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3

수상한 용의자들

용의선상에는 괴짜 역사학자 박 교수, 비밀을 간직한 빵집 주인 최 사장, 그리고 마을 촌장 이 촌장이 오른다. 각자 황당하고 기상천외한 알리바이를 내세우며 민준을 당황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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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명의 용의자가 김민준의 코앞에 들이닥쳤다. 첫 번째는 마을의 자랑이자 골칫덩어리인 박 교수였다. 그의 서재는 흔히 말하는 ‘정리정돈’과는 거리가 먼, 고대 유물들이 먼지를 뒤집어쓴 채 쌓여 있는 신비로운 동굴 같았다. 김민준은 삐걱거리는 의자에 조심스럽게 앉으며 코를 막았다. 퀴퀴한 책 냄새와 알 수 없는 향신료 냄새가 뒤섞여 마치 시공간을 초월한 듯한 느낌을 주었다.

"박 교수님, 어제 밤, 그러니까 왕좌 골동품이 사라진 그 시각에 어디 계셨습니까?" 김민준은 최대한 진지한 표정을 지으려 애썼다. 하지만 그의 눈은 천장 구석에서 춤추는 거미를 쫓고 있었다.

박 교수는 콧수염을 쓰다듬으며 껄껄 웃었다. "허허, 김 탐정 나리. 나는 말이지, 바로 그 시각, 고대 이집트의 파라오 무덤 속에서 발견된 기원전 3천 년 전의 쐐기 문자를 해독하고 있었다네!"

"네? 그게… 가능합니까?" 김민준의 눈썹이 하늘로 치솟았다.

"가능하고말고! 나는 말이지, 인류 문명의 새벽을 탐구하는 위대한 학자라네. 혹시 김 탐정 나리도 고대 문자에 관심이 있다면… 이리 와 보게나. 이 상형문자는 말일세…" 박 교수는 신이 나서 고대 유물 더미 속에서 낡은 책을 꺼내 들었다. 김민준은 애써 그의 열변을 뒤로하고 다음 질문으로 넘어갔다.

"그럼… 쐐기 문자를 해독하는 데 특별한 도구를 사용하셨습니까? 예를 들면… 뾰족한 송곳이라든지?" 김민준은 어젯밤 범행 현장에서 발견된, 흙이 묻은 뾰족한 도구를 떠올렸다.

박 교수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말했다. "송곳이라니! 나는 말이지, 붓과 잉크, 그리고… 아! 고대 메소포타미아에서 사용되던 특수 점토판을 사용했지. 마치… 갓 구운 빵처럼 말랑말랑한 점토판이었네. 혀로 맛을 보기도 했지!"

김민준은 이마를 짚었다. 혀로 맛을 본다고? 그의 머릿속에는 빵집 주인 최 사장의 얼굴이 스쳐 지나갔다.

다음 용의자는 마을의 인기 빵집 ‘달콤한 유혹’의 최 사장이었다. 그녀는 언제나 하얀 앞치마를 두르고 따뜻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하지만 김민준에게 그녀는 어딘가 비밀스러운 분위기를 풍기는, 묘한 매력의 소유자였다.

"최 사장님, 어제 밤 어디 계셨어요?" 김민준은 빵집 안의 달콤한 냄새에 잠시 정신을 잃을 뻔했지만, 이내 마음을 다잡았다.

최 사장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답했다. "어머, 김 탐정님. 저는 어젯밤 푹 잠들었답니다. 새벽 3시까지는… 음… 갓 구운 크루아상 반죽을 치대고 있었어요. 손목이 조금 아파서 일찍 잠자리에 들었지요."

"크루아상 반죽이요? 혹시 반죽을 치댈 때… 특별한 도구를 사용하셨나요?" 김민준은 조심스럽게 물었다.

최 사장은 잠시 생각하는 듯하더니, "특별한 도구라면… 제 손이 곧 도구지요. 하지만… 가끔은 반죽이 끈적거릴 때, 빵 칼로 긁어내기도 한답니다. 빵 칼이 아주 날카롭거든요." 그녀는 빵 칼을 보여주며 씩 웃었다. 날카로운 칼날이 김민준의 눈에 섬뜩하게 다가왔다.

"그럼… 빵 칼로 반죽을 긁어낼 때, 혹시… 흙 같은 것이 묻어 나오지는 않았나요?" 김민준은 끈질기게 질문을 이어갔다.

"흙이요? 어머, 빵 반죽에 흙이 묻어나면 큰일 나죠! 저는 언제나 깨끗한 재료만 사용한답니다. 어젯밤에도… 반죽은 아주 깨끗했어요." 최 사장은 맑은 눈으로 김민준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빛에는 거짓이 없어 보였다.

마지막 용의자는 마을 촌장, 이 촌장이었다. 그는 마을의 어른으로서 존경받는 인물이었지만, 김민준에게는 어딘가 계산적인 면모가 느껴지는 인물이었다.

"이 촌장님, 어젯밤 행적을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김민준은 촌장의 사무실에 앉아 딱딱한 의자에 몸을 맡겼다. 촌장 사무실은 촌장의 이미지처럼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었지만, 어딘지 모르게 차가운 느낌을 주었다.

이 촌장은 펜을 내려놓으며 김민준을 쏘아보았다. "김 탐정. 이 마을에 도둑이 들었다는 소식에 굉장히 유감스럽게 생각하네. 하지만 나는 말이지, 어젯밤 내내 마을의 재정 장부를 검토하고 있었다네. 우리 마을의 재정 상태가… 좋지 않아서 말이야."

"재정 장부를요? 혹시… 장부를 볼 때 특별한 조명이 필요했습니까? 예를 들면… 촛불이라든지?" 김민준은 촌장이 혹시 촌장실에서 몰래 왕좌를 보고 있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었다.

이 촌장은 코웃음을 쳤다. "촛불이라니! 나는 말이지, 이 최신식 LED 조명을 사용하고 있다네. 촛불은 너무 위험하지. 게다가… 나는 장부를 볼 때, 늘 이 낡은 만년필을 사용한다네. 잉크가 마르기 전에 서둘러 기록해야 하거든." 그는 책상 위 만년필을 가리켰다.

김민준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촛불은 아니었지만, 낡은 만년필이라… 혹시 그 만년필 끝으로 무언가를 긁어낸 것은 아닐까? 하지만 촌장은 분명 장부를 검토하고 있었다고 했다.

김민준은 세 용의자의 황당한 알리바이를 듣고 머리가 지끈거렸다. 박 교수는 고대 문자를 해독하느라, 최 사장은 크루아상 반죽을 치대느라, 이 촌장은 재정 장부를 검토하느라 모두 알리바이가 완벽했다. 아니, 완벽하다기보다는… 너무나도 황당해서 오히려 의심스러웠다.

"정말… 다들 대단하시네요." 김민준은 쓴웃음을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마을로 돌아오는 길, 김민준은 며칠 전 왕좌 골동품이 보관되어 있던 박물관 앞을 지나쳤다. 그는 박물관 안에 진열된 다른 유물들을 훑어보았다. 그런데 그의 눈에 무언가 익숙한 것이 들어왔다.

그것은 바로… 낡은 붓이었다. 박 교수가 말했던 쐐기 문자를 해독할 때 사용했다는, 고대 메소포타미아에서 사용되었다는 바로 그 붓이었다. 그런데 붓의 끝부분에 흙이 묻어 있었다.

"혹시… 붓으로 쐐기 문자를 썼는데, 흙이 묻었다는 건가?" 김민준은 혼란스러웠다. 박 교수는 흙이 묻은 붓으로 쐐기 문자를 썼다는 것인가? 아니면… 붓으로 무언가를 긁어내다가 흙이 묻은 것인가?

그때, 그의 머릿속에 최 사장의 말이 떠올랐다. "빵 칼로 반죽을 긁어내기도 한답니다. 빵 칼이 아주 날카롭거든요."

김민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빵 칼이라… 빵 칼의 날카로운 끝부분과 쐐기 문자를 해독할 때 썼다는 붓의 끝부분이 어딘가 닮아 보였다.

그는 다시 빵집 ‘달콤한 유혹’으로 향했다. 빵집 안은 여전히 달콤한 냄새로 가득했다. 최 사장은 카운터 뒤에서 빵을 포장하고 있었다.

"최 사장님, 다시 여쭙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김민준은 진지한 표정으로 그녀에게 다가갔다.

최 사장은 의아한 표정으로 김민준을 바라보았다. "무슨 일이신가요, 김 탐정님?"

"사장님께서 어젯밤 반죽을 치댈 때, 빵 칼로 긁어내기도 한다고 하셨잖습니까."

"네, 그랬지요."

"그럼… 혹시 빵 칼에 흙이 묻은 적은 없습니까?"

최 사장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이내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어머, 김 탐정님. 흙이 묻은 빵 칼이라니요. 저는 언제나 깨끗하게 관리한답니다. 하지만… 어젯밤에는 조금 다른 일이 있었어요."

"다른 일이요?" 김민준의 심장이 두근거렸다.

"네. 사실은… 어젯밤 반죽을 치대다가, 빵 칼 끝이 부러지는 바람에… 아주 작은 빵 칼 조각이 반죽 속에 섞여 들어갔어요. 그래서 그걸 긁어내느라 조금 고생했답니다."

"빵 칼 조각이요?" 김민준은 숨을 멈췄다. 빵 칼 조각… 그것은 어젯밤 범행 현장에서 발견된 뾰족한 도구와 비슷하지 않을까?

"네. 아주 작고 날카로운 조각이었어요. 마치… 흙을 파는 삽날처럼 생겼지요." 최 사장은 손짓으로 그 모양을 설명했다.

김민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삽날처럼 생긴 빵 칼 조각… 그것은 분명 범행 현장에서 발견된 도구와 일치했다.

그는 최 사장의 말을 듣고 박 교수에게로 다시 달려갔다. 박 교수는 여전히 그의 서재에서 고대 유물들과 씨름하고 있었다.

"박 교수님! 혹시 어젯밤… 쐐기 문자를 해독하실 때, 붓 끝에 흙이 묻어 있었습니까?" 김민준은 흥분된 목소리로 물었다.

박 교수는 잠시 생각하더니, 껄껄 웃으며 말했다. "허허, 김 탐정 나리. 흙이라니, 무슨 말씀이시오. 붓 끝에 흙이 묻어 있었다면… 내가 그것을 그냥 두었겠소? 나는 말이지, 붓 끝을 언제나 깨끗하게 닦아 놓는다네."

"하지만… 붓 끝에 흙이 묻어 있었는데요."

"그것은… 붓이 아니라… 흙을 파는 작은 삽이었다네!" 박 교수는 갑자기 소리쳤다. "그래! 어젯밤 나는 쐐기 문자를 해독하기 위해… 흙 속에 묻혀 있던 작은 유물을 파내기 위해… 바로 이 작은 삽을 사용했지! 이 삽은 말일세…"

박 교수는 고대 유물 더미 속에서 작은 삽을 꺼내 들었다. 그것은 빵 칼 조각과 놀랍도록 닮아 있었다.

김민준은 깨달았다. 범인은 빵집 주인 최 사장이 아니었다. 빵 칼 조각은… 박 교수가 흙을 파내기 위해 사용했던 작은 삽의 일부였던 것이다.

"그럼… 왕좌 골동품을 훔쳐 간 범인은 누구란 말입니까?" 김민준은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박 교수를 바라보았다.

박 교수는 껄껄 웃으며 답했다. "허허, 김 탐정 나리. 범인은… 바로… "

박 교수는 말을 잇지 못했다. 그의 눈은 김민준의 등 뒤, 빵집 ‘달콤한 유혹’의 창문을 향하고 있었다. 김민준이 천천히 뒤를 돌아보자, 창문 밖으로 촌장 이 촌장이 서 있었다. 그의 손에는… 왕좌 골동품이 들려 있었다.

"촌장님…?" 김민준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촌장을 바라보았다.

이 촌장은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 "김 탐정. 미안하네. 우리 마을의 재정난을 해결하기 위해… 어쩔 수 없었네."

김민준은 그제야 모든 퍼즐이 맞춰지는 것을 느꼈다. ‘바이킹의 후예’라는 도둑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것은 이 촌장이 사건을 조작하기 위해 만들어낸 허상이었다.

그는 촌장을 향해 조용히 말했다. "촌장님. 정의는… 숨겨지지 않습니다."

이 촌장은 김민준의 진심 어린 말에 고개를 떨구었다. 김민준은 왕좌 골동품을 되찾았지만, 그의 마음속에는 씁쓸함과 함께 약간의 안도감이 느껴졌다. 마을의 평화는… 조금 어설프지만, 그의 방식으로 되찾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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