손에 넘길 수도 없었다.

그때, 리나가 이안을 향해 손짓했다. 그녀의 얼굴에는 필사적인 표정이 역력했다.

“어서 가! 이안! 이걸 가지고!”

리나는 자신의 횃불을 카일 일당에게 던졌다. 잠시 혼란이 일어난 틈을 타, 그녀는 이안에게 달려와 그의 어깨를 강하게 밀쳤다.

“괜찮아, 이안. 우린 괜찮을 거야. 어서 가서 메뉴를 완성해!”

리나의 눈빛에는 간절함이 담겨 있었다. 이안은 그녀의 눈빛에서 무언가를 읽었다. 이것이 그녀가 원하는 것이라는 것을.

“리나… 마르코…”

이안의 목소리가 떨렸다. 그는 잠시 망설였지만, 결국 리나의 등을 떠밀었다.

“반드시… 반드시 완성할게.”

이안은 동굴의 다른 출구를 향해 달렸다. 뒤에서는 여전히 격렬한 싸움 소리가 들려왔다. 그의 심장은 죄책감과 슬픔으로 가득했지만, 동시에 ‘여왕의 비밀 메뉴’를 완성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그를 앞으로 나아가게 했다.

동굴을 빠져나온 이안은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숲은 짙은 어둠에 잠겨 있었고, 별빛만이 희미하게 길을 비추고 있었다. 그는 품속의 달빛 이슬을 꽉 움켜쥐었다. 차가운 유리병의 감촉이 그의 피부에 닿았다.

‘리나, 마르코… 미안해.’

그의 눈가에 뜨거운 것이 차올랐다. 하지만 눈물을 흘릴 시간은 없었다. 그는 지도를 다시 펼쳐 다음 목적지를 확인했다. ‘붉은 용의 눈물’을 찾아야 했다. 그것은 화산 지대의 깊은 동굴에서만 발견되는 붉은색 광물이었고, 요리에 깊은 풍미와 열기를 더해준다고 했다.

이안은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그의 발걸음은 무거웠지만, 흔들림은 없었다. 동료들의 희생을 헛되이 할 수는 없었다. ‘여왕의 비밀 메뉴’는 이제 단순한 요리가 아니었다. 그것은 동료들의 희생과 이안 자신의 고독한 의지가 담긴, 더욱 무겁고도 신성한 존재가 되어가고 있었다. 던전의 어둠은 깊어졌지만, 그의 마음속에는 새로운 결의가 불타오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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