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지는 어둠이 완전히 깔린 창밖을 바라보다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작은 아파트 거실에는 여전히 브라이언의 체온이 남아 있었다. 두 사람은 아무 말 없이, 서로의 존재만으로 버티고 있었다. 그 침묵은 결코 편안하지 않았지만, 그 안엔 오래된 신뢰와 망설임, 그리고 말로 다 할 수 없는 슬픔이 스며 있었다.
타지는 수술 부위가 욱신거리는 통증에 무의식적으로 손을 가져갔다. 몇 시간 전, 병원에서 의사는 오랜 세월 동안 몸에 남아 있던 파편을 겨우 꺼냈다고 했다. 그 잔재는 겨우 몇 그램이었지만, 타지가 짊어지고 살아온 시간만큼이나 무거웠다. 브라이언의 시선이 그 손끝에 머물렀다.
"많이 아파?" 브라이언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타지는 고개를 끄덕였다. "익숙해졌어. 근데… 좀 이상해. 몸에서 뭐 하나 없어지니까, 갑자기 너무 허전하고, 또… 무서워. 그 총소리 아직도 잊혀지지 않아."
브라이언이 말을 잃고 입술을 깨물었다. 그 침묵이 다시 두 사람 사이에 내려앉았다. 타지는 소파에 앉아 있던 브라이언 옆에 조용히 앉았다. 손끝이 자연스레 스쳤고, 이번엔 아무도 빼지 않았다. 그 따스함이 타지의 식은 피부를 살짝 데웠다.
브라이언이 한숨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그때로 돌아가고 싶어. 그냥… 네가 다치지 않았던 그때로."
타지는 잠시 그 말을 곱씹었다. 그리운 기억들이 스쳐 지나갔지만, 이미 너무 멀리 와버린 길임을 둘 다 알고 있었다. 그는 조용히 브라이언을 바라봤다. 어둠 속에서 그 눈빛은 여전히 선명했다. 두렵기도 했고, 벗어나고 싶지도 않았다.
어디선가 자동차 경적 소리가 들리고, 누군가 골목을 뛰어가는 소리까지 들려왔다. 이 동네의 밤은 여전히 위험과 불안으로 가득했다. 브라이언은 천천히 타지의 손을 잡았다. 손바닥이 차갑게 식은 것을 느낀 브라이언이 손가락을 맞잡으며 속삭였다.
"여기서 도망치자. 오늘 밤만이라도, 우리 둘만 있으면 안 될까?"
타지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가슴 속에서 무언가가 끓어오르는 듯했다. 이 순간, 자신에게도 브라이언에게도 도망칠 곳이 필요하다는 걸 알았다. 하지만 그럴 용기가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때, 현관에서 갑작스러운 노크 소리가 울렸다. 두 사람 모두 얼어붙었다. 타지의 심장이 요동쳤다. 밤이 깊었는데, 이 시간에 누가 찾아온 걸까? 브라이언이 조용히 일어서며 창문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노크 소리는 다시, 더 세게 울렸다.
타지는 손에 식은 땀을 쥐며 브라이언과 눈을 맞췄다. 아파트 안의 공기가 단숨에 무거워졌다. 위협일지, 기회일지 알 수 없는 그 순간—두 사람의 운명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다.
노크 소리는 멈추지 않는다.
