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0
엇갈린 운명
민준은 단아가 겪었던 시대적 아픔과 개인적인 고뇌에 깊이 공감한다. 시대를 초월한 두 사람의 정신적인 교감이 깊어진다.
밤이 깊어갈수록 민준의 방 안은 더욱 고요해졌다. 창밖으로 쏟아지는 가로등 불빛만이 책상 위 일기장을 희미하게 비추고 있었다. 손끝에 닿는 낡은 표지의 감촉, 손으로 꾹꾹 눌러 쓴 글씨의 온기. 단아가 써 내려간 시간의 조각들이 민준의 심장을 두드렸다. 오늘따라 그녀의 글씨가 더욱 또렷하게 다가왔다. 혜경궁 홍씨의 회갑연 준비로 분주했던 나날들, 혜경궁을 향한 원망과 연민이 뒤섞인 복잡한 심경, 그리고 어린 세자 빈을 향한 애틋한 마음까지. 민준은 마치 자신이 그 시대의 한복판에 서 있는 듯한 착각에 빠졌다.
'그날, 궁궐 안은 찬바람이 불었네. 붉은 치마자락이 흩날리는 가운데, 슬픔과 분노가 뒤섞인 비명이 터져 나왔지. 나는 그저 숨죽인 채, 핏빛으로 물드는 역사의 한 순간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네.'
단아의 절규가 들리는 듯했다. 혜경궁 홍씨의 비극적인 이야기는 민준의 마음을 무겁게 짓눌렀다. 며느리인 세자 빈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사도세자의 생모, 혜경궁. 당대 최고의 권력자였던 영조의 총애를 받으며 궁궐의 실세로 자리매김했지만, 그 이면에는 아들을 향한 맹목적인 사랑과 며느리를 향한 질투, 그리고 정치적 야망이 뒤엉켜 있었다. 단아는 그 모든 것을 곁에서 지켜보며, 인간적인 고뇌와 번민에 휩싸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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